외롭고 고난에 찬 사회의사의 길을 걸어온 한완상 총장의 이 책은, 총 4부와 저자의 삶의 여정을 담은 연보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우리는 왜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가'에서는, 저자의 민족화해와 민족평화를 위한 새로운 발상을 담고 있다. 먼저 저자는 냉전의 외딴 섬으로 남은 한반도에서 남북관계를 이때까지 악화시켜온 냉전적 신화와 잘못된 발상을 비판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 추악한 '적대적 공생관계' 둘째, 상대방이 눈에 띄는 변화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그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강고한 불변신화' 셋째,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생명에는 생명으로 일관해 온 '적대적 상호주의' 넷째, 상호주의와 정경분리 원칙이 공존하는 '상황과 정책의 이중성' 등이다.
다음으로 저자는 진정한 남북통일을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일관되게 '화해·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화해·협력 방안은 함께 변화하여 함께 번영해 나가자는 공변공영(共變共榮)의 발상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다자간 안보·협력 체제의 형성, NGO의 역할, 냉전제도의 탈제도화, 냉전가치의 탈사회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김영삼 문민정부에서 통일부총리로 재직할 때의 경험과 고민들이 행간 곳곳에 배어 있다.
제2부 '개혁 멈출 수 없는 시대적 소명'에서는 인간과 사회에 관한 글을 필두로 합리적인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개혁의 필연성과 주체에 관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개혁에 관한 글에서는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이유, 반개혁세력들의 이데올로기적 공격의 특성 등이 언급되고 있다. 또한 개혁의 주체는, 개혁에 대한 뚜렷한 비전과 철학, 신념과 의지를 지닌 사람들로 구성되는 개혁 몸통과 실사구시적 접근을 할 수 있는 인물들(테크노크라트)로 짜인 개혁 날개로 구성되며, 이 둘의 조화로운 구성만이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제3부 '지식인과 현실인식, 지식인과 허위의식'에서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자신의 삶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사람(비판정신과 연대의식)이 참 지식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는 참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주신 저자의 아버지와 스승 이상백 선생을 회고하는 가슴 따뜻한 글을 대할 수 있으며, 지난 80년 소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된 저자가 고등군법회의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가 수록되어 있다. 이 항소이유서에는 반민주와 반인권, 부익부 빈익빈이 횡행하는 조국의 현실에서 한 지식인이 양심과 비판정신에 따라 어떻게 실천적 행동을 해야 하는지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제4부 '희망의 21세기를 위하여'에서는, 정보화 시대인 21세기 사회의 모습을 살피면서 이 시대에 필요한 주체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관용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열린 사회와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참된 희망의 가치와 그것을 건설하고 키워나가기 위한 저자의 탁월한 예지가 돋보이는 글들이 묶여 있다.
마지막으로 연보에는, 외롭고 고난에 찬 사회의사의 길을 걸은 저자의 삶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저자가 사회학자의 길을 택하게 된 동기를 비롯하여,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해직과 복직 그리고 군부독재정권에 당한 고초, 통일원장관 재직 당시의 경험, '한반도에 아직도 그 음침한 냉전구조의 그늘이 진하게 드리워져 있는 한 사회의사는 계속 외롭고 괴로운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각오와 꿈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