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이정표는 ‘단어’다. 살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나만의 키워드다. 20대엔 무엇무엇을 해야 한다고, 20대란 이러이러한 시기라고 다들 다양하게 이십 대를 말하는데, 나의 지난 종횡무진 십 년은 이 키워드들을 찾는 시간이었다. 내가 찾은 키워드를 더욱 생생하게 다듬기 위해, 아홉 명에게 대화를 청했다. 이 책의 제목이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인 이유다. 내 삶에 꼭 동반하고 싶은 키워드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은 굉장한 어른이 아닌 나와 같은 2030 청년 세대다.
---「프롤로그 | 키워드를 품은 사람들」중에서
몽키는 그 흐름을 거스르는 남자다. 전업주부를 선언한 몽키 곁에는 거의 언제나 여덟 살, 일곱 살 여자아이와 네 살 꼬마 남자아이가 또록또록 눈을 굴리고 있다(심지어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네 명으로 늘었다!). 2023년 올해 벌써 전업주부 8년 차! 몽키가 집안일과 육아를 주로 담당하고, 부인이 직장을 다니며 가정 경제를 이끌어간단다. 이렇게 지내는 이유를 물었더니 묘한 답변이 돌아왔다. “제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싶어요!”
---「1장 | 무엇을 위해 어디서 일할까」중에서
정말로 단순한 이유에 피식,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비나의 말에는 곱씹을수록 깊은 울림이 있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가장 근본적인 게 그 안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인생 뭐 있나! 잘 곳, 먹을 것, 입을 것만 해결되면 거기서부터는 안 되는 게 어딨을까. 뭐든 다 할 수 있다. 잠시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먹고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때,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마음속 저 밑바닥에 꽁꽁 묻어두었던 그것. 그걸 꺼낸다고 생각해보자. 상상만으로도 신나는 일 아닌가!
---「2장 | 무조건 재미있게 살 거야」중에서
아파트 키즈였던 심바나 내가 처음으로 ‘내 마을’ ‘내 동네’를 가지며 얻은 깨달음은 서로 닮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내 마음이다. 내가 나라는 깃발을 꽂을 마음을 내는 것. 거기서부터 내 영역이 그려지고, 그려진 딱 그만큼이 ‘내 마을’이 된다. 아무리 특별한 마을이고 동네라도, ‘내 마음’이 거기 없으면 그건 없는 거다.
---「3장 | 섬으로 간 서울아가씨」중에서
좋아하는 마음은 그냥 둬도 계속 잘 자라는 무엇이 아니다. 그건 마치 애정을 갖고 식물의 잎을 닦고 물을 주듯, 보살펴야 하는 무엇이다. 잎이 마르진 않는지, 뿌리가 고사하진 않는지 아침저녁으로 살피는…. 누구도 도와줄 수 없고, 자기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렵지만, 인생이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나는, 너는, 우리는, 좋아하는 마음을 잘 돌보고 있을까.
---「4장 | 좋아하지만 몰빵은 안 해」중에서
놀라운 낙관이다. 난 세상의 가슴 아프고 화나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많이 접하는 게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사건에 계속 노출되면 긍정적이던 사람도 비관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견과는 반대로 말하고 있었다.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5장 | 길을 만드는 사람」중에서
맙소사, 회초리 한 대 딱! 맞은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부터도 처음부터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건 아니었다. 그저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관심 가졌을 뿐. 하지만 작은 관심이 씨앗이 되어 자주 눈길이 갔고, 그러다 보니 기사와 책 등을 읽으며 더 많은 걸 알게 되었고, 환경 의식이 조금씩 깨어난 거였다. 그렇게 되기까지 몇몇 분기점이 있었다. 나도 그랬는데, 다른 사람은 지레 그러지 못할 거라고 판단하는 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부끄러웠다.
---「6장 | 지치지 않고 바다거북을 생각하는 일」중에서
주변에서 독일에 왜 가냐고 물으면 그냥 두루뭉술하게 넘겼어요. 한국에선 볼 장 다 본 것 같다고, 좀 쉬고 싶다고, 생에 한 번은 선진국에서 살아보고 싶다고(웃음)…. 그런데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몸들 사이에서 내 몸 사이즈를 신경 쓰지 않고, 무슨 옷을 입든, 어떤 행동을 하든 나로 살아보고 싶다는 거요. 그 경험을 꼭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7장 | 사이즈가 중요해?」중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힘들어하는 그들을 향해 작은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라도 보내고 싶었던 미어캣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문 앞에 두고 갈게’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마포에 살거나 활동하는 문화예술인 청년들에게 사연을 받고 식료품을 문 앞에 배달하는 계획이었다. 메뉴는 누구나 장벽을 느끼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비건 메뉴로 구성했다. 거기에 레시피와 손편지까지 끼워서 직접 배달했다. 이름 그대로 문 앞에 두고 오기도 했고, 직접 만나 안부를 묻기도 했단다. 예술인 생존 확인 프로젝트였달까….
---「8장 | 일상의 풍경을 바꾸는 힘」중에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돈을 벌고 쓰는가? 내게 정말 필요한 돈은 얼마일까? 내가 욕망하는 것들은 정말 나의 욕망인가? 꼭 필요한 돈 외에 더 번 돈은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앞으로 그 돈을 꼭 벌어야 할까? 더 안 번다면 대신 난 무엇을 얻을까? 적은 돈으로도 잘 살 수 있을까? 내 안엔 돈에 대한 불안이 왜 이렇게 많을까? 그 마음의 뿌리가 어딜까? 어떻게 하면 불안이 덜어질까? 어떻게 하면 돈을 불안이 아닌 행복의 수단으로 대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9장 | 요즘 것들을 위한 특별한 재무상담」중에서
헬프엑스로 여행하면서 좀더 넓은 관점에서 ‘쓸모’를 생각하게 됐어. 그곳에서 난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의 삶에 일조하며 존재했거든. 여행하며 도움을 주고 또 받았고, 그 순간 난 충분히 쓸모 있는 한 명의 인간일 수 있었어. 우리가 왜 일을 하지? 최소한 나 자신을 계속해서 살리려고(먹이고 입히고 재워서), 성장하려고 그리고 세상과 관계 맺으려고 일을 하지. 헬프엑스를 하는 동안 이 세 가지를 모두 얻었어. 그렇다면 이렇게 사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 아닐까?
---「10장 | 행복의 루트」중에서
우리는 모두 삶을 걱정하기보다 낙관하며 자신이 설정한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금은 없어 보여도, 길은 반드시 생긴다. 거친 세상이지만 방향타만 놓치지 않는다면 길은 만들어진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에게 들려 있으며, 그렇기에 그 길은 정해져 있거나 남들과 똑같지 않다고. 그 유일무이함을 깨닫고 나의 길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 살 만한 이유라는 걸 나는 이제 안다. 경험에서 길어낸 이 작은 확신은 이 책의 주인공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커졌다.
---「에필로그 | 길을 내며 걷다 보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