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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상] 죽음의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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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상] 죽음의 서리

존 마스든 저 / 김인 | | 2011년 09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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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9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58쪽 | 392g | 148*210*30mm
ISBN13 9788981339524
ISBN10 898133952X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  판매자 :   oldbookstory   평점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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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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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인
서울대학교에서 언어학과 서양화를 전공했고 영국의 브라이튼 대학(University of Brighton)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만화와 그림 분야의 일을 하는 한편 틈틈이 영미권의 흥미로운 저작들을 번역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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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가 공중으로 솟는 순간 나는 작은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살짝살짝 흔들리는 컨테이너 안에서 공중에 떠 있는 것은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 컨테이너는 옆으로 삐딱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나는 호머를 바라보았다. 호머가 나를 향해 웃어주자 그의 이빨이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 빛났다. 하지만 컨테이너 안의 희미한 빛 속에서도 호머의 웃음이 억지웃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두려움에 이가 딱딱 맞부딪치는 것을 감추려는 것 같았다. 나도 똑같이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언덕에서부터 구불거리는 길을 지나온 후 부두에서 더위를 견디며 한참 기다린 끝에 흔들리는 컨테이너 안에 있자니 나는 멀미를 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우리가 땅으로부터 1미터 위에 있는지 100미터 위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컨테이너가 위로 올라가고 있는지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한순간 우리는 환한 빛으로부터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춥고 어두워졌다. 우리가 ‘헬’, 그러니까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바보 같은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 ---pp.160~161

그때 나를 덮친 파도가 해안가를 강타하며 부서졌다. 땅은 버텼지만 파도는 그러지 못했다. 파도는 바위와 나무와 땅에 부딪치며 산산조각 났다. 내 엉덩이가 바닥에 부딪치는가 싶더니 튀어 올랐고 내 몸이 다시 바닥을 치더니 몇 바퀴 구르다가 또다시 바닥을 쳤다. 이번에는 뒤통수를 부딪쳤고 흙인지 자갈인지 하여튼 뭔가에 긁히다가 전에 다쳤던 무릎을 어딘가에 부딪친 후 데굴데굴 구르며 보이는 것은 모조리 후려쳤다. 나는 귀가 멀고 눈이 멀고 뇌진탕을 일으킨 상태였다. 내 주위에서 온통 우레 같은 소리가 계속 쿵쾅대고 진동했다. 하지만 그게 내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인지 실제로 나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바닥에 누운 채 나는 아마 죽어버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p.180

호머가 내 귀에 대고 다시 소리쳤다. 이번에는 무슨 말인지 또렷이 들렸다. “그만, 멈춰. 놈들이 뒤에도 있어.” 그다음 호머는 조용히 말했다. “큰일인데.” 그제야 백미러를 들여다 본 나는 비로소 호머의 말을 이해했다. 우리는 놈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다. 전형적인 녹색빛깔의 엄청 큰 군용 트럭이 우리 차의 뒤쪽 범퍼와 거의 맞닿아 있었다. 바로 다음 순간,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틈도 없이 병사 하나가 운전석 창문 옆에 나타나 내 오른쪽 뺨에 총구를 겨누었다. ---pp.270~271

옳고 그름에 대한 일을 생각해본 것도 무척 오래전 일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해오던 일, 공격하고 파괴하고 죽이는 일에 익숙해져버렸고 양측에 어떤 명분이 있을지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전쟁 초기에는 우리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적어두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는 모든 게 풍족했다. 먹을 것도 많고 공간도 넓고 오락거리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풍족함을 다른 사람들, 심지어는 난민에게조차 나누어주기를 꺼렸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적군을 나쁜 놈, 우리는 좋은 놈으로 여기는 걸 당연시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너무나도 멍청한 이분법이었다. ---pp.274~275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다리를 질질 끌며 걷는 동안 나는 곧 병에 걸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곧 큰 병이 슬금슬금 나를 덮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병의 이름을 나는 알고 있었다. 죽음이라 불리는 병이었다.
감방에 돌아오자 나는 침대에 쓰러지다시피 누웠다. 중년 여자가 점심을 가져왔을 때 나는 처음으로 식사를 본체만체 했다. 내가 얼마나 상심했는지 그 여자가 알아차려주기를 내심 바랐다. 그 여자가 침대로 다가와 나를 껴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위로해주기를 바랐다. 우리 엄마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여자는 그러지 않았다. 점심식사를 내려놓고 그대로 감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몹시 흐느껴 울었다. 나는 너무 젊잖아, 라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너무 젊잖아.---pp.326~327

호머의 얼굴에 다소 생기가 돌아온 것이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점은 피오나가 우리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허락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에게는 그런 말을 해줄 어른들도 없었고 우리도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은 지 한참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제대로 사리 판단할 수 없는 지경까지 스스로를 몰고 갔다. 과열된 엔진마냥 고장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할 기세였다. 피오나의 말을 들으며 나는 쉬어도 괜찮은 거구나, 꼭 우리만의 힘으로 이 전쟁을 이겨야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p.256~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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