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에게서 영감을 받은 마르틴 하이데거는 불후의 명저인『존재와 시간』을 남겼다. 칸딘스키에게서 버림받은 뮌터는 나치 시절에도 그의 작품을 잘 보관하여 후세에 빛을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로댕은 카미유 클로델과 함께했던 10년 동안 왕성한 창조력으로 훌륭한 작품들을 남겼다. 세상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온몸을 내던져 한 사람을 사랑했던 이 여성들의 행동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며, 그렇게 정열적이고 진실한 사랑 때문에 연인들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금지된 사랑과 거기에 수반된 스캔들은 무한한 창조적 에너지의 원천이 되었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위대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여성적 가치의 위대성은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다.
―-- pp 220~221쪽
카미유는 진실한 애정 뒤에 열정과 사나움을 가지고 있었으며 예술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랑할 때도 경계선을 넘어섰다. 그녀는 잃을까봐 두려워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상처를 받을까봐 두려워하지도 않고, 적당히 화해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집을 떠났다. 그녀는 반항적이고 자립심이 강하며, 여자로서 그리고 또 예술가로서 독자적인 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바라는 고집이 있었다. 그녀는 로댕의 말에 순종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로댕이, 자신이 연장자이고 명성을 얻은 사람이며 남자라는 이유로 아주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권위를 내세우자 그녀는 그에게 반항했다. 그는 이런 그녀의 타협할 줄 모르는 기지를 사랑했지만, 그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다.
―-- pp 63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러시아 여제(女帝) 역을 맡은「여제 스칼렛The Scarlet Empress」은 기대한 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이 호흡을 맞춘 마지막 영화「악마는 여자다The Devil is a Woman」이후 그들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슈테른베르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공개적으로 해명한 적이 있다.
“우리는 같은 길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내가 계속해서 디트리히에게 머무는 것이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같은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아마도 우리 두 사람 모두 위험한 수로에 빠질 것이다.”
자서전에서 그는 더 간결하게 다음과 같이 대차대조표를 작성했다.
“그때 나에게는 노예와 같았던 시절이 끝났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 나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욕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면 디트리히는 며칠 동안 침실에 틀어박혀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가 행복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행복이 찾아온다면 그저 감사해야 할 뿐이다.”
―-- pp 133~134
그러나 이들의 관계가 오래갈 수는 없었다. 우선 두 사람이 가까워진 계기는 같았지만 그 입장은 매우 달랐다. 한나 아렌트는 마르틴 하이데거를 통해 발판을 마련하려다가 그에게 종속되고 말았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그녀만큼 생각을 많이 한 다음 그녀와의 관계를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을 숭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하이데거는, 그녀를 존경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인격체로 봐주려고 하지 않았다.
―-- pp 149
“우리 서로 아름다웠던 스승이자 친구이며 동료였던 관계를 다시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감정은 그냥 느낌으로 이해하기로 하지요…….”
뮌터는 이렇게 작고 소박한 행복을 원하겠다고 하고도 그런 말을 한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해 편지를 부치지 않았다. 그 대신 일기장에 끼워 놓았다가 몇 문장을 덧붙였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부디 미친 게 아니었으면……. 어쩌면 내게 사랑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닐까? 칸딘스키, 나를 좀 내버려두세요.”
이어서 이렇게 자책하기도 한다.
“나는 그의 편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바보다―제기랄!”
―-- pp 82
“우리 서로 아름다웠던 스승이자 친구이며 동료였던 관계를 다시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감정은 그냥 느낌으로 이해하기로 하지요…….”
뮌터는 이렇게 작고 소박한 행복을 원하겠다고 하고도 그런 말을 한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해 편지를 부치지 않았다. 그 대신 일기장에 끼워 놓았다가 몇 문장을 덧붙였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부디 미친 게 아니었으면……. 어쩌면 내게 사랑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닐까? 칸딘스키, 나를 좀 내버려두세요.”
이어서 이렇게 자책하기도 한다.
“나는 그의 편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바보다―제기랄!”
―-- pp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