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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상] 로맨틱 블랑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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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상] 로맨틱 블랑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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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15g | 145*210*30mm
ISBN13 9791195008315
ISBN10 1195008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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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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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oldbookstory   평점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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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질 르가르디니에
1965년 파리에서 태어난 질 르가르디니에는 몽모랑시 계곡에서 성장했고 아내, 두 아이와 함께 그곳에서 단란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을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일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 영화에 남다른 열정을 지녀 열다섯 살부터 영화판에서 견습생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 후 광고영상물, 영화 트레일러, 대작 영화의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트 영상물을 제작했다. 지금은 아내 파스칼과 함께 광고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성공적인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도 했다.
저서로는 《유배된 천사》(플뢰브 누아르, 2009. 프랑스 추리물 SNCF상 수상. 베를린 영화제와 모나코 영화 및 문학 페스티벌 선정작), 많은 주목을 받은 《우리는 인간이었다》(플뢰브 누아르, 2011)가 있다. 《장인의 봉인》, 《마지막 거인》, 《마법사의 밤》과 같은 청소년 문학 작품도 출간했다. 확고한 스릴러 작가였던 저자는 장르를 전격 바꿔 2011년 코미디 소설인 《로맨틱 블랑제리》를 썼다. 이전 작품들에서 이미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었던 저자는 이 소설에서 우리의 내밀한 본성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독창적인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꽃미남 이웃에게 매료된 여주인공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이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입소문만으로 불티나게 팔리며 저자를 일약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최신작으로는 《새카맣게 타버렸어》와 《갑자기 다 변했어》가 있다.
역자 : 김도연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졸업. 동대학원 불어과 석사. 파리 13대학 언어학 DEA. 파리 13대학 언어학 박사과정 수학.
옮긴 책으로 『요리의 거장 에스코피에』『재즈클럽』『행복의 재발견』『생각정리의 기술』『단순한 삶』『내 욕망의 리스트』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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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아주머니는 매일같이 넘치는 활력으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쏟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정말 미스터리다. 게다가 아주머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자기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몇 안 되는 분이기도 하다. 아저씨는 빵을 굽고 아주머니는 빵을 팔았다. 그런데 3년 전쯤 아저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심근경색으로 쉰다섯의 나이에 돌아가신 것이다. 아주머니가 우는 건 그때 처음 봤다. 장례식 다음 날 아주머니는 빵집을 열었다. 팔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빵집 문을 열었다. 그런 날이 일주일 동안 계속됐다. 손님들이 왔고, 아주머니는 평상시처럼 계산대 뒤에 서 있었지만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사람들이 아주머니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고, 텅 빈 진열대를 슬그머니 쳐다봤다. 보름 동안 동네 사람들은 아무도 빵을 먹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모하메드는 그걸 절호의 찬스로 삼아 비스코트--- p.얇게 썰어 오븐에 구워 바삭하게 만든 딱딱한 빵으로 프랑스에서는 아예 포장된 상품으로 많이 나와 있다.-옮긴이)를 팔아먹는다거나 빵집 앞에 자기 가게 짐을 쌓아놓지도 않았다. 모하메드는 가게 창문을 통해 아주머니를 슬쩍슬쩍 지켜봤고, 구인광고도 대신 내주었다. 한 달 뒤 아주머니는 새로운 제빵사 쥘리앵을 고용했다. 젊은 사람이었는데, 그가 굽는 빵이 훨씬 맛있었다. 그러나 아주머니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날 아침, 늘 그렇듯 갓 구워낸 빵 냄새가 났다. 판매원인 바네사가 진열대에 크루아상을 늘어놨다. 이 특유의 달콤한 냄새가 너무 좋다. 오븐에서 빵을 꺼낼 때마다 맛있는 냄새가 거리까지 퍼져나갔다. 빵집 위에 살면서 열린 창으로 언제나 신선한 빵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뭐가 됐든 다 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 p.26~27

우리는 거실로 돌아갔다. 소냐가 막 도착했다. 소냐는 들뜬 표정으로 꿈꾸던 남자를 만났다고 떠들어댔다. 입이 간지러워 못 견디겠는지 들어오자마자 남자 이야기를 꺼냈다. 이름은 장 미셸. 착하고 직업이 좋은 데다 자기처럼 다섯 명의 아이를 갖고 싶어한단다. 하지만 목소리를 반음 내리곤 그가 좀 이상한 데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자기 자신을 닌자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것 빼고는 완벽한 남자였다.
“뭐라고? 자기가 닌자라고?” 플로랑스가 물었다.
“닌자에 관한 거라면 책이든 검이든 다 사들여. 옛날 닌자들이 사용했다는 염탐용 수상 신발 ‘미즈구모’까지 만들었어. 신발 옆에 튜브를 달아서 물 위에 설 수 있게 한 거지. 아파트에선 두건도 두르고 닌자 복장으로 돌아다녀. 기합도 내지르고. 과녁을 여기저기 걸어놓고 시도 때도 없이 수리검을 던져.”
“뭘 던진다고?”
“수리검.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날들이 별 모양으로 삐죽삐죽 나 있는데 쇠로 만든 무기야.”
“위험하지 않아?”
“실력이 곧 향상될 거래. 아직은 과녁을 제대로 못 맞혀. 행거가 망가지고 거실의 종이란 종이는 다 찢겨서 남아나는 게 없어. 내 방에 있는 인형 배도 갈랐어.”
“진담이야?” 소피가 놀라며 말했다.
“진짜야. 수리검을 들면 무지 조심해야 해. 하지만 그것만 빼면 그 사람 완전 쿨해. 지난주만 빼고. 최상의 정신 상태로 진입하겠다면서 등과 어깨에 커다란 닌자 상징을 문신하려다가 완전 낙담했어. 문신기술자가 그런 건 해봐야 안 보인다고 했거든.”
난 감히 “왜?” 하고 물어봤다.
“왜냐면 그 사람 흑인이거든.”
이런 질문은 이쯤에서 멈춰야 했다. 소피는 부엌으로 도망가버렸다. 난 어처구니없는 흑인 닌자, 장 미셸을 상상하고 웃지 않으려 애쓰며 소냐와 단둘이 남게 되었다. --- p.79~80

이제 난 능숙한 판매원이 되어 가게 안에서 하루 종일 사람들이 주고받는 소문과 뒷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복잡한 케이크도 포장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과 비슷한 이들에게 관심이 있어 그들을 관찰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직업이야말로 딱 안성맞춤이다. 여기서는 비슷한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걸 볼 수 있다. 빵집에 필요한 사람은 판매원이 아니라 인류학 연구자나 심리학 전문가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특정 문명을 이해하기 위해 그 문명이 사라진 다음에 유적을 파헤칠 필요가 전혀 없다. 개개인과 우리 인간종족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하루 종일 빵만 팔아도 된다.
나에겐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내가 들은 모든 걸 판단하고 싶은 생각도 그럴 권리도 없다. 그걸 통해 배우고 있을 따름이다. 때때로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혼란스러워지기도 하고 충격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손님들의 이야기는 내 안에서 일상적 이야기를 넘어 인간에 대한 폭넓고도 단순한 정의로서 점점 더 명확해진다. 지능은 교육이나 용모처럼 당연히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할지 혹은 무엇을 믿을지 자유롭게 선택하는 걸로 스스로를 결정한다. 결과는 자연스럽게 두 개의 커다란 축으로 나뉜다. 모든 연령과 모든 조건의 사람을 보면서 나는 사람들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이와 그것이 뭘 말하는지도 모르는 이로 나눌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정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 필터로 사람을 읽는 재미는 무척 쏠쏠하며, 그 결과는 놀라웠다. 그건 행동하는 방식뿐 아니라 존재하는 방식으로도 읽혔다. 누군가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부터 동전을 다루는 방법까지, 모든 게 그 사람을 증명한다. 자그마한 행복부터 뒷사람 코앞에서 쾅 닫아버리는 문까지. 어떤 이는 비록 무뚝뚝해 보이지만 비단결 같은 마음씨를 갖고 있다. 반면 친절한 사람처럼 행세하지만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 나 역시 처음엔 이런 구분이 너무 단순화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적용을 해보면 정말 잘 들어맞는다는 걸 알게 된다. --- p.230~231

할머니 얼굴은 조용했고 시선은 차분했다.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어떻게 조금의 감정도 내보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마음이 울컥했다. 할머니에게 너무 늦지 않았다고 모든 게 잘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나는 이미 이전과 이후를 구분 짓는 경계, 넘을 수 없는 그 경계를 잘 알고 있다.
“쥘리,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날 알리스라고 불러줄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내 이름을 불러준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벌써 20년이나 됐어.”
“그럴게요, 알리스.”
우리는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눈물도 조금 흘렸다. 할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난 주의 깊게 들었다. 저녁때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에게 전화를 드리고 싶었다. 아빠가 작은 가구를 만든 이야기를 하거나 엄마가 미용실에 머리 하러 갔다가 망친 이야기를 들으면 행복했다. 나는 형제가 없다. 어쩌면 그래서 더 친구들에게 매달리는지도 모르겠다. 피를 나눈 가족은 많지 않지만 난 마음의 가족을 만들었다. 릭이 정말로 거기 속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라면 어떤 값이라도 치를 것이다. --- p.274~275

“쥘리, 섣불리 조언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사랑하면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 지성은 한쪽으로 밀어두는 편이 좋을 때가 있어. 아무리 고심했다고 해도 그 결론이 행복을 보장해주는 경우는 드물단다. 네 직관을 따르도록 해.”
아주머니가 내 마음을 읽은 것일까? 지금의 내게 필요한 충고였다. 다시 생각하든지 의심하든지 깨어나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살아가든지. 베르주로 아주머니의 품에 안겨 모든 걸 털어놓고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예전의 어린 소녀처럼 울고 싶었다. --- p.277~278

어떤 시대가 됐든, 절대 변하지 않고 유행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단어들이 있다. 좋아하다, 설레다, 아프다, 기다리다, 울다 같은 단어들. 그 누구도, 심지어는 경박한 소녀들조차 우리 운명의 깊숙한 진실을 가지고 감히 장난칠 생각은 못하는 것이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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