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아는 자신의 리스본을 이방인 앞에 가장 잘 내보일 방법을 고심하며 관광 코스를 구상했을 것이다. 이렇게 여행 안내서를 쓰는 것만큼 한 도시에 대한 사랑을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특히 그처럼 여행을 혐오하고 “정주적 삶을 향한 유기적이고 숙명적인 애정”으로 뭉쳐 있는 사람에게 리스본은 그가 속한 세계의 거의 모든 것이었을 테다. 덕분에 우리는 다른 안내서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방식으로 리스본의 과거와 현재, 북적이는 관광 명소와 인적 드문 거리 사이를 오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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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이방인에게 함께 길을 나서자고 하려고 한다. 그의 안내인이 되어 이 도시를 함께 둘러보며 기념비, 공원, 주요 건물, 박물관을 비롯해 이 환상적인 수도에서 둘러볼 만한 곳은 모조리 알려줄 것이다. 이방인이 얼마간 머무를 계획이라면 믿을 만한 짐꾼을 찾아 짐을 맡기자. 그러면 짐꾼이 짐을 안전하게 호텔로 가져다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자동차에 올라 시내로 가도록 하자. 가는 길에 봐둘 만한 것을 모두 일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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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푸 그란드 공원은 제일 인기 있는 일요일 나들이 장소 중 하나다. 일요일이면 공원 사이사이로 난 길을 따라 인파가 몰려들고 도로 왼쪽은 말과 마차로 분주하다. 공원 한쪽 끝에는 포르투갈 스포츠클럽의 축구장이 있고, 공원 뒤쪽으로 가면 왼쪽에 동 페드루 5세 구빈원과 보르달루 피녜이루 미술관이 나온다. 그리고 하울 사비에르가 제작한 이 유명한 국민 예술가 보르달루 피녜이루의 청동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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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다면, 교도소 앞의 드넓은 터에 자리 잡은 리스본 최고의 공원인 에두아르두 7세 공원을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이 공원의 식물원은 리스본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식물원에 잘 오지 않을뿐더러 식물원의 존재 자체조차 모른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다. 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는 대자연이 최고의 관상식물을 엄선해 선보이고, 소박하지만 천재적인 예술가가 신중하게 고른 초록빛과 꽃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 곳이다. 식물원에는 수천 종의 이국적인 식물이 자라고 있어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식물원은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고 입장료는 1이스쿠두다. 평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고 입장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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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극장과 다양한 여흥을 즐길 수 있는 리스본의 밤은 낮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만들려면 헤스타우라도레스 클럽(맥심)이 자리 잡은 건물로 가야 한다. 이 건물, 팔라시우 포스는 17세기에 이탈리아 건축가 파브리의 설계로 지어졌다. 처음에는 카스텔루 멜료르 후작의 소유였다가 포스 후작이 사들여, 1870년부터 1875년 사이에 후작 본인의 감독하에 훌륭한 예술가들의 손을 빌려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이곳에서 건축가 가스파르, 조각가 레안드로 브라가, 화가 프란시스쿠 빌라사 그리고 누구보다도 대大화가 콜룸바누 보르달루 피녜이루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유명한 외국 작가의 작품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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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에는 물론 여러 종의 신문이 발행된다. 이방인이 포르투갈어를 읽을 수 있다면 지역 신문에 대해 알고 싶어할 테니 주요 신문들의 성향과 신문사 위치를 일러주고자 한다. 가장 오래된 일간지는 ≪조르날 두 코메르시우 이 다스 콜로니아스Jornal do Commercio e das Colonias≫(알메이다 이 알부케르크 거리 소재)이며, 제호가 말해주듯이 상공업 계층의 이해와 식민지 문제를 주로 다룬다. 다음으로 오래된 문은 ≪디아리우 드 노티시아스Diario de Noticias≫로 지금은 신문 이름을 딴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신문은 그야말로 정통 신문으로 발행 부수나 구독자 수가 상당하며, 공화국 체제 안에서 보수적인 원칙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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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봤듯이 리스본에는 예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감성을 자극하는 수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포르투갈을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수도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리스본에 처음 왔다면 누구나 테주강 유역의 비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일곱 언덕 위에서 보이는 근사한 경치, 공원과 기념비, 오래된 거리와 새로 난 대로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교외 지역 또한 그 나름대로 볼만한 가치가 있다. 리스본 근교의 풍광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답지만, 자연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건물의 아름다움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리스본 근교로 나가보도록 하자. 함께 가는 이방인은 이 짧은 여행에 쓰는 시간을 잠시라도 낭비라 여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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