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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상]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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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상]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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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56g | 130*190*30mm
ISBN13 9788970639918
ISBN10 8970639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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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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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oldbookstory   평점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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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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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안
서울에서 태어나 파리8대학에서 조형미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와 말레이시아, 인도, 네팔, 이집트 등지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파리에서의 생활과 여행을 주제로 여러 편의 에세이를 썼으며,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화가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의 『남은 생의 첫날』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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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뭐냐, 대가라고 불리는 작자들의 유일무이한 작품을 한 줄도 읽지 않았지만, 여태 잘만 살았다. 다른 사람들만큼 놀아도 봤고, 평생 먹은 밥그릇 수를 따져도 도서관에 죽치고 사는 쥐새끼 같은 놈들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평생 제 성기를 야릇한 곳에 갖다 대 보지도 못한 놈도 있는데, 내가 왜 신세한탄을 해야 하는가? 나는 아마추어 문학 서클을 싫어했다. 유명 작가가 쓴 글귀에 열광하며 찬사의 말을 늘어놓는 머저리들을 좋아한 적이 없다. 세계 평화를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적어도 열 번은 읽어야 하지만, 정확히 인류의 절반은 전혀 관심 갖지 않는 작품 앞에 엎드려 절하는 작자들 말이다. 아무리 위대한 문학작품이라 해도 불이나 감자 같은 생필품보다 중요하진 않다.
--- p.38

의약 산업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3분의 1이 머리가 좀먹고 턱을 가슴에 붙인 채 침을 흘린다면,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내는 세금으로 은퇴자들의 생계를 겨우 감당한다면, 미래가 없는 미래에 겁을 먹은 노인들이 유람 여행에도, 발기부전 치료제에도 땡전 한 푼 쓰지 않는다면, 지도자들은 텅 빈 국고를 들여다보며 안락사 지지자들을 비난하기 전에 두 번쯤은 숙고할 것이다. 불쌍한 부자 나라들! 이 빌어먹을 지구 위에는 영양실조로 죽어 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생명 연장 장치에 의존해 영양 과잉상태로 하루하루 죽음의 날을 뒤로 미루는 노인들이 있다. 굶어 죽는 아이들과 불멸을 꿈꾸는 노인들이라니! 참으로 훌륭하다. 죽어야 하지만 죽을 수 없는 노인들과 살아야 하지만 살 수 없는 아이들이 이렇게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코미디이다.
--- p.52~53

다행히도 나는 생애 최초의 비밀을 잊은 적이 없다. 많은 것이 물에 빠진 설탕처럼 사라지거나 변했지만, 그 비밀은 손상되지 않은 채 언제나 내 안에 남아 있다. 그것은 내가 이룬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이다. 나는 이런 내 믿음이 지나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것은 시시콜콜한 비밀 나부랭이가 아니라, 진짜 비밀이다. 비밀은 정신건강에 해롭지 않다. 분명 여기에 있지만, 잠드는 것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과 달리 비밀은 수치스러움이라는 단두대로부터 비밀을 소유한 자를 보호해 준다.
--- p.103

내가 아는 한, 남자와 여자에 비견할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나는 세상의 모든 여자를 갖기 위해 세상의 모든 남자가 되고 싶었다. 내 눈앞에는 그녀들이 있었고, 나는 그녀들 모두를 송두리째 머릿속으로 데려올 수도 있었다. 파리에 도착하고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나는 여러 여자들과 섹스를 했다. 훌륭한 학생이 되어 섹스가 끝나자마자 헤어질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여전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나는 길 위로 뛰어들었다. 그 여정은 대극장에서 상연되는 연극처럼, 각자 자기만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 p.181

그가 자기 몸에 붙어 있는 기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왼쪽은 탄수화물 부인, 오른쪽은 배설물 부인이라네.”
“아내와 애인이군.”
“그러게 말이야. 나는 억세게 운이 좋은 녀석이야.”
우리는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웃었다. 세상의 모든 암들이 공격해 와 우리를 독방에 가두고 먹어 치운다고 해도 웃는 것만큼은 막지 못할 것 같았다.
--- p.267

나는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런 나를 나 자신의 신으로 추대했으며, 내가 벌이는 하찮은 짓거리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모두 착각이었다. 나는 질서를 어지럽혔고, 쾌락을 좇아 터무니없는 규칙을 만들어 선포했으며, 기존의 규칙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기 위해 나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고, 화려한 포장으로 그 이름을 감쌌다. 그것이 전부였다.
무국적의 카멜레온처럼 나는 수많은 이름으로 거의 모든 대륙에서 살았다. 나이지리아, 브라질, 홍콩, 마카오, 소련……. 다 나열하자니 지나치게 목록이 길다. 여하튼 때로 나는 미국인이었고, 덴마크인과 네덜란드인이었으며, 프로테스탄트이거나 유대교도, 애니미스트이기도 했다. 매춘부를 양성하는 사육자였는가 하면, 기업의 CEO였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발품을 파는 세일즈맨이기도 했다. 인간의 대비극 속에서 내가 거절한 역은 없었다.
--- p.274~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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