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집단주의 전통이 매우 강합니다. 지금도 전국시대나 막부 말기 무사들이 할복하는 정신을 리더십의 바람직한 모델로 내세우는 나라이니까요. 그러나 그런 빛나는 전통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음을 『누구』는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으로 등장
한 SNS가 관음증과 노출증만 잔뜩 보여주고 실제로는 인간관계를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아마 소설을 읽은 독자는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서둘러 SNS 계정을 닫아버리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게 될 것입니다. ---p.37,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
회사와 가족만을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가 이제 숨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50대인 700만 명에 이르는 1차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은퇴가 시작되고, 40대인 600만 명에 이르는 2차 베이비부머(1968~74년생)의 대부분은 자식들 교육 때문에 등골이 휘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저 앞만 보고 평생을 달리느라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그들이 불안, 화, 우울, 분노, 탈진, 돈 등의 화두에서 벗어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p.167, 「당신,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획기적인 정책 도입이 시급합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동네마다 들어서 있는 서점에서 독자들이 자신만의 감식안으로 책을 자유롭게 고르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네 오프라인서점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출판사들이 영세 오프라인서점에는 책을 싸게 공급하지 않기에 그들은 할인판매를 꿈도 꾸지 못합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서점이 같은 가격에 책을 판매할 수 있어야만 독자가 양질의 책을, 언제 어디서나,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완전 도서정가제입니다. ---p.188, 「‘올해의책’을 믿으십니까」
안철수와 정신적 동지로 ‘청춘콘서트’를 함께 진행했던 ‘시골의사’ 박경철의『자기 혁명』(리더스북)과 딴지일보의 팟캐스트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를 정리한 김어준의『닥치고 정치』(푸른숲)는 가을 출판시장을 강타했습니다. 안철수와 박경철은 ‘청춘콘서트’를 6년 동안 진행하며 “이유 없는 슬픔, 형언할 수 없는 아픔”에 빠져“시퍼런 절망의 칼을 가슴에 품고”사는 이들의 자조와 체념을 정확하게 읽고는 공감할 수 있는 말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pp.244-245, 「2011년 출판 키워드 ‘위로’와 ‘공감’」
지난 5년 동안 출판시장에는 ‘셀프힐링’ 바람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오죽하면 출판시장의 유일한 트렌드가 ‘셀프힐링’이었다고 말했을까요. 셀프힐링의 대표적 사례가 ‘버킷리스트’ 실천하기였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힘들어도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일에만 집착할 수는 없지 않나요? 산목숨들이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하면서 어떻게든 일어서려는 움직임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습니다. ‘스탠딩’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pp.267-268, 「‘정료지광(庭燎之光)’의 지혜」
언젠가 한 출판인과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출판인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옛 국군 기무사령부 터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분관으로 거듭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그 근처의 정독도서관을 전 세계에서 출간된 미술과 디자인 관련 서적을 모두 구비한 전
문도서관으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지금 정독도서관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公試족이나 입시생이 주로 들락거리는 평범한 도서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 도서관을 새로 정비하고 주변의 정부 소유 건물이나 땅은 모두 예술과 관련된 장소로 리모델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종묘가 있는 종로3가부터 인사동, 관철동, 삼청동, 평창동에 이르는 도시 일대를 예술마을로 확실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p.312, 「정독도서관을 미술?디자인 도서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