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삶이 무언가를 배우고 경험해서 인풋을 내 안에 차곡차곡 쌓는 시간이었다면 그때는 그간의 인풋을 짜고 짜내어 무언가를 계속해서 내놓아야 하는 아웃풋의 시간이었다. 이를테면 공연 콘셉트, 제목, 세트리스트, 연출 방향, 비디오 시놉시스, 대본, 무대 디자인, 연출 아이템 같은 것들을 쉼없이 만들어내고, 채택되고, 까이고, 또 만들어냈다.
--- p.88, 「공연 기초체력 증진 기간」 중에서
초보 PD 시절, 나 역시 이 같은 이유들 때문에 플랜 B의 유혹에 순간순간 많이 넘어갔고, 더 좋은 연출안이었던 플랜 A를 해내지 못한 사실을 외면하기 위해 ‘잘 끝냈다’, ‘수고했다’는 겉치레 인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뒤풀이의 알코올에 기대기 일쑤였다. 배수의 진을 치는 마음으로, ‘플랜 B로라도 어떻게 넘어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대신 ‘최선의 그림인 플랜 A를 생각해내고 그것이 현장에서도 꼭 이루어질 수 있게 하자’라는 의미에서 PLAN A라는 이름을 지었다.
--- p.100, 「PLAN A, 최고를 만듭니다」 중에서
연출의 입장에서는 어두울 때 공연을 해야 관객의 공연 몰입도를 제고할 수 있다. 어두워야 조명과 영상이 선명하게 보이고 암전도 확실히 잡을 수 있어 공연의 다이내믹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야외 공연에서는 ‘일몰’이라는 자연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 인간 세계의 법칙도 따라야 한다. 공연장 규정에 따라 밤 10시 이후에는 공연을 진행할 수 없었고, 3시간에 육박할 러닝타임과 대규모 관중의 입장이 늦어질 가능성, 그리고 대중교통 등 관객의 귀가 시간을 고려해 공연 시작은 오후 6시 30분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 p.277, 「承 pt.2_거대한 시작, 서울 잠실주경기장: 2018년 늦여름」 중에서
FOH(Front Of House)
공연을 진행하는 ‘여러 파트 감독들과 컨트롤러 등이 모인 곳’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보통은 연출, 음향과 프로툴, 조명, VJ, LED 컨트롤, 전식, 카메라 스위칭, 레이저 등의 파트별 감독들과 필요 장비가 자리를 차지한다. 중규모 이상 공연장부터는 그때그때 FOH의 위치가 조금씩 다르다. 공연 진행에 필요한 각 팀의 컨트롤 장비와 인원을 조사하고 이를 합산(과 테트리스를)해 FOH 전체 사이즈를 산출하고 도면에 표기한다. 이 도면을 기반으로 운영팀에서 사석을 제하고 좌석을 설계한다.
--- p.318, 「착한 오리의 공연 용어 사전-FOH」 중에서
〈SY 투어〉가 지금껏 케이팝에서 아무도 상상해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투어였던 만큼, 우리에게도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했다. (…) 낯설거나 어려워 보이는 일을 자기방어적으로 기피하는 데는 보통 이런 핑계의 클리셰가 무조건 반사로 작동하는데, 이 무조건 반사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와야 한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쇼를 만들려는 의지’, ‘관객, 아티스트, 스태프 모두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사명감’ 같은, 진부하지만 잊기 쉬운, 공연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궁극의 가치들이다.
--- p.326, 「結 pt.1_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북남미-유럽-일본 스타디움 투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