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야.
우리의 콤플렉스는 우리 자신이 먼저 바로 보고, 다독거려주고, 또한 경영해야 한다. 자기 콤플렉스의 경영에 성공하는 자는 삶의 경영에 성공하는 자이다. 큰애 네게 바라는 것은 네가 너 자신을 좀더 너그럽게 포용해주는 것이다. 너 자신을 네가 이해하고 용서하지 않으면 너는 언제나 외롭고, 또한 상처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 제2장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큰애 병수에게> 중에서
죽음이라는 고독 속에 산 내 젊은 날. 작가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잔인한 고독에 눌려 끝내 죽었거나, 아니면 차가운 세상 때문에 내 영혼이 썩어 오욕의 땅에 묻혔거나 했을 것이다. 작가라는 이름에게서 신인 시절이나 지금이나 나는 너무나 많은 은혜를 받고 있다.
그 이름에게 광영 있을진저!
--- 제4장 <'문학, 목매달아 죽어도 좋은 나무'> 중에서
아름아.
사랑은 하나의 고유명사이다. 네가 젊은 날 한 청년을 만나 사랑하게 되면 이 세상에 그는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남자가 된다. 그의 이름으로만 세계가 열리고 그의 웃음으로만 행복으로 가는 터널이 생긴다. 하지만 이 유일해지는 사랑의 본질은 야생마와도 같은 또 다른 격정과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삼가함과 기다림의 시간적 세례를 통해서만 만남과 사랑은 신뢰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는 것이다.
--- 제1장 <사랑하고 또 결혼할 딸에게> 중에서
아내의 지론에 따르자면 인간에겐 평생을 통해 공평하게 복이 분배되는데, 문제는 자신의 복을 복인 줄 알아보고 성실히 챙기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아내는 그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모양이고, 그 자부심이 근거가 있다고 나는 요즘 생각하며, 그것이 우리집을 화평하게 유지시키는 축이 되고 있다.
--- 제3장 <아내의 복> 중에서
병일아.
네가 어른이 돼서 무엇을 하며 살든, 어디에서 무엇이 되든 네 삶의 텃밭을 가꾸고 살기를 나는 바란단다. 유창한 말이 아닐지라도, 화려한 치장과 값비싼 축적이 없을지라도 네 영혼과 네 인생의 안뜰이 튼실하고 정갈하다면 너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돼 있는 것이라고 아빠는 확신해. 작은 밭 큰 밭 가릴 건 없어. 비록 작은 밭일망정 사랑으로 가꾸면 아주 큰, 풍성한 밭이 되거든.
--- 제2장 <캐나다에 가 있는 병일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