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 모두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강아지나 토끼나 산에 사는 노루나 늑대나 호랑이나 모든 짐승들은 사람들이 벌이는 그 무시무시한 전쟁 같은 건 절대하지 않잖아요. 총칼도 안 만들고, 핵폭탄도 안 만들고, 거짓말도 안 하고, 화도 안 내고, 몰래 카메라가 없어도 도둑질도 안 하고, 술 주정뱅이도 없고, 가짜 참기름도 안 만들고. 덫을 놓아 약한 짐승도 안 잡고, 쓰레기도 안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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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달이와 아저씨가 나누는 이야기가 참 좋았어요. 마치 옆에서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죠.
'달아, 사람 다리가 몇 갠지 아니?'
'두 개.'
'개 다리는 몇 개?'
'네 개.'
'그럼 달이 다리는?'
'세 개.'
'에구, 달이는 사람도 짐승도 아닌 도깨비구나. 아니면 무시무시한 괴물이고.'
'아니야, 달이는 그냥 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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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저씨는 나이 예순 살이 넘은 건지, 아직 예순 살이 덜 되었는지, 어정쩡한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아직 새파란 젊은이 같기도 합니다. 생긴 것도 그래요. 누구는 동글동글한 호떡처럼 생겼다고 하고, 누구는 덜 굽힌 군고구마같이 생겼다고 그러고, 또 누구는 어느 길가 비쩍 마른 장승처럼 생겼다고 하고, 누구는 남자인데도 하회탈 가운데 각시탈처럼 예쁘게 생겼다고 하거든요.사람 생김새야 모두 비슷해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 않겠어요?
그러니 그 통나무집 주인 아저씨도 보통 사람처럼 생겼다고 하면 가장 확실하겠지요. 그 아저씨하고 달이는 아침 일찍 들로 갑니다. 어느 날은 아저씨가 경운기를 탕탕 끌고 달이가 뒤에 올라타고 가기도 하고, 어느 날은 그냥 괭이나 호미를 메고 가면 달이가 겅정겅정 따라가기도 합니다. 콩밭에 풀을 매다가 밭고랑에 앉아 쉴 때면, 달이도 곁에 와 앉습니다. 그럴 때면 둘이서 애기를 한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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