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 모델’은 ‘인류는 진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Yes’를 제시하고 있다. 인류는 착실하게 진화, 진보하고 있다. 분명히 3가지의 비非정신적, 비종교적인 시대 동안 현실과의 접점은 점점 잃어버렸다. 하지만 각각의 시대는 그보다 앞의 시대보다는 확실하게 개선되었다. 어느 시대든 인간이 진화의 계단을 올라가도록 했으며 더욱 높고 성숙시켜 그 정신적 의식을 향상시키고 있다.
모든 카스트 혁명과 그 시대는 새로운 고난과 문제를 인간에게 준다. 하지만 동시에 이전의 시대에 있었던 고난과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 pp.66-67
‘성 모델’이 말하고 있는 것은 이것이다-미래는 진테제(통합명제)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달리 말하면 개인, 사회, 정치, 경제, 종교 등 인생의 모든 레벨에서 선사시대의 여성적인 음이라는 근원과, 유사 이래 지금까지 발전해온 남성적인 양의 완전한 통합이다. 이 진테제는 여성원리와 남성원리가 균형을 잡은 것이다. --- p.78
권위자에 대한 반항기가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이어지는가는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개개인의 자립심과 자기인식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인류 전체의 세계사에 비춰보면 바로 지금 현대이다. 연령으로 말하면 19세 정도이다.
어째서 19세일까? 현재 세계를 주도하는 가장 강력한 국가들, 예를 들면 서방국가들, 미국, 이전의 소련 등의 대국이 사물을 보는 관점이 이 연령과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새삼 말할 것도 없이 이것은 인류의 ‘평균적인’ 연령이다. 다른 국가들이나 문화는 더 어린 경우도 있으며 주도적인 국가보다 ‘연장年長’인 국가도 있다. --- p.93
아시아의 유교권-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특히 그렇다. 이러한 지역의 사람들은 돈보다 일을 중시하고 있으며, 그렇게 말한다. 만약 이러한 국가들과 접해본 경험이 없었다면, 전 세계가 근대의 서구세계와 마찬가지로 돈만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노동자 카스트의 세계관 같은 것은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인생을 보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신화가 아니다. 지금부터 소개하듯이 앞에서 소개한 유교권의 국가들은 ‘노동자의 시대’를 그 정점으로 이끌게 된다. --- p.136
이러한 계급구성은 기술자와 같은 전문가도 모두 노동자 카스트에 속해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변호사나 의사, 과학자, 나아가 직업군인까지도?
그것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에 의해 정해질 것이다. 만약 기업에 고용되어 보수를 받고 있는 기술자라면, 설령 그 보수가 고액이라 할지라도 노동자 카스트의 일개 노동자가 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보스이고 기술관계의 사업을 직접 시작해 그 회사나 사무소의 소유자라면 그 기술자는 상인 카스트에 속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구분은 애매해지기 쉽다. 같은 기술자라도 상인 카스트도 아니고 노동자 카스트도 아닌, 정신, 종교 카스트에 속하는 경우도 있다. --- p.153
현재의 카스트, 노동자 카스트의 세계관과 가장 파장이 잘 맞는 것은 극동에 있는 국가들이다. 그렇다면 이미 시작된 ‘노동자의 시대’의 정점단계에서 세계 톱에 서는 것은 극동의 국가들일 것이다. 하지만 세계의 톱에 선다고 하더라도 현재처럼 한 나라가 홀로 서는 형태는 아니다. 세계가 블록으로 나뉘는 이상으로 현재와 같은 단독 국가로는 어떠한 국가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할 수 없다. 결국 세계의 흐름을 따라서 극동 국가들도 블록을 형성하고 결속하면서 세계를 이끌 것이다.
유교의 전통은 이 블록을 형성하는 국가들에 공통된 중요한 문화적 요소이다. 이 때문에 나는 극동 블록을 ‘유교권Confucio’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유교권은 일본, 중국Chinas, 조선Koreas 등으로 구성된다. 이 경우 ‘중국Chinas’은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의 총칭이다. 또한 ‘조선Koreas’이란 한국과 북한을 말한다. 한국과 북한도 머지않아 재통일되어 코리아 또는 고려라 불리는 단일국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국가들은 각각 공통된 유교의 전통에 영향을 받아, 다른 어떤 국가 또는 장래의 어떤 블록보다 ‘노동자의 시대’의 ‘우상’인 직업에 몰두하고 탐닉하며 일과 일심동체가 되어있다. 일 자체에 비해 금전이나 일의 보수에는 비교적 관심이 약하다. 따라서 유교권의 국가들이 세계 톱에 오르게 된다는 예측은 다른 어떤 블록 또는 국가보다도 노동자 카스트에 깊이 속해있다는 근거에 바탕을 둔 것이다. --- p.167
유교권과 유로파의 두 블록이 형성되어 발전되고 통합되면, 미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이 거기서 제외되어 경제적으로도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설령 NAFTA와 CIS에 각각 가입해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도 러시아도 북쪽의 2개의 거대 블록과의 경쟁에 단독 국가로서 이기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역사상 현재 시점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언젠가는 캐나다 및 멕시코와 함께 (멕시코가 NAFTA에 남는 경우), 정치적으로 손을 잡고 서로의 경제를 통합해 북쪽 제3위의 거대 블록을 형성할 것이다. ‘북극권’이라 이름을 붙인 이 블록은 ‘유교권’, ‘유로파’에 이어 세계 제3의 강력한 블록이 된다.
어째서 ‘북극권’이라 이름을 붙였는가? 그것은 이 블록의 핵이 되는 3개의 대국이 북극을 둘러싸고 이웃해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블록에 공통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 구성국이 ‘지역’을 이루고 있다는 것, 즉 지리적으로 근접해있다는 것이다. 시베리아의 동쪽 끝과 서쪽 알래스카 연안은 베링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위치에 있지만, 우리들은 러시아와 미국을 이웃나라라고 생각하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만약 세계를 있는 그대로 공모양으로 보면(우리들은 세계를 평면적으로 펼친 메르카토르 도법의 지도에 익숙하지만, 이것은 말하자면 측면도이다. 이 도법에서는 미국과 러시아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캐나다, 미국(알래스카주), 러시아는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함께 북극권의 지역 공동체를 구성하는 이웃국가이다. --- p.175
앞의 장에서는 세계의 패권으로 향하는 정신, 종교 카스트의 ‘개척단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 장에서는 다음의 ‘혁명과 발전단계’, 즉 종교혁명의 시대를 묘사한다. 이 단계는 근대에 들어서 첫 종교혁명인 이란의 이슬람 혁명이 진행된 해, 1979년~80년에 시작되었다. 이 단계가 끝나는 것은 21세기 후반의 어느 한 시기일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는 현재의 ‘노동자의 시대’의 정점단계와 겹친다.
우선은 이 단계의 혁명적 측면, 다음에 발전적 측면에 대해서 살펴보자. ‘혁명적인’ 측면은 일반적인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 이 패턴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했으며 반복이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것이다. 어떤 카스트 시대라도 어떤 카스트가 세계의 패권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혁명-이 경우는 종교혁명-은 그 시대의 패권의 중심 ‘이외의’ 장소에서 발생한다. 즉 세계를 지배하는 카스트-이 경우는 노동자 카스트-의 주요 권력의 거점 이외의 지역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혁명은 선진공업국가에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예측해도 틀림은 없을 것이다.
기독교의 원리주의자가 미국 정부를 힘으로 타도해 정권을 빼앗는 일은 없을 것이다. 중세처럼 바티칸이 유럽을 제패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창가학회를 모체로 하는 공명당이 일본의 1당 지배 정당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무니moonies’(문선명이 창시한 통일교회의 신자)가 한국정부를 장악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급속히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유대교 초정통파인 하시드파가 브루클린을 지배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종교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지역(거의 모두 경제발전상황이 늦고, 공업화도 그다지 진행되지 않은 제3세계의 국가로 세계 패권의 중심에서 떨어진 지역)은 ‘종교벨트’라 부를 수 있는 지역이다. 이것은 동티베트, 방글라데시, 부탄에서 인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를 거쳐 아랍국가와 이스라엘, 나아가 북아프리카에서 모로코로 이어지는 띠 모양의 지역이다. 몇 십 년 후에는 이 지역에 4개의 블록이 각각 매끄럽게 연결된 단일 연방으로 형성될 것이다. --- p.252-253
현재의 ‘노동자의 시대’에는 존경의 대상이 다시 바뀌었다. 존경받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노동자이어야만 한다. (중략) 직업을 가지고 전문적인 일을 하며 기술이나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만약 엔지니어나 과학자, 컴퓨터의 전문가, 관리자, 특수기술자, 의사, 변호사, 비서 등이 아니라면, 또는 9시부터 5시, 아니면 더 긴 시간이라면 좋겠지만 여하튼 일정 시간 일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증명할 수 없게 되었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도 대답을 할 수 없다. ‘어떤 분이신가요?’. 현재의 ‘노동자의 시대’에는 자신의 정체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직업이다.
‘상인의 시대’의 노동자처럼 상승하는 정신 카스트의 멤버는 현재에는 존경도 받지 못하고 중시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만약 명상에 빠져있다면 노동자 카스트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현실도피’로 간주된다. 교회나 시나고그의 목사나 승려, 또는 랍비로서 일하고 있지 않은 독립된 정신적 구도자는 ‘기인奇人’으로 취급된다. 동물보호의 운동가는 ‘광신적인 테러리스트’, ‘올바른 행동’을 추구하는 활동가는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자’, 페미니스트나 그 밖의 권리를 주장하는 활동가는 ‘브래지어를 태워버리는 남성혐오주의자’인 ‘레즈비언’, 채식주의자나 에스페란토주의자는 ‘기괴한’, ‘지나치게 호기심 많은’ 사람으로 취급된다. 마리화나? 하시시를 피우면 ‘범죄자’, 정신성지향의 예술가나 작가, 뮤지션은 만약 저명하다면 ‘엔터테이너’라 불리지만 그렇지 못하면 ‘비현실적인 몽상가’이다. 자기희생보다 ‘자기’를 소중히 하는 사람은 ‘나르시시스트’, 그리고 일상적인 직업을 회피하는 사람들은 ‘게으름뱅이’, ‘기생충’이라 불린다(이러한 딱지가 적절한 경우도 많지만 타인의 행동을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 누가 이러한 판단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핵심은 남에게 존경을 받으며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정신 카스트의 사람들은 노동자worker를 흉내를 내 노동자 행세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잘 나타내는 예는 정신성 지향의 사람들이 ‘워크work’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단어를 글자로 쓸 경우에는 대문자로 시작되는 ‘Work’라고 쓴다. 정신 카스트의 사람들은 광범위한 심리적, 신체적, 정신적 테라피나 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 경우도 ‘Work’를 사용한다.
‘Body Work’, ‘Growth Work’, ‘Inner Work’, ‘Work on Oneself’, 또는 단순하게 ‘The Work’ 등이다.
‘노동자의 시대’ 이전의 일이 중시되지 않았던 100년 전과는 달리, 이 말은 상당한 권위가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워크’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그것에 가치가 있는 지 없는 지와는 상관없이 왠지 진지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자유주의적인 정신 카스트가 과학기술이나 컴퓨터 관련의 용어-이것도 노동자 카스트의 세계관에서는 매우 권위가 있다-를 사용하는 것도 흉내 내기 도구 목록 중에서 매우 효과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용어로는 ‘프로세스’, ‘프로그램된’, ‘퀀텀(비약적인)’이 있다.
정신적 전도사가 자신의 기술이나 숙련도, 전문성, 과학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모방의 예이다. 요가의 지도자, 테라피스트, 무도武道의 사범, 인도의 구루, ‘올바른 행동’을 제창하는 활동가도 형태는 다양하지만 자신의 숙련도나 전문성을 내세울 것이다. ‘검은띠’, ‘명인’, ‘이러이러한 자격의 소유자’ 등의 권위의 증거를 사용한다.
--- pp.26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