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자와 걸인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왜냐하면 부랑자와 걸인이라는 용어가 각기 다른 상황과 처지를 모두 지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용어는 전통적인 룸펜, 철새 노동자, 행방을 감추고 떠도는 젊은이, 조직화된 무리, 무주택자, 사회에서 축출된 자들, 소외계층 등 너무도 다양한 상황을 하나로 묶고 있다. 사실, 이들은 법률적으로는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지만 윤리적으로는 엄격한 시각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 관한 명확한 지식은 아직 없지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현상 중 일부는 비교적 잘 입증되어 있다. 이 장에서 여러분은, 부랑자의 범위를 정확하게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사회집단의 부랑행위관리법에 대해서는 명백히 기술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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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냥하는 걸인을 만나면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인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돈을 줄 것인가, 아니면 쫓아버릴 것인가? 우리는 여러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걸인의 고객으로서 지하철 안에 앉아 있는 승객들은 가장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이다. 이들 중 일부는 적선을 하기도 하고, 일부는 눈을 내리깔고 있으며, 일부는 '일자리나 찾지 그래'라고 중얼거리기도 한다. 어쨌든 구걸하는 사람 앞에서는 누구도 무관심할 수만은 없으며, 각자 돈을 줄 것인가 말것인가를 마음속으로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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