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가 다시 물었다.
“내가 세자가 되겠다고 하면 남자가 일구이언 한다고 생각할 거요?”
너무 엄청난 말이라 자인은 두 눈만 크게 떴을 뿐이다. 휘는 다른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은 채 마주 누워 나직하게 계속 입을 열었다.
“내가 지난번에 세자가 되지 않겠다고, 그것을 피하고 싶어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지낼 거라고 했던 말 기억하오?”
“네.”
“그 말은 이제 잊으시오, 부인.”
자인은 이미 단호한 결심이 깊게 새겨진 그의 눈을 보며 그저 듣기만 했다.
“그렇게 지내도 주변에서 나를 살려두지 않을 것 같아 그러오. 나도 살고, 당신도 살고,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이도 살려면 내가 세자에 올라 장차 보위에 오르는 길 외에는 없을 듯하오.”
휘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이어 말했다.
“나는 살고 싶소, 부인. 그래서 당신과 함께 있고 싶소.”
그의 살고 싶다는 말. 순간 자인은 자신이 궁에 대해 가졌던 두려움이 실로 약과임을 깨닫고 말았다.
자인이 있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있다. 그가 세자가 되지 못하면 그리고 보위에 오르지 못하면 신빈이 그녀를 할퀼 것이고, 어쩌면 신빈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등장해 자인을 이리저리 흔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도 살고 자인도 살게 하려면 이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위해서도 그럴 것이다.
“나는 세자가 될 것이고 보위에 오를 거요.”
자인은 두 눈을 깊게 감았다 뜨며 휘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서방님께서 마음에 담은 유자인은 지금의 저입니까? 아님 보위에 오른 전하 곁에 있는 중전입니까?”
휘는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그녀의 단아한 눈썹과 아담한 코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통통한 입술에도 가벼이 입을 맞췄다.
“나를 정신없이 당신이라는 여인에게 빠지게 만든 사람은 지금의 당신, 유자인이고, 내 안에 나도 모르던 감정과 분노를 깨워 일으킨 사람도 바로 지금의 당신, 유자인이고, 어떤 경우든 당신을 생각하면 위로를 얻고,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만든 사람도 바로 지금의 당신, 유자인이오.”
자인은 그에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제가 성큼 자라 서방님을 슬프게 하지 않겠습니다. 서방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아나 솔직히 지금 당장은 못 합니다. 그러나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래서 서방님이 저를 의지할 수 있도록, 제 품에서 쉴 수 있도록 그리 자라겠습니다.”
휘는 그녀를 으스러져라 꼭 끌어안았다. 그러자 자인이 애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숨 막혀 죽을 것 같습니다, 서방님.”
그녀의 음색이 그를 편하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휘는 잔잔하게 웃으며 더욱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내가 이리 그녀를 사랑한다. 내가, 이휘가 그녀를 이토록 사랑한다.
휘는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서서히 겹치며 속삭였다.
“당신을 은애하오, 유자인.”
순식간에 자인의 눈에 습기가 가득 고여 들었다. 휘는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벼이 겹쳤다 떼며 다시 속삭여주었다.
“당신만을 은애하오, 유자인.”
그리고 휘는 그녀의 이마와 눈, 코, 그리고 다시 입술에 입맞춤을 해주며 말해주었다.
“당신이 내 전부요, 당신이 내 의미고, 당신이 나를 살게 해줄 거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