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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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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플레이리스트

: 프로듀서 김진우의 음악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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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50*225*20mm
ISBN13 9791198006738
ISBN10 1198006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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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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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옳고 그른 두 가지 말고도 더 많은 다채로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깊이 자각하며 쓴 이 책의 내용은 오로지 내 기억의 창고에서 끄집어낸 것이다. 내 자손들은 자랑스러운 선조들의 삶을 알기를 바라고, 또 애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왔는지를 보아 각자의 삶에 참고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 pp.8~9

이제 과거도 미래도 생각지 않고 현재 있는 그대로의 아내의 모습이 좋다.
엄마와 누님들의 경우를 보며 학습된 걸 종합하면 ‘여자가 아픈 것은 모두 남편 탓’이라는 것이다.
--- p.52

선배 중에는 예술가가 많았다. 작곡가 현제명, 박태준 선생일 비롯하여 시인 박목월 선생도 우리 학교 졸업생이셨다. 당시 국어과 김성도 선생은 ‘따따따 따따따 주먹손으로 따따따 따따따 나팔 붑니다. 우리들은 어린 음악대. 동네 안에 제일가지요.’ 하는 동요의 작가로 알려져 있었는데 그 인지하고 천진스런 웃음은 사춘기 우리들에게 인간의 모습은 이래야 한다는 믿음을 심어주셨다.
--- p.59

지금이야 음악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60년대와 70년대는 음악감상실을 가지 않고는 오리지널 원판을 들을 길이 없었다. 6.25 때 다른 재산은 다 버리고 트럭에 음반만을 싣고 피난 온 분이 대구극장 맞은편에 음악감상실 하이마트를 열어 피난 온 예술가들의 지적인 갈증을 음악으로 풀어주셨다. 돌아가실 때 가족에게 헨델의 〈메시아〉 음반을 관 속에 넣어달라고 하신 그분의 임종사는 너무나 아름답고도 가슴 저미는 최후였다. 지금도 하이마트는 가족들이 대를 이어 운영하며 적자임에도 닫지 않고 ‘녹향감상실’과 함께 대구 자존심의 원천으로 자리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 대구의 음악적인 환경은 하이마트라는 감상실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젊은이들의 감상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이때 말러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을 들으며 고전음악 위주의 음악에서 벗어나 좀더 진보적인 음악세계로 나아갔다.
--- p.63

1972년 8월 중순, 입대 일주일 전 첫사랑 집에서 국수가 목에 걸린 사건도 있었고 무더운 대구의 8월 날씨에 50사단 신병훈련소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세숫대야 하나로 세수와 빨래를 끝내고 푹푹 찌는 내무반에 누우면 여기는 현실이 아니고 지옥이 틀림없었다. 늦은 밤 화장실에서 대구 시내의 환한 불빛을 보며 소피아 생각과 암울한 군대생활에 대한 불안으로 절망감만 쌓여갔다.
--- p.72

매일 새벽 라디오 듣는 즐거움으로 일등병 시절을 견뎠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영화 속 어느 장면처럼 전쟁터에서 음악 한 곡이 인간의 잔혹성과 폭력성을 한순간이나마 순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한 것이다.
--- p.74

주말이면 방천시장 부근을 어슬렁거리곤 했다. 혹시나 좋은 축음기가 나오지는 않았나 살피며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다. 포터블은 3만 원, 중형은 5만 원에 구입하여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는데 내가 나타나면 고물장수들이 “오늘 물건 하나 있는데 얼마 받으면 되겠습니까?” 하며 감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앞면은 문정숙의 〈나는 가야지〉, 뒷면은 최무룡의 〈꿈은 사라지고〉가 수록된 디스크는 그 시절에 구한 SP디스크 중 하나다.
--- pp.91~92

11월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숙직 담당이 되어 사무실에서 있는데 어떤 사람이 보안사령부 소속의 요원이라며 국장을 찾는 것이었다. 집으로 전화를 연결시켜 주자 “아, 국장님. 태백공사(보안대) 아무개입니다. 내일 오전 이무일 사장님이 좀 나오셔야겠는데요. 아니 별일 아닙니다. 그냥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서울 이병철 회장도 서명 다 하셨습니다.” 했다. 이른바 ‘언론 통폐합’ 사건이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민심 수습과 강압통치 연장을 위해 전국의 신문과 방송, 통신사의 통합과 폐합을 단행한 것이다.
--- pp.94~95

음악 선곡에 있어 나의 기준은 듣기 편하면서도 품위 있고, 새로우면서 어렵지 않은 음악을 찾아내는 것이다. 수만 장의 레코드 중에서 하루 20여 곡을 고르는 작업은 쉬워 보일 수도 있으나 입력된 데이터에서 그날의 날씨, 사건에 맞는 음악을 고르는 실력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두 시간의 프로그램 안에 인트로, 전개와 마무리의 세 단계를 설정하여 격정, 평안과 위로를 담아서 물 흐르듯 구성해야 한다.
--- p.101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부모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애비로서 부족함이 있었다 해도 너그럽게 이해해주기 바란다. 너희들도 자식을 가졌고 그 자식에게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 세상에 이상적인 부모 따위는 없다’는 말을 변명에 대신한다.
--- pp.218~219

우연히 부암동 보석연구소 ‘애족’에서 아르헨티나 탱고를 접하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탱고는 댄스스포츠 교실에서 배운 탱고와는 음악과 동작이 완전히 달랐다. 이민 온 부두 노동자들의 음악이기 때문에 음악 속에 비애와 고통, 아쉬움이 흐른다. 아르헨티나 교민 출신인 공명규 씨가 선생인데, 그는 프로 탱고인이었다.
--- p.247

최근 왕가위 감독의 명작 〈화양연화〉가 리마스터링 되어 대한극장에서 재개봉되었는데 ‘유메지의 테마’가 흐르는 장면의 영상미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두 번을 다시 보고 〈중경삼림〉 〈해피투게더〉도 거듭해 보면서 느낀 점은 ‘영화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 pp.252~253

선산 김씨 후손이라면 최소한 집안의 내력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본다. 나도 젊을 때 아버지께서 귀에 못이 막이도록 “우리는 양반”이라고 하셔서 오히려 반감을 가진 적도 있었다. 나도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조차 아버지께서 알고 계신 역사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안 만큼은 내 자식, 손주에게 알리고 싶다.
--- p.258

함께 일했던 작가 김영심 씨는 나를 ‘낭만 진우’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여러 후배들도 로맨티스트로 나를 기억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한편으론 타인의 힘듦이나 고난에 무관심하지나 않았는지 지금에서야 반성을 해보지만 이른바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이라는 말을 인생의 종착점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지금의 잣대로는 이해할 수 없고 용납 안 되는 일이 과거엔 일상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일은 위험한 일이고 어느 시대건 그 시대정신을 뛰어넘는 사고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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