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는 소위 잘 나가는 여성이다. 와인회사의 주임으로 일하면서 꽤 많은 월급을 받고 있다. 근무시간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 일하면서 대학도 다닐 수 있었다. 이제 몇 개월 후면 대학 학위를 받게 된다. 내년에는 잠깐 일을 쉬면서 로스쿨에 지원하고, 결혼도 할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마음씨 좋고 다정한 남자, 윈스턴과 약혼식을 올렸다. 친구들은 미래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줄리아의 삶을 부러워하지만, 정작 그녀는 불안과 초조로 인한 만성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사실 줄리아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4년간 줄곧 A학점만 받으며 잘해왔지만, 혹시나 마지막 학기에 무슨 일이라도 생겨 학위를 받지 못하면 어떡하나 불안해하고 있다. 잘못해서 한 과목이라도 점수가 좋지 않아 통과하지 못하면 어쩌지?…(중략) 만약 내년 봄에 로스쿨에 지원하여 입학 허가를 받게 되면 여름에 이사를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겨울에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줄리아는 지금껏 화창한 봄날의 야외 결혼식을 꿈꿔왔다. 추운 겨울날에 결혼식이라니? 어렸을 적부터 그토록 기다려왔던 결혼의 꿈을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을까?
윈스턴이 결혼 일정에 관해 말을 꺼낼 때마다 줄리아는 말끝을 흐렸다. 일정뿐 아니라 몸매도 걱정이었던 것이다…(중략) 줄리아는 낮에 여러 가지 고민들을 곱씹어본 탓에 밤에는 눈을 붙이지도 못했다. 이젠 건강마저 염려되기 시작했다. 쉽게 피곤함을 느끼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다. 과연 이 상태로 결혼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녀는 몹시 걱정스럽다. --- Part1 '걱정이 뭐길래' 중에서

오랫동안 걱정과 불안이 지속되어 왔다면 범불안장애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범불안장애는 인구의 약 5퍼센트가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한 불안질환이다. 제어되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고 과도한 걱정에 범불안장애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후, 만성불안과 그 치료법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었다.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에서는 범불안장애를 진단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 지난 6개월 간 지나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린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다.
② 걱정을 조절하기가 매우 어렵다.
③ 다음 증상들 중 3가지 이상이 나타난다.
* 초조함 및 예민함, 쉽게 피로해짐, 집중력 저하, 성급함, 근육긴장, 수면장애

유난히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걱정도 팔자’라는 속담을 몸소 실천하고 사는 이들은 불안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산다. 이처럼 걱정과 불안이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면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해지기 마련이다. 세계 최초의 억만장자이자 염려증 환자로 유명한 하워드 휴즈가‘위생적으로 통조림 따는 법’을 노트 3장에 빼곡히 적은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는 서류에서 병이 옮을까 걱정해 결제를 받는 직원들의 손에 반드시 흰 장갑을 끼게 했다고 한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나칠 정도로‘만약에 …라면 어쩌지?’란 생각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br/>주위를 둘러보라. 가정과 직장, 연인이나 자녀에게 잘못 생길 수 있는 일들을 혼자 상상하다가 불안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자신을 돌이켜보자. 혹시 잘못될 수 있는 온갖 경우들을 생각하느라 깨어있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br/><br/><b>지긋지긋한 걱정,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b><br/>어느 일요일 오후, 어윈은 가족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문득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2차선 도로의 커브길에서 차를 돌리려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조금만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다면 우린 모두 그 자리에서 죽게 될 거야!’란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br/>어윈은 자신의 생각에 화들짝 놀랐다. 이는 책임감이 강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차가 시야에 들어오자 어윈의 마음속에 또다시 위험한 생각이 튀어올랐다. ‘여기서 핸들을 조금만이라도 왼쪽으로 틀면 우리 식구들은 부딪히는 순간 모두 죽게 될 거야.’ 어윈은 소름끼치게 놀랐다. 왜 이런 불안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걸까? 나도 모르게 자살을 원하는 걸까? 불길한 느낌이 고조되면서 손바닥에는 땀이 나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 Part 2 '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중에서<br/><br/>과거에는 생각을 통제함으로써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위에서 소개한 어윈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생각은 강제로 통제하려 할수록 더욱 확장될 뿐이다. 생각은 생각일 뿐, 사건과는 별개라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쓸데없는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br/>이 책은 걱정으로 인한 불안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정과 자신감을 되찾는 법을 제시한다. 정신분석과 인지행동치료에 이어 제3세대 심리치료의 대표 격인 수용전념치료(Acceptance&Commitment Thrapy)에 근거, 저자의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5단계 치유법을 소개하였다. 수용전념치료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변화’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수용) 한 발짝 뒤로 물러서 관조하라고 제안한다. 그러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리란 것이다. <br/><br/><b>불안과 걱정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되찾는 5단계 치유법 </b><br/>저자가 제안하는 불안 · 걱정 치유법, 일명‘램프(LLAMP) 접근법’은 수용전념치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불안장애 환자들을 치료해 온 20여 년간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혼자서도 쉽게 실시할 수 있는 훈련법을 단계별로 제시하였다. 각 단계별로는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심리훈련들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실제로 걱정이나 불안이 엄습해왔을 때 책에서 배운 방법들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또한 걱정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계획 세우기, 시간 관리, 문제 해결, 거절과 요구-에 관해서도 실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br/><br/>살다보면 누구나 걱정이나 불안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걱정거리들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이 책의 목적 역시 걱정을 모조리 없애고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자연스런 생각들을 지나치게 제어하려는 욕심과 삶을 통제하려는 조급증에서 한 걸음 물러나 마음의 안정을 되찾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br/>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혀 고민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법을 배워보자. 5단계 불안 · 걱정 치유법을 이용하면 복잡한 마음에서 한 발짝 물러나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