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총선을 1개월 정도 남겨놓은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 남편이 다니던 탄광의 체불임금 해결을 도와달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야 해결 방법이 있을지 어떤지를 판단할 수 있으니 언제 시간을 내어 한번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이렇게 해서 '신태일광업소'에 다니던 노동자대표 몇 명과 전화를 한 김점선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문제의 탄광은 이미 임금체불 등으로 오래 전에 작업을 중단하고 사실상 폐광을 한 것과 다름없는 그런 회사였다. 70여 명의 퇴직금과 임금 등으로 1억 원이 넘는 돈을 1년 이상 체불한 채 최근엔 회사대표가 종적을 감추어버렸다는 것이다. 1년 이상 체불임금을 해결해주지 않고 있다면 왜 노동부에 고발하지 않았냐는 나의 물음에, 노동자들도 '그래서 더욱 속상하다' 며 자기들이 고발하여 회사대표가 구속되었는데 며칠 후에 풀려났더란다. 그는 '나는 군수님이 힘을 써주어서 이렇게 빨리 나왔다'며 도리어 자랑삼아 하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여럿이 된다고 했다.

이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나는, 사업주가 재산도 별로 없는 데다 도피하여 지금은 행방조차 알 수 없다보니 문제 해결이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악덕기업주를 군수 등 지역유지들이 봐준 게 사실이라면 그들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판단으로 이런 사람이 조기석방 되도록 도와준 경위를 따지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