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많은 회사들은 50대 초반이면 (회사에서) 나가서 회사와 관련 없는 일들을 하잖아요. (중략) 조직의 특징이죠. 내가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겠단 생각이 안 들었어요.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일자리를 찾을 수 없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요……. 어떤 선배들은 회사를 언제 그만둘지 정하고 다녀야 한다는 말을 했거든요. 그게 맞는 거 같아요. 회사의 다음 스텝을 정하고 일해야지, 내가 여기 뭐, ‘뼈를 묻을 거야’라는 식으로 다니면 사실 그것만큼 허무맹랑한 일이 없거든요. 그리고 회사란 데가 그렇게 보장해주는 데도 아니고요. 그래서 선배들의 조언도 타당하다 생각했어요.” _이동진(31세, 전 대기업 연구원, 현 대학원 진학) --- p. 75
“‘이제 우리 회사에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람 없지 않냐, 돈 때문에 회사 다니는 사람 없지 않냐, 다 자기실현해라, 회사에서. 더 미친 듯이 일해라’ 그런 거거든요. 그런데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람이 대부분이거든요. 본인은 그렇겠지만 우리는 아닌데……. (웃음) 자아실현해라, 그러지 않을 거면 나가라. 자아실현은 무슨 개뿔, 돈 벌려고 다니는 건데. 그렇게 착각하고 열심히 일해서 자아실현이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스펙 쌓는 대학생들이. 그 경계가 되게 모호해지는 거잖아요.” _이명선(34세, 전 IT기업 근무, 현재 협동조합 준비) --- p. 118
“옛날부터 일했던 사람들은, 옛날엔 어땠는데, 이런 얘기 많이 해요. 공연판 문화판에 있던 사람들이다 보니까, 재밌게 하고 충돌을 일으키면서 하고 그런 게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규율 아래 있고, 규격화되고, 맞춰줘야 되는 평가 지수가 명백하고. ‘더 해라, 더 해라’ 하고, 사업 계획 같은 것도 많이 조정되기도 하죠. 우리가 죽을 둥 살 둥 이번 해에 2퍼센트 맞췄는데, 내년에 더 하란 거예요. (웃음) 일을 재밌게 할 수 있는 구조라면 그래도 하겠는데, 일 압박은 들어오고 돈은 줄고 일은 더 빡빡해지고, 내라는 보고서는 많아지고. 주간 보고, 월간 보고, 집계, 매출액, 이번 주 계획, 다음 주 계획…….” _장현아(31세, 전 복합문화공간 기획자, 현 대학원 진학) --- p. 133
“운영 업무는 자회사를 만들어서 내보내, 줄이는 게 이슈였어요. 신입 공채도 안 하고, 정규직 전환은커녕 외주로 돌리죠. 자회사도 만들고, 아웃소싱도 하고. 카페테리아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우리 회사 조직이었는데, 카페테리아 자체를 ○○(아웃소싱 업체)로 넘기면서, “너네 ○○ 갈래, 아니면 그만둘래?” 하죠. 같은 공간에 같은 회사 사람으로 있다가, 외주 회사로 가면 굉장히 다르잖아요. 직접 경험해본 건 아니지만 그럴 거 같아요, 기분 나쁘죠. 필요 없는 부분엔 철저히 돈을 안 써요.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 수익과 성장률은 떨어지니까 비용을 줄이는 게…… 되게 중요한 문제였죠.” _이명선 --- p. 149
“(내 일이) 세상을 나쁘게 만드는 방향에 더 가깝다는 게 좀 더 직접적으로 느껴졌어요, 특히 2008년 이후에는. 그 전에는 금융 쪽 컨설팅을 했기 때문에 글로벌한 금융의 장점들을 (강조하며) 우리가 고객들한테 팔고 다녔잖아요. 그런데 2008년 이후 그게 사기라는 사실이 드러난 거예요. 훨씬 느낌이 오는 거죠. ‘좋은 일은 아니다.’ 간접적으로 기여한 거죠. 실무적으로는 IT를 하지만 그런 프로젝트를 팔기 위해서는 결국 같은 맥락 안에서 얘길 해요. 우리 시스템은 이런 것들이 잘 됩니다, 라고.” _이준익(43세, 전 컨설팅기업 컨설턴트, 현 비영리단체 근무) --- p. 187
“이 판이 금융자본주의라든가 고도의 자본주의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것에 봉사하는 직종이잖아요, 아무리 좋게 포장을 해도. 그렇다면 이것이 내가 20대, 30대를 고스란히 바쳐서 할 일인가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아마 저처럼 마흔에 뭐 하고 싶다가 아니라 평생 헤드헌터 하고 싶은 사람들은 자부심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도 그 자부심이 뭔지 알아요. 그런데 결국은 이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굴 위해 일하고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드니까 참……. 마흔까지 버틸 수 있을까?” _김윤진(35세, 전 헤드헌터, 현 비영리단체 근무) --- p. 193
“주말에도 시간이 없으니까, 만날 일 걱정하고 앉아 있으니까. 삶에 대해서 고민이 있어도 뭐, 그걸 어떻게 액션으로 옮길 여유 자체가 없는 거예요. 아침부터 밤까지 항상 일하고, 주말에도 거의 시간이 없고, 항상 한쪽 뇌는 일 생각이고. 비참했죠, 쉽게 말해서.” _이준익 --- p. 213
“‘나’가 계속 엷어지는? 그, 자아가 대학 다닐 땐 되게 충만하잖아요. (웃음) 나는 어떻게 살고 싶고, 어떤 사람이고…… 그런 게 계속 무뎌져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출근하고 일하다가 퇴근하고. 약간 좀비 같은 삶을 살게 되거든요.” _이명선 --- p. 214
“잘 따져보면 살면서 그렇게 큰돈이 필요한 게 아니거든요. 물론 집도 사야 되고, 애도 키워야 되고, 차도 굴려야 되고, 이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몇 억, 몇십 억이, 마치 ‘은퇴하고 나면 매달 몇 백만 원 필요합니다’ 하는 광고처럼, 있어야 되는 걸로 생각하지만, 다른 방식도 충분히 그런 걸 충족시켜줄 수 있거든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그런 생각의 전환으로, 그 방식을 바꾸는 문제인 거 같아요. (중략) 월급은 자기가 일했으니까 당연히 받는 돈,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난 기본 소득을 받고 회사에서 일한다’ 이렇게 생각을 전환하면 그 월급이라는 개념이 기본 소득이라고 볼 수도 있거든요.” _윤재훈(34세, 전 투자기업 근무, 현 협동조합카페 운영) --- p. 242
“개인이 바로 서야 공동체도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스템 속에 있지 않은 개인을 상상하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취직이 안 되고, 취직이 안 되면 먹고살 수 없고, 이런 시스템이 아니어도 개인의 역능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주변에는 귀농하고 귀촌하고 이런 사람들 꽤 있고, 그런 모델들이 많아져야 하고요. 우리 때만 해도 개인의 역능을 발휘할 기회가 있었던 거 같아요. 학생회도 했고 취직도 해봤고. 그런데 이후의 세대들은 무력감이 쌓인 거 같아서 되게 안타깝고, 진짜 너무 잘난 애들 아니면…….” _이명선 --- p. 245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보면 회피를 한 거죠. 편안하게 생활해보려고. 전, 제가 (시골로) 내려가는 것 자체가 사회에 영향을 준다거나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지극히 개인적인 삶이죠. 잘되면 다른 사람 삶을 바꿀 수도 있지만, 제가 잘된다고 해도 결국은 상업적으로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되는 거예요. 근본적으론 한계를 많이 느껴요, 자본주의 안에서. ‘이제 나도 사업가처럼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이 오히려 많이 들죠. 이건……, (자본주의에) 포섭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생각해요. 저는 그걸 경계하는 편이에요.” _이영민(35세, 전 출판사 근무, 현 귀촌 및 게스트하우스 준비 중) --- p. 250
“옛날엔 암에 걸려서 이를 치료하는 데 3천만 원이 필요하니까 그 돈을 빨리 모아야겠다, 이런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힘을 합쳐서 아픈 사람을 도와주자예요. 그럼 내가 3천만 원을 모으지 않아도 보험을 만들어서 우리가 한 100~200만 원씩만 있어도 30명 모으면 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이렇게 방식을 전환하는 거죠.” _윤재훈 --- p. 258
“회사 다닐 때 사람들이 절 부르길 편해했어요. S기업 다니는 애라고 아이덴티티가 정해져 있으니까. 신기한 게 제가 ‘ㅅ’대를 나왔고 석사도 했고 S기업에 갔으니까 다양한 아이덴티티로 부를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제일 편하게 불렀던 게 S기업 사원. (중략) 소속감에 대한 갈구가 항상 있는 거 같아요. 제가 회사를 나오니까 진짜 허무하더라고요. 어디에 소속돼 있으면 좀 편할 텐데, 대학원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니니까 공허하다고 할까요. 정말 가만히 있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느낌이 있었어요.” _이동진 --- p. 296
“자기가 자신의 노동을 조절할 수 있고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거? 일을 하든 놀든, 모든 것들이. 그리고 좀 여백이 많은 삶? 너무 빡빡하면 사실 그렇게 자유로울 순 없으니까요. 약간의 빈 듯한, 가진 게 적어야 자유로울 수도 있고……. (중략) 장사도 잘 안 되고, 뭔가 다른 것도 하고 좀 더 재밌는 게 없을까 하며 여기 가까운 게스트하우스 친구들, 사람들을 모아서 이런 거 해보자, 그런 얘기가 나왔어요. 애초에 게스트하우스가 너무 장사가 잘되고 바빴으면…… (못 했겠죠.) 제주도에선 이런 거 ‘자파리짓’이라고 하거든요. 뭔가 쓸데없는 일.” _박래연(전 광고회사 및 시만단체 근무, 현재 제주도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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