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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최상] 홍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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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최상] 홍위병

: 잘못 태어난 마오쩌둥의 아이들

션판 저 / 이상원 | 황소자리 | 2004년 11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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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725g | 148*210*30mm
ISBN13 9788995484784
ISBN10 899548478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션판(沈汎)
1954년, 베이징北京의 다위안大院에서 태어났다.
1966년, 열두 살의 나이로 문화혁명을 맞아 ‘만리장성 투쟁조’라는 홍위병 조직을 만들기도했다.
19691972년, 마오쩌둥의 명령으로 샨시陝西의 시골 마을로하방되어용협공사龍峽公社에서 농부의삶을살았다.
19721978년, 원인 모를 자살과 전염병이 만연한 옌안延安의 동풍비항공창東風飛航工廠에서 기술자로 일했다.
1977년 8월, 마오쩌둥을 비판한 자와 연계되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1978년, 6년 동안 꿈꿔왔던 국가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해 란저우蘭州대학 외국어 학부에 입학했다.
1978년 8월, 미국인 재클린Jacquelyn의 간첩 행위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비밀경찰의 심문을 받았다.
1979년, ‘베이징의 봄’으로 불리는 중국의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었다.
1980년, 란저우대학 최초의 자유선거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승리했으나 이내 철저한 탄압을 받으며 좌절하고 말았다.
1982년, 란저우대학을 졸업한 뒤 최악의 수질로 악명 높은 톈진天津 경공업대학교 탕구唐沽 화학학교 강사로 발령받았다.
1984년 11월, 미국 유학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치고 꿈에 그리던 유학길에 올랐다.
1986년, 네브래스카 링컨대학University of Nebraska Lincoln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마켓대학Marquette University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로체스터 커뮤니티 기술 대학Rochester Community & Technical College 영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집회가 끝난 후 속옷 차림의 장군은 행진하듯 다위안을 한 바퀴 돌았다. 홍위병이 장군 목에 밧줄을 메고 개를 다루듯 이끌었다. 우리는 그 옆을 따라다니며 조금이라도 속도가 늦어진다 싶으면 장군의 옆구리를 막대기로 찔러댔다. 팔다리에 난 상처를 꼬챙이로 쑤시면서도 나는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것은 훌륭한 혁명가의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 p.43
말들이 작년 수확 비축분을 정부에 헌납하기 위해 실어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귀뚜라미 아저씨는 다시금 ‘마오쩌둥 주석, 만세! 위대한 프롤레타리아의 문화혁명, 만세! 인민 자치구, 만세!’를 외치게 했다. 오늘날까지도 나는 어떻게 사람들이 그토록 어리석을 수 있었는지, 광적인 열정에 휩쓸려 어떻게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p.155
눈앞이 흐릿해진 상태로 나는 물컵을 바라보며 내 씁쓸하고도 달콤한 승리에 대해 생각했다.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탈출을 꿈꾸어왔다. 산촌에서 4년, 공장에서 6년, 대학에서 4년, 탕구와 톈진에서 2년……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나는 위대한 지도자와 싸워 이겼다. 더 이상은 혁명가 흉내를 내지 않아도 좋았다. 관료들의 비위를 맞출 일도, 위대한 지도자와 당의 가공할 권력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다. 얼굴 위로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내가 잃어버린 것과 잃어버린 시간뿐 아니라 새로 얻은 것들, 사랑과 자유, 새로운 삶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승리의 눈물이었던 것이다. 눈물방울이 차례로 굴러 손에 든 물컵 속으로 떨어져내렸다. 나는 그 짭짤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다.
--- p.436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문화대혁명은 베이징 시장 펑전彭眞이 해임됨으로써 시작된다. 베이징 시장 펑전의 인민재판이 있던 날 피가 튀길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그 광경을 목도한 저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 인민해방군 사령관 루어 장군을 심판하는 자리에도, 육군 부사령관인 헤이 장군의 인민재판 현장에서도 소년 션판은 어른들을 제치고 맨 앞자리를 지켰다. 혁명은 그저 게임일 뿐이었다. 그러나 헤이 장군의 주검을 본 순간 革命은 ‘목숨을 난도질한다는 뜻’이라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리고 홍위병 조직 ‘붉은 행동위원회’가 급습한 부르주아의 집에서 수치심과 무력감을 안겨준 리링의 당당한 태도 앞에서 혁명에 취해 있던 어린 홍위병의 이성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

적을 베던 피 묻은 칼은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베이징의 상류층 자제로 열정적으로 홍위병에 합류했던 저자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오지로 떠나고 자신의 아버지마저 강제 노동수용소로 끌려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절친한 친구인 샤오롱의 누나 역시 ‘붉은 행동위원회’라는 최고의 홍위병 조직을 이끌다 어느 날 갑자기 반동으로 몰려 7년 형의 강제 노동을 선고받는다. 베이징대학에서 있었던 홍위병 조직 간의 전투는 신처럼 받들던 마오쩌둥 그를 위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했던 홍위병 모두가 인민해방군에 체포된다. 저자는 가장 충성스러운 홍위병도 알아보지 못하는 ‘위대한 지도자’가 정말로 위대한지 의심하기에 이른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샨시의 시골 마을로 하방되어 4년, 그 누구의 출입도 허용하지 않는 온통 흰 벽으로 둘러쳐진 비행기 부품 공장에서 6년, 저자는 막막하고 적막한 세월을 아이로니컬하게도 홍위병 시절 자신이 불태워버린 고전을 찾아 읽으며 견뎌낸다. 끝끝내 포기할 수 없는 개인적 ‘야망’과 두터운 현실의 벽 사이에서 괴로워하며 공장의 도서관에서 외로움을 달래던 그에게 구원처럼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그 옛날 홍위병들이 급습한 집에서 마주했던 얼굴, 리링과의 해후는 절망 속에 빠진 션판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결정적 계기였다.

홍위병은 흩어졌으나 혁명의 여진은 끈질기게 소년을 괴롭힌다. 공장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을 대학 입학에서 찾은 저자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던 만년필 선생님(그는 마르크스 사회주의를 펴며 마오쩌둥 주석을 비판했다는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았다)의 죄에 연루돼 감옥에 갇히고, 대학시절엔 란저우 최초의 미국인 여선생과 친밀하게 지냈다는 이유로 간첩 혐의를 받고 공안에 잡혀 심문받는다. 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에는 자신과 같이 열성적으로 운동에 참여했던 친구의 원인 모를 죽음에 맞닥뜨린다. 이제 겨우 스물다섯에 불과한 나이였지만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죽음을 겪은 그는 다시는 ‘정치’란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어김없이 시련은 찾아왔다. 최악의 수질, 질병으로 악명 높은 탕구 화학분교에 배치받은 저자는 그곳을 벗어나고자 처절하게 투쟁한다. 탕구를 벗어나 톈진경공업대학에서 교편을 잡기까지 몸과 마음은 극도로 황폐해졌다. 어떻게든 중국을 벗어나고픈 마음이 간절해진다. 드디어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과 인적 관계망을 총동원해 미국행 여권을 손에 쥔다.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무심코 가방을 열었을 때 그의 손에 잡힌 것은 붉은 완장이었다. 그 옛날 ‘만리장성 투쟁조’라는 홍위병 조직을 함께 결성했던 친구 샤오롱이 이별 선물로 건네준 거였다.

펼쳐보니 그것은 붉은 실크 완장이었다. ‘홍위병 - 만리장성 투쟁조’라는 낯익은 글씨가 보였다. 하도 이곳저곳 옮겨다니느라 나는 오래전에 그 완장을 잃어버렸다. 내 혁명 경력의 시작을 상징하는 그 완장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완장을 팔에 차보며 나는 그것이 내 홍위병 여정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혁명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 본문 431~4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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