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험이든, 인생의 모험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소중한 필수품, 그것이 몸이다. 몸에 대해 배워두면 우리의 가능성은 넓어진다. 그러니 몸에 대한 지식은 인생의 모험을 떠나는 우리가 맨 먼저 확보해야 할 소중한 아이템이다.
--- p.12
·몸에는 벽이 있다. 그 점에서는 아파트와 닮았다. 몸의 벽을 표피라고 한다. 아파트의 벽에는 ‘외벽’과 ‘내벽’이 있는데, 실은 몸의 표피에도 그런 것이 있다. 몸의 표피 중에서도 누구나 만질 수 있는 아파트 ‘외벽’에 해당하는 부분을 ‘피부’라고 부른다. 한편 외부 사람은 만질 수 없는, 아파트 ‘내벽’에 해당하는 것이 소화관의 표면이다. 소화관의 표면은 ‘점막’이라고 부른다. ‘점막’은 구멍 뚫린 막대어묵에 비추어 말하자면 구멍을 둘러싼 표면에 해당한다. 소화관의 표면, 즉 점막은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없지만, 밖에서 들어간 음식물이 통과하면서 닿게 되는 면이다.
--- p.44
·사람의 몸을 정밀기계라 가정하고 그 기계를 조립해본다고 하면,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1,000억 원이라도 부족하다. 그러므로 사람의 몸은 1,00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몸을 가진 사람도 100년 후에는 반드시 죽는다. 그렇다면 일단, 죽을 때까지는 살아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죽고 싶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내 말을 떠올리기 바란다. “그렇게 서둘러서 죽지 않아도 돼. 어차피 100년 후에는 죽을 테니까.”
--- p.198
·의학은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을 배우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라도 제대로 배워야 하는 중요한 학문이기도 하다. 의학의 기본은 우리의 몸, 우리 자신에 대한 사용 설명서, ‘내 몸의 지도’이다. 몸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아는 것이 고, 우리 자신을 알면 쉽게 절망하지 않게 된다. 우리가 슬퍼할 때도, 괴로워할 때도, 우리의 몸은 묵묵히 우리를 지지하며 계속해서 일하고 있으니까.
그건, 왜일까?
우리가 더 잘 살 수 있도록 몸이 우리를 위해 노력해주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 p.208
·내가 이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다. 애초의 계기는 간호대학교 수업이었다. 나는 병리학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병리학을 공부하려면 병들지 않은 건강한 몸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가르치다 보니 해부에 관한 지식만으로는 건강한 몸에 대해 제대로 알 수가 없겠구나, 하는 것을 차차 알게 되었다. 물론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했지만, 장기의 이름이 무엇이고 어디에 붙어 있는지는 알아도, 그것들이 어떤 역할을 하며,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건강한 몸에 대해서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연구해봤다. 이 책의 첫 부분은 그때 했던 수업의 산물이다. ……어느 날엔가는 도쿄대에서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에도 장난스런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몸 지도를 그려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들이 그린 몸 그림도 중학생이 그렸던 몸 지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일본에서 공부를 가장 잘한다는 사람들도 이런 수준이라니, 하고 정말로 놀랐다. ……이 책은 이런 경험과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이 책을 손에 든 여러분들은 책을 거듭 읽어서 내용을 확실히 소화해내기 바란다. 왜냐하면 우리 몸을 제대로 안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지키는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p.21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