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 강대국 사람들을 알아갈수록 우리 민족은 통일을 하지 못하면 언젠가 다시 나라가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의 노후 준비까지 팽개쳐가며 자녀교육에 ‘올인’하고 있지만 ‘나라가 없는 미래를 자녀에게 물려주면 어떻게 할까’란 고민은 별로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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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라시아 대륙에서 자국 교통회랑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하는 몸짓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식의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하루라도 빨리 북한에 고속철도를 건설해서 남북중 국제고속철도를 개통하고, 더 나아가 북한 철도망을 개선하여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대륙 교통회랑 운영국가 체제에 편입되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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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에 있어서 이 같은 종합적인 정보가 부족해 우리 국민들의 판단력이 상당히 오도될 경우가 많다. 부디 앞으로는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어 국민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함으로써 남북협력사업이 더 많이 추진되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 앞당겨질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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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21년 1월 22일 베이징에서 청더를 거쳐 선양으로 가는 시속 350km 급 징하(베이징~
하얼빈)선이 완전 개통되었다. 총거리 1,198km를 4시간 52분으로 갈수 있다.(연합뉴스 2021년 1월 21일) 직통이 아닌 일반고속열차가 약 1,200km를 약 5시간에 주파할 수 있으니 표정속도 300km의 서울~베이징(1,400km) 직통 고속열차가 생기면 5시간 주파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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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총 81,000km의 4개 아시아 관통 고속철도망을 계획하고 있다. 첫 번째는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 평양을 거쳐 중국 베이징, 몽골 울란바토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러시아 모스크바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북부횡단노선이다. 두 번째는 중국 남쪽 국경도시 쿤밍에서 시작해 베트남 호치민, 태국 방콕을 거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까지 이어지는 동남아노선이다. 세 번째는 중국 남부에서 태국, 라오스,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이란을 거쳐 터키 이스탄불에 이르는 유라시아 남부노선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모스크바에서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이라크 바스라항까지 이어지는 남북종단노선이다. 사실 네 번째 노선은 중국 영토와 관계가 없지만 고속철도망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덮어 일대일로 중 일대를 완성하려는 중국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만리장성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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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풍진시대 -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는 풍진시대다.”
당시 자국에게 이익만 된다면 의리도 인륜도 헌신짝 같이 버리고 이합집산하며 약소국을 침탈해서 자국의 풍요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제국주의 시대의 실상을 식민지 지식인이 절규하듯 쓴 글이다. 그런데 마음이 아픈 것은 안 의사 순국으로부터 110년이 흐른 지금도 한반도를 둘러싸고 강대국들이 저마다 자기 이익과 결부된 계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은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민족의 안위를 우리의 의지대로 결정하기 힘든 시기를 살고 있다. 그래서 남북의 공동체를 회복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남북중 국제고속철도의 건설이 더욱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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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훠얼궈스로 가던 중 한밤중에 귀가 아파 깼다. 어딘가 하고 차창 밖을 보니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는 눈 쌓인 거대한 산줄기가 보였고 열차는 힘겹게 그 산등성이를 넘고 있었다. 차창에서 바라보이는 이 산줄기가 바로 톈산산맥이었다. 뭔가 표현 못할 경이로움으로 쭈뼛 소름이 돋았다. 먼발치에서만 보았던 만년설이 쌓인 톈산산맥을 기차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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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의 동서남북 땅끝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12시간씩 걸리던 곳을 단 4시간에 주파할 수 있게 만들고, 이틀이나 걸리던 곳을 16시간에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국토 공간의 효율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한반도가 그 열매를 공유할 수 있는 길이 바로 남북중 국제고속철도 사업이다. 북한에 경의선고속철도만 만들어지면 남쪽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북한을 경유하여 39,000km에 달하는 거대한 중국의 고속철도망에 편승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도 하얼빈에서 왔던 부부처럼 베이징 등 어디서든 신장도 가고, 남쪽 쿤밍도 가고 홍콩도 갈 수 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여우 이야기가 기억나는가? 남북중 국제고속철도는 북한의 경제개발을 촉진시키는 것은 물론 중국 경제에도 유익하다. 남북중 국제고속철도가 만들어지면 중국은 더욱 많은 고속철도 승객을 유치해 철도 경영에 도움이 되고 관광수요도 훨씬 더 창출될 것이다. 이 얘기가 북한과 중국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는가? 역으로 중국의 어마어마한 관광객이 북한에도 들어가고 남한에도 들어오게 될 것이다. 비행기보다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 수준의 낮은 교통비는 더 많은 파생 관광객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런 행복한 일이 남북중 세 나라에서만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시는가? 이런 소문은 전 세계 관광객들의 흥미를 유발해서 마치 유레일패스 한 장을 갖고 유럽을 돌아다니듯 동아시아레일패스 한 장을 갖고 남한과 북한, 중국과 러시아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것이다. 그러한 일이 실제 일어날 때의 경제적·정치적 편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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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북한의 정치적 리스크만 헷지(위험 완화)될 수만 있다면 양적완화로 갈 곳 몰라 헤매는 전 세계의 유동자금이 남북철도 사업에 흘러들어 올 것이다. 짐 로저스 씨는 남북중 국제고속철도 사업을 위한 투자자를 모으면 자신도 투자하겠노라고 약속한 적이 있다. 경제성장동력이 사라진 요즘 북한은 몇 안 되는 미래의 황금 투자처이다. 그런데 ‘북한에 퍼주기’는 안 된다며 국론분열로 미루고 있는 사이 외국 자본이 북한과 손잡고 이 남북중 국제고속철도 사업권을 먼저 가져가기라도 한다면 우리 한반도의 철도주권이 100년 전처럼 다시 외국인에게 넘어가는 비극이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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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중 국제고속철도와 가장 유사한 노선이 파리와 런던을 오가는 유로스타인데 유로스타 연간 이용객은 2,000만 명이 넘는다. 유로스타가 오가는 거점 도시의 인구는 3,609만 명(2019년 기준)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약 37,000달러다. 이에 비해 남북중 국제고속철도가 정차하게 될 주요 도시의 인구는 무려 9,600만 명으로 유로스타의 약 2.7배이며 1인당 국민소득은 약 21,000 달러다. 2004년 우리나라 경부고속철도 1단계 개통 때 국민소득이 15,000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현 단계에서도 북한을 제외한 남한과 중국의 주민들은 충분히 국제고속철도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정도의 소득수준이다. 그러면 대략 계산해도 남북중 국제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연간 최소 2,000만 명 이상은 고속철도를 타고 다닐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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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동아시아 철도·경제·에너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에서 배워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건 절반만 맞는 말이다. 진정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들기 원한다면 쉥겐협정에서 출발해서 오늘날 EU를 일궈낸 과정에 TSI(국가 간 철도 운행을 통일시키기 위한 기술사양서)와 ERTMS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우선 남북중 TSI를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철도운영시스템이 달라서 국경에서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시간과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결과적으로 EU 탄생을 촉진시켰으니 이를 두고 ‘화가 변하여 복이 됐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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