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위기의 도시, 도시는 변화하는가?
1.1. 뺏고 빼앗기는 도시
미래도시는 인구를 뺏거나 빼앗기는 도시로 양분될 것이라 예측된다. 몇몇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은 일부 국가들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유엔 인구보고서는 2030년이 되면 전체 인류의 70%인 50억 명이상이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0년 인구 1000만 명이상의 도시를 칭하는 메가시티 수는 10개에 불과했다. 2014년 메가시티 수는 28개로 급속하게 증가했고, 2030년엔 40개 이상의 도시가 메가시티 급의 도시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흥국의 도시화 추세에 힘입어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도시화율은 급속히 증가하고, 급기야 2050년이 되면 100억의 인구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등장했다. 인류 태반이 도시에 살게 되면서 수용인구를 초과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자원과 환경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를 근거로 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인구감소현상과는 서로 상충되고 있어, 인구예측보고에 있어 인류차원과 국가차원으로 갈라진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는 인구증가로 지구한계치에 도달했다고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인구감소시대를 준비해야한다고 하는 상반된 이슈가 공존하고 있다.
사실 1960년 이래 세계적 기준에서 평균 출산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2015년 기준 세계 평균출산율이 2.5명으로 발표되어 세계 인구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 2.1명보다는 높은 수치이다. 인구성장을 주도하는 나라로는 인도, 인도네시아, 미국, 탄자니아공화국, 콩고, 에티오피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등이다. 이들은 평균 출산율이 여성 1명당 4명 이상을 기록하는 나라들이다. 대신 유럽과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각각 1.6명과 1.05명(2017년 기준)으로 대체출산율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2017년 유엔인구기금(UNFPA)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198개국 중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의 초저출산국으로 보고된 나라는 9개국뿐이다. 이중에서도 한국은 2001년 이후 홍콩, 마카오, 그리스, 포르투갈, 폴란드 등과 함께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10여년 이상 줄곧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향후 재난에 상당하는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예측이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OECD회원국 중 평균 합계출산율 1.68명 이하를 기록하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2004년 이후 저출산 고령화문제를 국가적 아젠다로 설정하며 다양한 방법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데 우려가 더 크다. 현재까지 총인구는 증가하고 있으나 2031년 5,296만 명을 정점으로 총인구 감소현상이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2016년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3,763만 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급속히 감소하고 있어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이어지고 있다.
범국가적 인구구조와 인구수의 변화로 인해 도시들 간 인구증가 대책의 실효성이 도시의 경제력과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생산가능인구가 증가하는 도시는 재정수입이 증가해 기반시설 구비와 산업여건 등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는 투자와 소비 진작으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와 정주여건이 충족되게 된다. 결국 도시들 간 얼마나 많은 인구를 유입시키고 정주하게끔 하느냐가 도시경쟁의 주요 테제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일극 집중현상이 가세되면서 지방 소멸 위기까지 겹치고 있다. 20~30대 젊은 층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소득과 정주여건의 격차에 기인하고 있다는 데 일극집중현상이 단기적일 수 없어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지역소멸위험에 대해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이라는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인구가 줄어 지방소멸이 가시화할 날도 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인구절벽이 현실화되는 상황이 도래하면 도시들 간 인구쟁탈전이 벌어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지방소멸지수로 산정한 기준은 마스다 히로야가 쓴 『지방소멸』이라는 책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인구에 대한 20~39세 여성인구 비율을 지방소멸위험지수로 하고 1.0을 최소방어선으로 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최소방어선 이하 지역은 지속적인 인구감소로 인해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이다. 1.0이하는 소멸 주의단계, 0.5미만은 소멸 위험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소멸지수 1.0이상 되는 지역은 수도권을 포함한 광역시 이상의 도시에 불과해 몇몇 대도시 위주로 인구집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도시에서도 단순히 최소방어선 이상을 보인다고 하여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7대광역시 중에서도 부산 0.82, 대구 0.93으로 최소방어선 기준치를 하회하기도 했다.
지방도시들 중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도시들은 모두 지방소멸주의단계로 기록되었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층들도 주거비, 교육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고, 경제적 안정성 하락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을 보여 잠재적으로는 머지않아 최소방어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대도시 내 자치구별로도 인구감소와 유출을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도시별 인구이동에도 유형별로 각각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개별 도시여건과 특성에 차이가 있다. 특히 청년인구의 증가와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산업경제적인 측면과 교육, 주거, 환경, 복지 등 다양한 정책들이 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국가균형발전과도 연관되는 것으로 단순한 인구전략으로 대처할 수 없다. 즉 지역개발과 인구이동, 인구구조 문제 등 다각적이고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출산지원정책, 인구유입전략 등의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어 획기적인 인구정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도시들 간 인구를 뺏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 도시들 간 인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들은 국내로만 한정되는 일은 아니다. 세계 도시들 간 인구쟁탈전은 국내보다 더욱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특히 생산가능연령인구와 젊고 창조적인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도시생존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 도시들에서 나타나는 인구변화 속도와 이동패턴은 도시들마다 다른 모습을 보인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메가시티에 더욱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미국 등에서는 상업과 경제 중심지가 있는 도심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인구가 집중되는 대도시와 경제ㆍ산업 중심지는 경제적인 기회가 많고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곳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인구집중은 기술력과 인재가 충만한 여건을 조성하는 토대가 된다. 또한 일자리 창출과 편리한 생활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도시경쟁력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세계 각 도시들은 삶의 질 향상과 좋은 일자리 창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인재양성과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촉진 전략을 펴고 있다. 인류문명 발전의 토대로서 도시는 본연의 특성상 다양한 기술력과 인재를 선호하고 자유로운 생각과 창의력, 기업가정신을 강조한다. 2000년대 들어 변화와 복잡성, 불확실성이 뉴 노멀로 인식되면서 문제해결능력, 민첩성, 혁신기술 등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인시아드(INSEAD) 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하는 세계인적자원경쟁력지수(GTCI: Global Talent Competitiveness Index) 상위그룹에 속하는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공통된 특성으로는 경제적 수요에 맞는 교육시스템, 유연하고 기업가정신을 우선시 하는 고용정책, 민관 이해관계자의 높은 연계성 등이 있다. 2018 인적자원경쟁력 상위에 랭킹된 도시로는 스위스 취리히, 스웨덴의 스톡홀름, 노르웨이 오슬로, 덴마크 코펜하겐, 핀란드 헬싱키 등이 선정되었다. 해당 도시들은 교육, 생활환경, 사업여건 등에서 다른 도시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분류되었다.
인적자원경쟁력지수(GTCI)가 높은 도시들이 속한 국가로는 스위스, 싱가포르, 미국,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순을 보였다. 글로벌 인적자원경쟁력 순위와 소득그룹별 분류에 따른 분포를 살펴보면, 소득과 세계인적자원경쟁력지수(GTCI)가 서로 비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인적자원경쟁력 분야에서도 상위를 기록하는 국가들은 모두 고소득그룹으로 분류된 국가들이었다.
우리나라는 비즈니스 환경(Enable), 매력도(Attract), 성장성(Grow), 지속성(Retain), 고용ㆍ기술(Vt, Vocational & Technical Skills), 혁신ㆍ첨단기술(Gk, Global Knowledge Skills) 중에서 첨단기술력 부문(GK Skills)에서만 15위를 기록했고, 나머지 부문에서는 부진한 점수를 보여 전체 순위 30위에 머물렀다. 그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능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매력도(Attract) 부문에서 81위를 기록해 가장 취약한 점수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고소득 그룹에 속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30위 안팎에 자리하면서 인적자원 양성의 성과가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경쟁력 있는 인적자원은 세계를 이동의 공간적 범위로 삼아 국가경계를 초월하는 세대적 특성을 갖는다. 즉 세계적인 인재 유치만이 미래시대 국가 혹은 도시 경쟁력의 전략이 된다. 일차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는 전락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각국은 인재유치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그들을 유인하고 있다. 미국은 학부 때부터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재정지원과 선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중국도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수립해 2,000명 규모의 인재영입 계획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과학기술인력과 기술특구 등을 유치하고 있다. 일본은 90년대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장학금, 이주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 기업에서는 국제화 지표를 만들어 인재유치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U는 역 내 국가들 간 전문인력 교류와 역외 국가들의 의료, 엔지니어링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 인력을 유인할 목적으로 유럽연합 블루카드(EU Blue Card)제도를 시행하기도 한다. 그 외 호주, 칠레, 캐나다, 러시아 등에서도 해외 고급인력 유입과 첨단 분야 투자유치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창업비자(Startup Visa)를 발급하고 있다.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도시들 간 치열한 경쟁은 그들에게 국가 혹은 도시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판단해서이다. 이처럼 치열한 인재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일자리, 교육, 문화, 삶의 질 등 전반적인 여건 개선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국제적 혹은 국내적 차원의 인재유치와 이동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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