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자원배분의 학문이다.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각 재화의 생산에 투입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바라는 대로 잘 분배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다룬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이라는 것도 일종의 자원배분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교육을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다. 돈도 시간도 노력도 들어간다. 이러한 교육적 생산 과정을 통해서 교육적 산출이 나온다.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전인적 성장이 대표적 산출이고, 경제학자가 흔히 인적자본이라 부르는 생산성을 갖춘 인재도 교육의 산출이다. 이처럼 교육적 자원배분의 과정을 다루면, 그것이 바로 교육의 경제학이 되는 것이다.
---「1장 교육의 경제학?」중에서
2009년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학생의 주당 평균 공부시간은, 수업 시간을 포함했을 때, 초등학생이 44시간, 중학생이 52시간이었다. 초등학생은 성인의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보다 조금 더 공부하고 있으며, 중학생은 노사 합의하에 주당 12시간 이내로 연장할 수 있는 최대한도까지 공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고등학생의 주당 평균 공부시간은 64시간이었다.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공부기준법이 있다면, 그것을 완전히 위배하는 공부 중노동이다. 더욱이 이는 전체 고등학생의 평균일 뿐이므로, 개별 학생에 따라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있을 수 있다. 나아가 2014년의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에 주말 공부시간은 2009년보다 중학생이 42분, 고등학생이 30분 늘었다.
---「2장 다시 승천할 수 있을까」중에서
가정배경은 개인의 성취 수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불리한 환경 때문에 최상위 성취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확률은 줄어들고 있을까, 아니면 늘어나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안된 ‘개천용 불평등 지수’라는 것이 있다.
이 지수는 전체 인구 중 최하위 환경을 가진 사가구주 부친의 직업으로 가정배경을 측정하고 가구주 연령 30~50대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상위 10% 이내에 드는지를 성취 척도로 하여 분석한 결과, 개천용 불평등 지수의 값은 2001년 0.1 남짓이었으나 2014년 0.4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다(오성재·주병기, 2017). 199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는 별로 높지 않았고 세대 간 계층 상승 기회도 비교적 많았으나, 2000년대 이후 소득불평등도가 증가하고 교육 등을 통해 개천에서 용이 날 기회도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3장 개천용 멸종 위기」중에서
새로운 내용을 배우고 나서 어떤 복습도 없이 24시간이 지나면 평균 몇 퍼센트나 기억하게 될까? 학습 피라미드로 알려진 그림에 의하면, 강의를 그냥 앉아서 들었을 때는 평균 5% 정도만 기억한다. 자기가 읽으면서 학습했을 때는 10%, 시청각 교재로 보고 들었을 때는 20%, 그리고 시범을 보여주는 수업을 통해 학습했을 때는 30%였다. 이상과 같은 방식은 상호작용이나 학습자의 능동적인 참여가 없는 수동적인 교수학습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둠별로 토론하며 학습한 내용은 50%를 기억하고, 직접 실습을 통해 학습한 것은 75%를 기억했다. 가장 기억이 많이 남는 방식은 배워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으로, 내용의 90%를 기억했다.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배운 것을 바로 활용하여 자기 것으로 간직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어디서 듣거나 읽은 얘기를 오래 간직하고 싶으면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자주 가르쳐주면 된다. 유머가 풍부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배운 유머를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바로 써먹는 사람이다.
---「5장 자는 학생을 깨워야 할까」중에서
그렇다면 심각한 사회·경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사교육이 과연 투자 측면에서는 합리성이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교육 투자가 개인적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행위일지 몰라도 사회적 차원에서는 비합리적이라는 인식은 상당히 일반화된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 문제는 개별 주체의 합리성이 사회 전체적인 합리성을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게임이론의 ‘죄수의 딜레마’를 연상시킨다.
다음과 같은 일종의 게임 상황을 생각해보자. 전교생이 사교육을 받고 있던 어떤 학교에 전체 학부모회가 열렸다. 사교육을 시키는 데 너무 비용이 많이 드니(비용에는 고생과 돈을 모두 포함) 동시에 사교육을 중단하자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여기서 사교육은 전교 등수를 올리는 데 효과가 있다고 가정하자(물론 이 가정의 현실성은 경우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 부모는 사교육 중단 약속을 지킬 것인가?
---「6장 죄수의 딜레마와 생존자 편향」중에서
학교 수업에서 조별과제는 학생들로부터 대체로 환영받지 못하고, 심지어 인터넷상에서 “조별과제는 극혐(극도로 혐오함)”이라고까지 표현된다. 교육적으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교수자들이 조별과제를 부여하는 것일 텐데, 왜 학생들은 그토록 조별과제를 싫어할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발표 과제 수행의 어려움보다는 조별과제 자체가 좀 피곤한 것 같다는 답이 많다. 여기서 피곤하다는 것은 주로 인간관계가 피곤한 것을 말한다. 친한 동료들과 같은 조가 되지 않는다면 새로 연락처를 물어야 하고 이런저런 신경 쓸 일이 많다.
또 조별과제 준비 모임에 항상 늦게 오거나 다른 일 때문에 안 오는 조원도 있고, 별다른 일이 없으면서도 거짓 핑계를 대고 빠지는 조원도 있다. 실제 조별과제 준비는 잘하기도 하고 열심히도 하는 특정 조원이 거의 다 했는데, 나중에 점수는 조원들 모두 똑같이 받는 것이 싫다고 한다. 공정이 화두인 시대에 조별과제 무임승차자에 대한 혐오가 크다는 것이다. 때로는 교수자에 대한 불신도 있다고 한다. 조별과제 발표를 시키는 것이 자기 편하려고 학생들한테 수업을 떠맡기는 듯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사회의 사회자본과 관련이 있다.
---「8장 극혐 조별과제의 힘」중에서
다양한 경력의 인간 변호사 20명과 머신러닝 및 딥러닝 기술로 무장한 인공지능(LawGeex AI)이 5종의 기밀유지 협약 문서를 검토하는 대결을 벌였다. 인간 변호사 20명의 평균 검토 시간은 92분이었는데, 가장 짧게는 51분, 가장 길게는 156분 걸렸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5종의 문서 검토를 마치는 데 단 0.43분(26초) 걸렸다. 그러면 검토 작업의 정확도는 어땠을까? 인간 변호사의 평균 정확도는 85%였는데, 가장 낮게는 67%, 가장 높게는 94%였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검토 정확도는 94%로, 인간 변호사 중에서 제일 숙련되고 우수한 변호사의 검토 정확도와 대등했다. 변호사들은 자기가 쓴 시간에 비례해 비용을 청구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앞으로 더 발전하게 되면, 어떤 고객이 인공지능보다 속도와 정확도가 떨어지는 인간 변호사에게 돈을 지불하려고 하겠는가?
---「9장 인공지능의 도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