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이 고개를 내밀며 초조하게 말했다. '혼자서 여기저기 찔러보지 말아요.' '왜요? 뱀이라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젠장, 뱀이 있는걸 봤으니까 그렇지. 당신만 아직 보지 못했군.' 그녀는 계속해서 작대기로 잡동사니를 휘젖고 있었다. '물론, 나도 봤어요. 당신이 들어오기 직전에 한 소심한 남자는 도망가던데요.' 벤의 턱이 굳어졌고, 잠시 눈빛이 번쩍였다. 그리고는 긴장을 풀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이 방면에 전문가라는 건 잊지 않고 있소. 그래서 뱀을 무서워하지 않는 건가?' '아뇨 조심하는 거지, 무서워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이런 이험지역에는 뱀만 있는 게 아니잖소?' '물론이죠' '내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여주진 않을 거요? 줄곧 이 집들만 헤집고 다니며 혼자 좋아라고 기뻐하는군'
--- p.249
'내가 밤새도록 있기를 원치 않는다면 말이오'
그녀는 감짝 놀라 몸을 돌렸다. 자동적으로 뒷걸음치며 침입자를 가방으로 후려쳤다. 그 침입자는..... 벤루이스였다! 그날 처음으로 그를 만났을 뿐인데, 그의 목소리를 알아차리다니 이상했다. 순간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은 웃을때 주름이 잡혔다.
'우와, 진정해요, 아가씨. 거기 맞았다간 심한 상처를 입겠어요'
깊고 굵은 목소리는 따뜻했지만 놀리는 듯했다. 질리언은 그의 졸린듯한 푸른 눈을 들여다보았고 이글거리는 분노가 온몸으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맑고 따뜻한 눈이었지만 아무 생각도 주저함도 없이 질리언은 메이저리그 타석에 선 타자처럼 가방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