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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그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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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그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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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1월 2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38g | 128*188*20mm
ISBN13 9788958243854
ISBN10 895824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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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맛이야! 전업 주부였던 나는 한동안 사우나에 빠졌었다. 몸을 말끔히 씻고 소금사우나방에 들어가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을 비운다. 보통 여성들이 이용하는 사우나는 무리들끼리 둘러앉으면 금세 수다삼매경의 현장이 되곤 한다. 나는 비록 혼자일지라도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엔 안성맞춤인 것 같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사이 이마에서부터 땀이 송골송골 맺혀 가슴골을 타고 내려갈 때쯤이면 최고의 기분 상태가 된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보면 왠지 내 속에 묵혀 있는 노폐물의 찌꺼기가 다 빠진 듯 개운함이 느껴지곤 한다. 그 맛에 이미 중독이 된 지 오래였다.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지 중독 수준이라면 다른 것에는 아예 무관심의 상태가 되고 자신의 완전한 자각이 없이는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사우나를 하던 중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그날따라 유난히 몸에 기운이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사우나를 향한 발걸음이 하마터면 황천길로 갈 뻔했다.
“아줌마, 정신 차리세요. 내 말 들리세요?”
“빨리 119에 신고해야 될 거 같아요.”
사우나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알몸 상태인 나를 끌고 나와 물을 끼얹고, 얼굴을 때리면서 정신 차리라고 했던 말들이 어렴풋이 들렸다. 그런데 입이 벌려지지 않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숨을 거둘 때 청각 기능이 마지막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우연찮게 확인하는 셈이었다. 결국 예상치 못한 끔찍한 경험을 하고서야 사우나 중독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사우나 중독이 치료가 된 듯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음을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국내든 해외든 온천을 할 수 있는 여행지만 찾아다니고 있었다. 어쩌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한 감정을 잊고 싶어 습관적으로 물과의 만남을 은근히 즐기는 건 아니었는지. 물속에 전신을 담그고 있을 땐 번개만큼 빠른 전류가 심장을 관통하는 짜릿한 희열을 느끼며 순간순간 몽환적 상태에 빠지곤 한다. 그로 인해 상한 마음이 치유되는 듯한 만족감은 냉온탕의 물높이를 뛰어 넘을 만큼 차오른다.
일본에서의 노천 온천은 내게 있어 천상의 낙원이 따로 없는 듯했다. 거추장스러운 더러운 것들을 벗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상태로 누워 따듯한 온천물로 이불삼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천국에 오를 듯 평온해졌다. 때때로 처절한 고독과의 싸움에서 몸부림치던 나의 외로움의 흔적들도 모처럼의 평안을 누린 듯했다. 이제야 살맛나는 세상에 안주한 느낌이랄까. 이쯤이면 아무리 중독일지라도 혼자라는 쓸쓸함은 충분히 즐길 만했다.
---「중독, 그 외로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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