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제 기록은 계속 자리를 넓혀갔습니다. 일상에서, 여행에서, 직장에서, 강연장에서, 수십 년 전의 잡지에서,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까지 제가 만나는 모든 것들이 영감의 원천이자 기록이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가볍게, 때로는 마음먹고 몰아쳐서 하는 스크랩. 당장 이렇다 할 소득은 없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하게 되는 딴짓들. 주변에 깔려 있는 영감들을 수집하며 저는 늘 되뇌었습니다.
“언젠가 쓸 데가 있겠지.”
네, 저의 기록들은 무쓸모의 수집이자 ‘쓸모의 재발견’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Q 무척 활발하게 기록하는데, 기록이라는 행위가 피곤하게 느껴진 적은 없나요?
A 저도 사람인데 기록이 피곤할 때도 있죠. 그런데 하다 보니 어느새 ‘기록형 인간’이 되어 있더라고요. 기록을 토대로 사고하게 된 것도 기록형 인간이 되는 데 한몫한 것 같아요. 직업상 새로운 것들을 찾아다녀야 하고 차별화된 기획이나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데 생각이 안 나서 고민스러운 것보다 훨씬 낫거든요. 제 기록물을 토대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수월해졌어요. 앞에서 기록의 보람을 물어보셨는데, 어찌 보면 기록형 인간이 된 것 자체가 보람 있는 일이에요.
--- 「나의 기록을 기록하다」 중에서
“승희 님은 왜 아무것도 적지 않아요? 회의록은 기본이에요. 뭘 써야 할지 모르겠으면 다 써요. 아주 세세하게 기록해요.” 회의록. 회의에서 이루어진 모든 내용을 문서화하는 기록.
‘써야 한다.’
일을 잘하려면 뭔가 써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이 회의를 왜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지,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향해 달려야 하는지, 그것을 써야만 비로소 우리의 회의가 완성된다는 것을 알았다. 회의에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내가 A라는 의견을 전달해도 B로 이해되기 쉽다. 그 오류를 줄여주는 도구가 회의록이다. 하나의 의제를 두고 생각을 맞대는 회의, 아이디어가 기획이 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려면 대화에서 스쳐가는 아주 작은 것들도 적어야 했다.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 나를 쓰게 만들었다.
--- 「나를 바꾼 세 가지 기록」 중에서
내용이 방대하다면 파트를 나눈다. 메일에 담을 내용이 너무 많다면 큼직한 내용을 먼저 보여주고 상세 내용을 쓰는 습관을 들이자. ‘1분 요약-5분 요약 -상세내용’의 세 부분으로 나눠 각 부분을 돌아가며 채워보자. ‘1분이라는 시간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 5분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 나머지 내용은 어떻게 보여줄까?’ 하고 가정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 「메일도 기록이라면」 중에서
평소에도 그렇지만 여행을 가면 유독 일상의 사소함이 묻어나는 것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그렇게 얻은 영감은 대부분 내 일, 즉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이어진다. 사소한 것을 잘 파는 사람이 되려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돌이켜보면 책 『여행의 물건들』 또한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나온 결과물일지도. 사소한 것의 위대함을 보여주려는.
--- 「사소한 것의 장엄함」 중에서
나도 어떠한 것을 받아 적는 사람으로 끝나고 싶지 않다. 앵무새처럼 ‘저 사람 말이 좋아, 이 사람 말이 좋아’라며 박수만 치고 싶지는 않다. 한 가지 상황도 100명이 바라보면 100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 된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스스로 질문하며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 생각을 담으려 노력했다. 기록에서 생각으로, 생각에서 실행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영감계정과 노트 역시 그러한 실행의 일환이다
--- 「기록하는 마케터」 중에서
제 책은 평범한 직장인이자 마케터로서 수년간 해온 일의 고민과 일상의 영감을 담은, 실용적 목적의 기록입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저의 기록이 쓸모 있는 게 아닐까요? 단순히 일을 잘하고 싶어서 시작한 직장인의 기록이 일에 대한 재미로, 영감의 수집으로, 나에 대한 이야기로 진화해온 거니까요. 저는 이 책을 읽은 분들에게 어떤 기록이라도 꼭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반드시 촘촘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단한 내용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어쩌면 진정한 기록의 쓸모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의 쓸모’를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기록에 나름의 쓸모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각자의 쓸모가 있을 테니까요.
---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