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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 엽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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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 엽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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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72g | 135*195*30mm
ISBN13 9791160401134
ISBN10 116040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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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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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샤워하는 동안, 남편은 이제 아이를 묶어 지하 작업실로 내려보낼 것이다. 거기 어두컴컴한 바닥에 하루 이틀쯤 혼자 버려둘 것이다. 그래야 반항하지 않고 고분고분해질 테니까. 어쩌면 과도한 전기쇼크 때문에 심장이 오그라들어 내일 새벽쯤 숨을 멈추게 될지도 몰랐다. 그러면 남편은 아이를, 잔디밭의 거름으로 쓸 것이다. 내년 봄이 되면, 아이를 거름 준 자리의 흙은 새카맣게 젖어 들고, 잔디들은 주위 어느 것들보다 더 파릇파릇 생기를 띨 것이다. --- p.108

증세가 나빠지려 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징후는, 꿈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꿈이란 누구나 꾸는 것이며 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두려운 것은, 잠잘 때 꿈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사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들이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신과의 대기실에서 말이다. --- p.112

어째서 치를 떨게 되는지, 박태자는 알지 못했다. 점잖지 못한 우아하지 못한 감정들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고무공처럼 튀었다. 그러곤 치를 떤다는, 순간적인 신체적인 증후로 나타났다. 남편이 지하 작업실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을 아이와는 관계없는 것이었다. 남편의 눈물이, 아이가 불쌍해서 나오는 게 아닌 것처럼. 아마도, 아이를 꾀어내어 차에 태워 기절시키고 뒤뜰에 팽개친다는 그 격렬한 행위와 관련 있을 것이었다. 흔치 않은 그 격렬함의 순간이 해소된 후에, 느닷없이 밀려드는 어떤 감정과 관련 있을 것이었다. --- p.108~109

“하. 그래서 그 쫓겨난 나쁜 냄새들이란 것들이 숨어버렸답니다. 똘똘 뭉쳐서, 증류하고 난 다음 비커 밑바닥에 고인, 무슨 끈적끈적한 진액처럼.” 그는 그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엑기스, 진액들이 언젠간 이 과천의 위생 처리된 맨홀 뚜껑 바깥으로 넘쳐날 순간이 올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니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마, 긴장을 놓지 마. --- p.183

“……목화밭이 뭘 먹고 크는지 알아?” 남편이 한 발짝 한 발짝 차분한 걸음을 옮기며, 계속 말을 이었다. “하, 수수께끼를 내는 거야, 수수께끼…… 목화밭이 뭐로 기름져가는지 알아? ……목화밭이 해마다 그토록 기름져가는 이유를 알아? ……뭘 먹길래!” --- p.224~225

따지고 보면 그와 아내가 이 사회에 끼친 해악이란 엄밀히 말해, 없었다. 그들은 어차피 사회 체계 바깥의 존재인 것이다. 그런 존재는, 제아무리 용을 써도 사회 체계 안의 내용물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괴물스러운 위력이 얼마나 막강하든, 바깥에 존재하는 한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물은 장난감의 수준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잠들어 있던 괴물을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놓곤, 재미로 쫓아다니며 괴롭히고, 종국엔 괴물이 왔던 곳, 사회 체계의 바깥으로 다시 쫓아 보내는 악취미의 희생물로 전락하는 것이다. 바로 그처럼. 오장근과 펫숍에게 양수겸장을 당한 그처럼. 제이슨도 프레디도 그렇게 놀림감이 되어 죽임을 당했다. 그와 그의 아내가 저질러놓은 것이라곤 예쁘장한 사내아이 몇을 죽여 둔덕에 파묻은 것뿐이었다. 그저 그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건 죄악도 패악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 p.299

그는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둔덕 전체를 일별했다.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잔디밭은 간데없고, 이번엔 목화밭이 있었다. 초여름 햇볕이 쨍, 쨍, 날카롭게 울리며 목화밭에 가득 내리쬐고 있었다. 그는 알 수 없었다. 어째서 여기가 목화밭인가? 씨는 아직 뿌리지도 않았는데, 언제부터 목화밭인가? 그는 볼 수도 없었다. 둔덕 전체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다. 둔덕 가득, 까맣거나 진초록인 사각형 반점들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는 목화밭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그는 삽을 놓고, 두 손을 들어 눈을 가린 다음 울기 시작했다. 누군가 그의 입속에 비닐 빵 봉지를 쑤셔 넣은 것 같았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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