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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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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김미월 등저 | 열림원 | 2011년 01월 2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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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1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06g | 136*195*20mm
ISBN13 9788970636764
ISBN10 8970636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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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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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도 비는 그치지 않고 있었고, 세찬 빗소리가 음악을 대신해 귓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이젠 비가 오면 그녀와 헤어져 집을 나오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녀가 그날 우산만 챙겨줬어도 비 맞은 몸이 그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녀가 뒤늦게라도 쫓아 나와 내 손에 우산을 쥐어줄 거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뒤돌아본 그곳에는 빗줄기만 하얗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이어폰을 빼고 끄물끄물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침침한 눈과 빗물 사이로 하얀 티슈가 흩날리고 있는 게 보인다. 티슈는 비 때문에 멀리 날아가지도 못하고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티슈는 금방 흐물흐물 갈라지고 찢어지더니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녹아버렸다. 그때 내 귀로 또 다른 가녀린 소리가 스며 들어왔다.” --- 「장은진 _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 중에서

“하늘과 땅 사이에 뿌려져 있는 것들은, 정말로 빗방울이었다. 마르한은 우박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건 우박과는 달랐다. 더 조그맣고 투명했고, 무엇보다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탱글탱글 맺혀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거미줄에 걸린 수없이 많은 이슬처럼, 혹은 비가 내리던 중에 시간이 무심히 멎어버린 것처럼.” --- 「윤이형, _엘로」 중에서

“쏴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팔을 내밀었다. 번쩍, 번개가 쳤다. 어둡던 실내가 순식간에 환해졌다. 아버지가 온화하게 웃었다. 내가 알던 아버지의 얼굴이 아니었다. 나는 엉거주춤 아버지 쪽으로 다가갔다. 아버지가 나를 잡아끌어 자기 무릎에 앉혔다. 엉덩이에 아버지의 뭉툭한 살덩이가 느껴졌다. 아버지가 양손으로 내 가슴을 감쌌다. 요건, 아직 안 자랐고? 아버지의 날숨에서 라면 냄새가 났다. 엄마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빨리 왔으면 싶다가도, 어쩐지 엄마에게 들키고 싶지 않기도 했다. 아버지가 팬티를 잡아끌어 내리더니, 나를 깊게 안았다. 숨이 막힐 것 같아 밀쳤다. 아버지의 혀가 배꼽을 간질였다. 어느새 아버지의 손가락이 잠지 속으로 들어왔다. 번쩍, 곧바로 쿠구궁, 쾅! 가까이에서 친 벼락이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버지가 방문을 잠갔다. 세상이 온통 빗소리뿐이었다. --- 「김이설, _키즈스타플레이타운」 중에서

“세 개의 점이 하나의 직선 위에 있지 않고 면을 이루는 평면은 하나 존재하고 유일하다. 이 문장은 어딘가 꼬였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꼬였다. 미묘하게 꼬여서 애매하다. 어디가 애매할까 생각하면 역시 두 번이나 반복되는 하나라는 부분이 재수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평면은 결국 어디에, 라는 생각으로 아득하게 애매해진다. 애매한 것을 외우다보면 외로운 것도 애매해지지 않을까. 세 개의 점이 하나의 직선 위에 있지 않고 면을 이루는 평면은 하나 존재하고 유일하다. 애매한 것을 멍하게 외우며 떨어지는 모습이란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거나 아름답지 않다거나 봐줄 누군가도 없으므로 아름답지 않은 채로 떨어진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진다. 소리도 없고 기척도 없다.
빗방울 같다.”
--- 「황정은, _낙하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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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의 ‘나’는 아내로부터 버림 받고, 가족들에게까지 등을 돌린 채 지붕에서 생활한다. 지붕에서 우연히 비를 쫄딱 맞으며 앉아 있던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는데, 웬일인지 고양이에게만은 유일한 친근감이 느껴진다. 어느 날 손등으로 낯선 티슈 한 장이 떨어지고, 그 후 티슈는 아파트 어딘가로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져 내린다. 티슈에는 립스틱 자국이 묻어 있기도 하고, 절박한 메시지가 적혀 있기도 한다. 티슈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대기자들」의 ‘나’는 썩은 사랑니를 발치하기 위해 치과에 간다. 대기실에서의 나의 순서는 네 번째. 그런데 웬일인지 예약 시간이 훨씬 지나도록 의사는 나타나지 않고, 간호사들은 무관심하다. 동요한 대기자들은 화를 내기도 하고, 병원을 그냥 나가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밖에 비가 온다거나 나의 순서가 몇 번째인가에 대하여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데……

「여름 팬터마임」의 ‘진’은 선배의 결혼식장에 간다. 진의 남자친구는 신부가 시인이라면서, 진에게도 얼른 등단을 하라고 종용한다. 진은 고교 시절 백일장에서 상을 탄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 상을 받았던 시가 비에 젖은 전단지 이면에 적혀 있던 시를 그대로 적어낸 것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시가 바로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한 대문호 파블로 네루다의 시였다는 사실을……

「엘로」의 마법사 ‘마르한’은 백마법(좋은 마법)이라고 믿었던 자신의 마법이 실은 흑마법(나쁜 마법)이 아닐까 의심한다. 기르던 고양이 흰둥이가 죽고 난 뒤부터다. 대마법사인 ‘나흡 자누얀’의 자문을 구하고자 길을 떠나지만, 나흡 자누얀은 이미 죽은 뒤였고, 그의 딸로부터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법사가 해야 할 세 가지 일이 적힌 양피지를 얻는다. 양피지에 적힌 내용에 따라 다시 길을 떠난다. 우연히 낯선 소녀를 만나 여정을 함께하게 되고, 소녀로부터 갖가지 도움을 얻는다. 특히 세 가지 일 중의 마지막인 빗방울 언덕에서는, 내리지 못하는 빗방울을 따다가 목걸이와 귀걸이를 만들어 팔아 필요한 돈을 얻기도 한다. 점점 더 소녀에게 익숙해진 마르한은 소녀의 이름이 ‘엘로’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다. 그것은 ‘불운의 덩어리’를 뜻하는 말이었는데……

「키즈스타플레이타운」의 ‘나’는 남편과 함께 ‘키즈스타플레이타운’이라는 이름의 어린이 실내 놀이터를 운영한다. 나는 어린 시절 친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는데, 남편은 자꾸만 소아를 탐한다. 심지어 키즈스타플레이타운의 어린아이들까지. 그런데 웬일인지 나는 이러한 남편에 대해 함구한다. 그러던 중 나와 은밀한 관계에 있던 ‘태현’이 남편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고, 급기야 알 수 없는 죽음에까지 이른다. 무언가 심증을 가지고 키즈스타플레이타운에까지 들이닥친 경찰은 나를 점점 추궁한다. 그날 새벽에 들어온 남편은 물비린내가 가득한 몸으로 거칠게 나의 옷을 벗기는데……

「낙하하다」의 ‘나’는 삼 년째 떨어지고 있다. 검은 공간을 그저 하염없이 떨어져 내린다. 어째서 떨어지고 있는지도, 혹시 위아래가 뒤바뀌어 상승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심지어 죽었는지도 모른 채 떨어지고만 있다. 애초 사람들이 말하는 빗소리도 실은 빗소리가 아니라 빗방울에 얻어맞은 물질의 소리라고 생각하며 떨어진다. 끊임없이 떨어지는 일이 지하철역에서 칠 번 출구의 방향을 묻던 아주머니처럼 외롭고 쓸쓸하다고 생각하는데……

「멸종의 기원」의 ‘나’는 죽어가던 할아버지로부터 ‘날씨표시상자’와 함께 ‘불행하라’는 유언을 얻는다. 할아버지의 유언대로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 양쪽으로부터 모두 잊혀진다. 나는 축구선수를 꿈꾸거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지만, 언제고 결국은 멸종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날씨표시상자의 탑에서 왕이 사라지고 여왕이 나타난다. 그리고 오랜 건기에서 우기로 바뀌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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