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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중고도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미셸 투르니에의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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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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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247쪽 | 372g | 130*210*20mm
ISBN13 9788959136551
ISBN10 8959136557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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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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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정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3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시집 『다시 시작하는 나비』, 『매혹, 혹은 겹침』, 『그 여자, 입구에서 가만히 뒤돌아보네』, 『스·타·카·토 내 영혼』, 『용연향』과 평론집 『비어 있는 중심: 미완의 시학』, 『연두색 글쓰기』, 『영혼의 역사』, 사회문화산문집 『거품 아래로 깊이』, 『말의 귀환』, 『분노의 역류』 등이 있으며 『람세스』, 『아발론 연대기 세트』, 『태평양의 방파제』, 『로즈 멜리 로즈』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1998년 백상출판문학상(번역 부문)을, 2000년 제14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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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제시한 116개의 ‘열쇠-개념’들은 이와는 반대로 매우 소박한 추상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가능한 한 그 구체성을 다양하게 포함시키기 위해서였다. 독자들은 어쩌면 이 책에 고양이와 개, 오리나무와 버드나무, 말과 황소 등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개념들은 구체적인 존재 이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상당한 상징적인 의미로 둘러싸여 있다. 다른 범주 도표들에서와 같이 이 개념들도 반대 개념들과 짝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 개념들이 상반된 대립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신은 무신론이 말하는 신의 부재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 존재인 악마에 대립되어 있다. 또한 존재는 비(非)존재가 아니라 실제의 체험이 나타내는 무(無)에 대립되어 있고, 우정은 무관심이 아니라 사랑에 대립되어 있다. 나는 이러한 양면적인 방법이 매우 풍요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 전체가 이런 방법으로 쓰여졌다고 말할 수 있다.--- 시작하며(pp.8~9)

고양이의 성정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개의 성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특성이 공존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사람들은 개에게 스스로 문을 열고 바깥을 정복하러 떠나는 충동을 기대한다. 사람이 개를 산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가 사람의 산책을 이끄는 것이다. 사람은 개가 자기를 대신해서 거리나 집 주위에 있는 들판이나 숲의 모든 구석구석을 탐험해주기를 바란다. 개의 후각―고양이는 그것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은 멀리에서도 수색을 할 수 있는 도구이다. 사람은 그 후각을 가로채고 싶어 한다. 반면 고양이는 집 안에 남아 난로가나 등잔 아래에서 빈둥거리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꾸벅꾸벅 졸기 위해서가 아니라 깊은 생각에 잠기기 위해서이다. 고양이가 쓸데없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지혜롭기 때문이다. 개가 일차적 동물이라면, 고양이는 이차적 동물이다.--- 고양이와 개(pp.46∼47)

스푼은 저녁에 먹는 수프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수프는 야채 국물에 빵을 찍어 먹는 음식인데, 하루의 일과가 끝난 다음 가족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스푼이 바쁘게 움직인다. 수프가 빡빡할 때에 스푼은 수프 속에 똑바로 꽂혀 있다. 수프가 뜨거우면 차게 식히느라 후후 불면서 호들갑스럽게 먹게 된다. 포크에는 어딘가 악마적인 데가 있다. 사람들은 흔히 쇠갈고리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악마를 표현한다. 그 쇠갈고리는 아마도 신에게 버림받은 죄인들을 지옥불 속에 던지기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스푼이 채식주의적 소명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포크는 육식의 상징이다. 옛날에는 ‘포크 마음대로’라고 불리는 식당들이 있었다. 그것은 돈을 조금 내고 냄비 속에 딱 한 번 포크를 넣은 뒤 집어낼 수 있는 만큼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포크와 스푼(pp.99~100)

보통 오른손은 왼손보다 더 ‘능란하다’. 왼손은 그 자체로 ‘왼쪽스럽다’. 즉, 서툴다는 말이다. 어쨌든, 인류의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왼손이 서툴게 느껴진다. 전통적으로 선(善)은 오른쪽에, 악(惡)은 왼쪽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골고다에서 착한 도둑은 예수의 오른쪽에, 나쁜 도둑은 예수의 왼쪽 십자가에 매달려 있었다. 최후의 심판일에도 선택된 자들은 성부(聖父)의 오른쪽에, 버림받은 자들은 왼쪽에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1789년 삼부회의(三部會議)가 처음으로 열렸을 때부터 왕당파는 의장 오른쪽에, 혁명당원들은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정치 전통은 좌파·우파라는 말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pp.195∼196)

투르니에는 철학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인다. 일상의 모든 사물들이 철학적 사유의 재료로 활용되는 것이다. 투르니에는 그렇게 함으로써 철학이 도서관에 있는 딱딱하고 고상하지만 재미없는 물건이 아니라, 보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그 무엇이 되게 만든다. 이것은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삶에 대해 정말 빼어난 통찰력을 갖기 전에는 이런 글을 쓰기 힘들다. 투르니에는 아주 느긋하고 가볍게, 그러나 충분히 진지하게 무거운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해서 나날의 식탁으로 하강한 철학은 생생한 삶의 먹거리가 된다.
- 김정란(시인,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옮긴이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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