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시각처리에서 외측억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물체들의 경계선이 분명해지는 효과를 낳기 때문으로 추론된다. 즉, 조명이 약한 경우 물체들의 경계가 물리적으로 흐릿해질 수 있는 외측억제 기제를 이용한다면 이를 좀 더 분명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기능은 카메라, 복사기, 스캐너, CCTV 등에 적용되어 활용되고 있다. --- p.10
이 실험에서 상당수의 고등학생이 도형의 역전성을 경험하였는데 역전 가능한 도형들을 잡지, 책, TV 등에서 이미 여러 번 경험했을 수 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Rock 등(1994)은 3~4세 아이들이 도형 역전을 볼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 실험에서 토끼/오리, 대머리/쥐, 얼굴/꽃병 애매한 도형이 60초 동안 아이들에게 제시되었다. 결과는 아무도 역전을 경험하지 못하였다. --- p.68
최근의 증거들은 규준-기반 모형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 어느 한쪽 끝의 얼굴을 20초가량 바라보다 가운데 중립적인 얼굴을 보라. 중립적으로 보이던 얼굴이 여성스럽게 보이거나 남성스럽게 보인다! 규준-기반 모형에 따르면, 한쪽 극단의 얼굴을 계속 보면 이 얼굴이 속해 있는 차원의 전체 얼굴의 규준이 계속 보고 있는 얼굴 방향으로 이동하고, 관찰자가 평균적인 얼굴로 눈을 돌렸을 때 이동한 규준보다 더 다른 방향이므로 왜곡되어 지각된다. --- p.85
생리적 단서는 대상을 시각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체의 해부학적 구조의 변화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먼저 수렴(convergence) 깊이 단서는 두 눈이 벌어지는 각도 차이에서 발생한다. 멀리 있는 물체를 바라볼 때 두 눈이 벌어지는 각도는 증가하고, 가까이 있는 물체를 바라볼 때 각도가 감소하여 눈이 모인다. 각 눈에는 세 쌍의 근육이 붙어 있는데 이 근육을 통해 두 눈이 벌어지거나 모인다. 뇌에서 근육의 수축 정도에 대한 신호를 이용하여 깊이가 계산되는데 이때 눈 근육의 수축 정도가 수렴 단서이다. --- p.107
가상현실에서 행위자는 자신의 몸이 존재하는 곳에 있다는 느낌인 현실감(presence)에서 시각적으로 제시된 세계로 자신이 들어와 있다는 착시적 느낌인 원격현실감(telepresence)으로 전이가 일어난다. 물론 이런 현실감의 전이는 소설책을 읽을 때나 TV나 영화를 볼 때도 일어난다. 그렇지만 가상현실에서 시각장 전체가 완전히 다른 세계가 투사되어 일어나는 현실감의 전이는 엄청나게 생생하다. (141
움직임은 일련의 정지 화면의 연속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인 회화에서 움직임을 구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움직임은 매우 중요한 심리 현상으로 화가들이 놓치기 힘든 대상이다. 그래서 화가들은 움직임에 대한 느낌을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궁리하여 사용해 왔다. 그런데 정지된 화폭에 표현된 움직임은 실제 움직임이 아니므로 함축 움직임(implied motion)이라고 한다. 함축 움직임은 사람이나 동물 같은 구체적인 형태가 재료로 쓰여 표현되기도 하지만, 칸딘스키의 그림처럼 추상적인 도형들을 사용하여 표현되기도 하므로 매우 주관적인 현상일 수 있다. --- p.165
몰입은 권태와 정반대의 현상이다. … 즉, 일에 집중하면 시간에 주의하기 어려워 그만큼 펄스가 누적되는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실험에서 참여자들은 실험 전에 작업 선호검사(Work Preference Inventory)를 먼저 수행하였다. 이 검사는 스스로 알고자 하는 지식을 추구하는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높은지 보상에 의해 일의 동기가 발생하는 외적 동기(external motivation)가 높은지를 나눌 수 있다. 조사 결과, 내적 동기가 강한 사람일수록 시간에 대한 의식이 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시계를 자주 보지 않고 종종 시간을 잊곤 하였다. --- pp.241-242
마술사는 속임수를 성공시키는 동작을 재빠르고 눈에 띄지 않게 수행하고, 사실과 다른 지각적 추론(perceptual inference)을 유도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속는다. 우리가 바라보는 위치는 세상에 놓인 물체들을 정확히 바라보는 데 한계가 있다. 물체들은 서로 부분적으로 가리거나 가려진 채로 투사되고, 조명에 따라 밝기와 색이 다르게 투사되기도 하며, 거리에 따라 크기가 다르게 투사되고, 보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일그러진 채 투사된다. 만일 우리가 눈에 맺힌 그대로를 실세계라고 지각하면 큰일일 것이다. 책상에 가려진 사람 다리가 안 보인다고 해서 없다고 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 p.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