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관해 그가 좀더 예리하게 성찰했다면, 태양의 전조에 맞서 빛을 뿜으려는 초라한 종야등이 마음속에 반쯤 묻어놓은 지각을 자극해서, 어떤 자서전의 서글픈 줄거리를 상기시켰을지도 몰랐다.
--- p.8
한평생 부인은 자신의 행동거지와 말이 자기가 원하는 식으로만 남들에게 받아들여진다고 순진하게 믿어왔다. 부인의 집에서 침실 커튼을 치는 일은 언제나 남편 몫이었다.
--- p.29
벼락부자들 몸에 밴 태도였다. 그녀의 아버지가 자기들 할아버지의 아랫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들은 그녀가 돋보이게 차려입을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 p.33
아직도 앨리스는 댄스파티가 운명을 바꾸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나이였다. 지금까지의 파티가 아무리 평범하고 실망스러웠어도 이번 파티는 대단한 만남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 p.48
규칙에 대한 관념이 본인도 모르게 머릿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밀드레드는 어떤 행동도 규칙에 어긋나게 하지 않았다.
--- p.64
이들 여인 부대는 춤추고 있는 아가씨들의 어머니들로, 자기 자식들을 보호하고 지지하러 그 자리에 왔다. 어떤 난관 앞에서도 아이들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아이들의 모든 만남에 외교적 수완을 빌려주려고, 그들의 ‘배경’이 되어주려고.
--- p.72
하루하루가 크리스마스 같은 밀드레드의 완벽한 삶을 완성할 약혼자 아서 러셀 씨가 잘생기고 우아하고 친절해 보이고 완벽한 데다가 ‘굉장한 부호’이기까지 하다니. 물론이다! 부자들은 언제나 자기들끼리 결혼한다.
--- p.80
여태껏 앨리스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도 세상이 항상 존재해 왔다는 걸 믿지 못했다. 모든 것을 자신의 배경으로만 여겼다. 달은 여름밤에 그녀의 미모를 한층 부각하는 조명일 뿐이었다.
--- p.99
“현실과 딴판이고 결코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다 끝나는 게 인생인가? 근사한 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만 생기지. 왜 나한테만 그런 일이 안 생길까?”
--- p.105
이제껏 앨리스는 자기와 관련된 것이 아니면 흥미를 느껴본 적이 없는데, 스물두 살짜리에게는 특이한 경우가 아니다.
--- p.110
‘내가 왜 이러지?’ 앨리스는 자문했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지? 왜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그러다 앨리스는 생각했다. ‘내 진짜 모습이 과연 뭐지?’
--- p.124
우리는 왜 고개를 들고 살지 못하지? 그 사람들이 경쟁에서 당신을 제쳤으니까. 그 사람들은 출세했고, 당신은―당신은 아직도 그 구덩이에서 점원 노릇을 하고 있어!”
--- p.165
어쩌면 그것은 그 시간의 아름다움이었거나, 조금 전에 두 사람이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랑의 아름다움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앨리스는 아름다웠다. 비록 시간의 아름다움은 지나가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본 사람은 그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을 느낀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 p.225
“무슨 일이 일어날 때는, 뭐, 그냥 일어나는 거죠. 그런 거예요. 세상만사가 그래요. 그 상황에서 자기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장님도 그렇게 하셔야 하고요.”
--- p.310
우리는 무슨 일을 한 다음에 이렇게 생각하죠. 내가 이러이러했으니 사람들이 요러요러하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안 돼요. 사람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데, 대개 우리가 바라지 않은 딱 그 생각을 해요. 이런 척 저런 척 가장해서 좋은 게 하나 있다면, 자기가 누군가를 속이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재미뿐이에요.”
--- p.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