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점잖아 보이는 늙은 고래 한 마리가 그 곳을 지나다가 아예 눌러 살기로 마음억었습니다. 맛있는 크릴이 무척 많은 곳이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었지요. 더욱이 반짝이는 물고기들에 둘러싸여 지낸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고래는 몇 시간이고 물고기들을 쳐다보며 아름다운 은빛 비늘에 감탄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톱니 모양의 지느러미를 한 물고기가 자기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고래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왜 저렇게 우릴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지?'
그날따라 유난히 기분이 언짢았던 톱니 지느러미를 한 물고기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계속 투덜거렸습니다.
'우릴 빤히 쳐다보고 있잖니?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일까?'
그날 이후 물고기들은 자꾸만 고래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저 커다란 입 좀 봐! 크릴을 몽땅 먹어치울 것 같애,'
무지개 물고기도 은근히 불안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아무런 걱정 없이 배를 채울 수 있었는데, 고래가 크릴을 다 먹어치우면 어떻게 하지? 왜 우리를 계속 쳐다보는 걸까? 물고기들까지 먹어치울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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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저 깊고 푸른 바닷속에, 무지개 물고기와 친구들이 암초 사이를 헤엄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물고기들은 반짝이는 은빛 비늘을 하나씩 달고 있었습니다. 작은 줄무늬 물고기만 은빛 비늘이 없었지만, 그래도 사이좋게 어울려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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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고래는 물고기들이 던진 무심한 말에 얼마나 맘이 상하고 화가 났었는지 털어놓았습니다.'너희들을 해칠 생각은 없었단다. 그저 겁이나 조금 줄까 했지.' 무지개 물고기는 부끄러웠습니다.' 죄송해요. 하지만 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시닌 우린 잡아먹히는게 아닌가 마음졸였어요.' 고래는 깜짝 놀라 대답했습니다. ' 난 반짝이는 비늘이 너무 예뻐서 쳐다본 것뿐인데'둘은 함께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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