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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여기 머문다
중고도서

천사는 여기 머문다

: 2007년 제3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전경린 등저 | 문학사상 | 2007년 01월 1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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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46쪽 | 516g | 153*224*30mm
ISBN13 9788970127774
ISBN10 897012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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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5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여자는 알고 있었다. 그가 오래도록 기차에서 내리지 못한다는 것을. 기차는 그 낯선 역에서 서지 않는다. 여자는 플랫폼에 서서 그가 가장 가까이 다가왔다가 멀어져가는 것을 수만 킬로미터의 암흑 동굴 속에서 타오르는 횃불 같은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남자는 지나쳐가는 기차 안에서 놀란 얼굴로,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영혼의 카메라 같은 여자의 젖은 동공 속에 찍히고 또 찍힐 것이다. 이틀마다 사흘마다 남자는 그렇게 다가왔다가 멀어져 갈 것이다. 달리는 기차에서 생의 속도를 재지 않고 뛰어내려 머리가 깨어지거나 다리를 부러뜨리거나 팔을 잃은 남자들이 더러 있다는 소문도 돌지만 그는 그렇게 무모하지 않을 것이다. 또 더러 어떤 남자는 머리가 하얗게 새도록 늙은 뒤에, 생의 속도가 제 풀에 사라진 뒤에 기차에서 내려서기도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여자는 홀로 산 밑 집으로 되돌아가 술 취한 사람과 다리 저는 사람과 장님과 백치와 아이들과 노인들 사이에서 그가 없는 사랑을 할 것이다. 그가 없는 사랑은 얼음 수증기처럼 적막하고 쓸쓸해도 한편 죄가 없으니 가볍고 편안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그 꿈도 먼지처럼 바람에 날려가고, 그러면 여자는 다시 구름처럼 가벼워져 흘러갈지도 모른다.
--- p.67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이혼의 상처를 품은 채로 살고 있는 주인공 이인희가 언니가 사는 독일의 작은 마을을 찾은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작은 건축회사에서 일하던 중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모경이라는 유부남을 그녀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렇게 둘은 데이트를 시작하고 유부남인 모경은 이혼 후 인희와 결혼한다. 하지만 모경의 지독한 의처증과 폭력성은 그들의 결혼 생활을 파경으로 이끌고 결국 결혼생활은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만다. 이혼 후에도 그를 잊지 못하고 주위를 배회하는 모경은 그녀에게 부담이자 끊을 수 없는 삶의 흔적이기도 하다. 새로움을 위해 독일을 찾은 이인희는 낯선 이국땅에서 자신의 주변과 삶에 대한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이방인의 감성과 시선에 잡힌 그들(독일인)의 사랑과 결혼, 여성의 삶에 대한 관조.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계기가 찾아 온다. 언니의 소개로 알게 된 독일남자 하인리히.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그녀에게 서로 자유롭고 섹스 없는 생활을 전제로 결혼을 제안한다. ‘직장 생활 같은 결혼’일 거라는 언니의 말에 순순히 응할 결심을 한 인희. 그날 밤 인희는 블라우스의 바느질을 하다 왼쪽 엄지 끝을 찔리고 그녀는 어두운 방안에서 모경이 준 반지에서 흘러넘치는 빛의 환영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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