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자산화한 부동산 시장에서 변동성은 필수적이다. 거대한 유동성 축제 뒤에는 반드시 고통스러운 조정 기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거품이 빠지면서 뒤늦게 랠리에 뛰어든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거품은 허망한 것이다. 모래성처럼 속절없이 무너진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영원한 상승이 없듯이 영원한 하락도 없다. 시간이 흘러 새살이 돋듯 부동산 시장도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다. 필자는 장기적으로 우상향을 믿는 합리적 낙관론자이고 싶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띨 수 있다. 우리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같은 패턴으로 반복될 것이라는 ‘패턴화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이번에도 과거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다는 보장이 없다. 도식적인 사고보다 유연한 마인드로 핵심 세력의 움직임을 고찰할 때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 p.11-12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3대 요소는 의식주(衣食住)로 옷과 음식, 그리고 집이다. 이 3가지 요소를 갖춰야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초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집은 인간의 기본 욕구 가운데 필수요소로, 글자 순서로 따지면 맨 마지막이다. 이제 어느 정도 살 만해지면서 굶거나 헐벗은 사람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인가. 의식주의 순서가 최근 들어서는 뒤바뀐 느낌이다. 실제로 순전히 ‘먹고’ ‘입는 것’ 에 대한 걱정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고, ‘사는 곳’인 주(住)에 더 신경을 많이 쓴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있어도 ‘내 옷 마련의 꿈’이나 ‘내 음식 마련의 꿈’이라는 말은 없다. 오죽하면 초등학생에게 미래의 꿈을 물었더니 ‘내 집 마련’이라고 답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릴까. 대도시에 사는 사람일수록 옷이나 음식 걱정보다 ‘집 스트레스’가 더 많다. 많은 사람이 집 때문에 울고 웃는다. 주택 문제가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가 되어버렸다.
--- p.25-26
부동산 불패 신화는 부동산 가격이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다. 부동산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은 다분히 신앙적이다. 불패 신화의 정반대 쪽에서 폭락론이 잠시 득세할 때가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한국 사회의 지배적 정서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를 가진 대다수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기를 염원한다. 자신의 복을 비는 기복신앙과 닮아있다. 아파트에 대한 집단적인 맹신은 ‘아파트교(敎)’를 연상케 한다. 아파트라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믿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아파트 가격을 신봉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아파트 그 자체가 아니라 아파트 가격을 믿는 종교에 가깝다. ‘아파트교’는 한국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세속화된 종교이자 현대판 기복신앙이다. 많은 사람이 예수나 부처에게 소원을 빌기보다는 아파트 콘크리트에 대고 기도한다. 그런 행위가 현세에서 훨씬 빨리 부와 성공을 성취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많은 사람이 ‘아파트교’ 신도로 산다. 술자리에서 건배사로 “재건축(재미있게, 건강하게, 축복하며 살자)” “재개발(재밌고, 개성 있게, 발전적인 삶을 살자)”을 외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아파트 대박을 꿈꾸는 욕망의 상징이다. 별다른 의식 없이 내뱉는 이런 말들이 ‘아파트교’의 독실한 신도가 되어버린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 p.69-70
우리는 개별 인간이지만 이래저래 다른 사람과 얽혀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빚을 지고 산다. 그들이 있어야 나도 그럭저럭 삶을 누릴 수 있다. 사회가 무너지면 나 혼자 살아남기 힘들다. 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누군가 사주기 때문이고, 내가 전·월세를 놓을 수 있는 것은 그 공간을 누군가 채워주기 때문이다. 공동체 사회란 그런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마주치는 모르는 이웃이 있기에 내 삶이 존재한다. 결국 사회는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고 공존해야 유기체처럼 잘 돌아간다. 다른 사람 덕에 이 정도라도 살아갈 수 있다는 열린 생각을 가지면 다른 사람은 질투와 미움의 대상이 아니라 고마움의 대상이 된다. 윽박지르거나 우격다짐하기보다 상호 인정과 대화, 설득을 통한 공존의 가치를 익혀야 대립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쉽지는 않지만, 부동산 갈등도 이런 마음가짐에서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 p.93-94
강남 아파트값이 영원히 오를 수는 없다. 흔히 ‘똘똘한 한 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강남 아파트값은 하락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위험한 맹신이다. 투자 상품이 된 부동산은 과거보다 훨씬 변동성이 커졌다. 강남 아파트도 전체 시장 흐름을 떠나 존재할 수 없으므로 대세 하락이 오면 시세가 크게 떨어질 것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같은 투자 상품은 하락기에는 낙폭이 더 깊을 수밖에 없다. 만약 아파트값이 과도한 기대로 부풀려졌다면 후유증이 더 클 것이다.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지는 ‘변동성 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 ‘산고곡심(山高谷深)’이라는 옛말이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것이다. 가격이 많이 오르면 당연히 많이 떨어진다. 이것은 자연의 논리뿐만 아니라 경제의 논리다. 물론 강남 아파트는 시장의 주도주 성격을 갖는 만큼 상승기에는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회복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강남 불패’보다는 ‘강남 덜패’에 더 가깝다. 즉 강남은 투자에 실패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기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손해를 덜 본다는 뜻이다.
--- p.110-111
월세 시대가 되면 아파트 평가도 전세 시대와 다를 수 있다. 투자금 대비 월세 수령 액수(월세 수익률)가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아파트도 미래에 예상되는 수익을 기초로 적정 가격을 추산하는 수익 환원법이 각광받을 가능성이 있다. 수익환원법은 그동안 주로 다세대나 다가구(원룸)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을 사고팔 때 매겨왔으나 이제는 아파트도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아파트는 수익형 부동산보다는 시세 차익형 부동산에 더 가깝다. 갭투자가 하나의 재테크 방식으로 자리잡은 것은 전세제도가 있어서다. 갭투자는 현금흐름보다 자본이득으로 보상받는 구조다. 하지만 월세 시대가 되면 현금흐름 중심으로 가격을 따진다. 전세형 주택이 주식형 주택이라면, 월세형 주택은 채권형 주택이다. 채권 이자처럼 정기적으로 임대료를 받는 것이다. 이제는 전세보다 월세가 잘 나가는 아파트를 눈여겨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반복하건대 향후에는 월세 수익률이 집 고르기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세입자에게 아파트 월세화는 슬픈 일이지만, 노후를 준비하는 은퇴자에게 아파트는 월세가 나오는 또 다른 금융상품이 될 수 있다.
--- p.138-139
투자는 기본적으로 불안증을 유발한다. 확실성을 상징하는 저축과는 달리 그 성과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의 미래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아파트를 사고파는 것은 주식 매매와는 차원이 다르다. 투자 금액 면에서 아파트는 주식을 압도한다. ‘내 집 장만이 인생 최대의 쇼핑’이라는 말은 이제 고리타분한 말이다. 지금은 인생과 가진 재산을 건 운명과의 백병전이다. 백척간두의 위험한 외줄 타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펀드나 주식 투자는 적립식으로 위험을 분산할 수 있지만 집을 살 때는 기회가 딱 한 번이다. 가진 것을 다 걸어야 한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더구나 제 돈 내고 집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빚(대출)이라는 외상까지 동원해 풀 베팅을 하는, 건곤일척의 투기행위로 변한 것이다. 개인들도 주식 전문 딜러처럼 매번 타이밍을 재며 조마조마한 삶을 살아야 한다. 때로는 거래 과정에서 마법사라도 되어야 할 것 같다. 이러다 보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뜻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의사결정 장애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우리는 어느새 집값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편안함을 제공해야 할 집이 이래저래 스트레스 유발의 주 원인이 되었다.
--- p.159-161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수용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은 비슷해지기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군집행동이다. 군집행동은 스스로 판단해 독자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집단의 일원으로서 함께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군집행동은 시장이 불안할수록 자주 나타난다. 시장이라는 거대한 집단적 공간에서는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쓴다. 집이 거주보다 투자의 대상일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투자자는 자신의 독립적인 의사결정보다 시장 대다수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지가 훨씬 중요하다. 한마디로 남의 눈치를 보면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고, 모방의 무한 연쇄작용 끝에 거대한 무리 짓기가 만들어진다. 부동산 시장이 확 달아오르다가 어느 순간 돌변해서 얼어붙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수요자들은 작은 자극에도 물고기 떼나 메뚜기 떼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시장 흐름이 수시로 바뀌니 종잡을 수가 없다. 남과 보조를 맞추다가도 어느 순간 재빨리 움직여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도 자주 발생한다.
--- p.178-179
부동산 시장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 시장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한다. 시장 지능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시장을 단순히 비이성적 투기집단으로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몇 년 전 만난 한 고위 인사가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며 시장의 욕망을 부정했던 기억이 난다. 시장의 욕망을 무시한 당위의 찬미는 실패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한 전직 관료는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기보다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정책을 펴야 효과를 발휘하더라”고 했다.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개인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 메커니즘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자본의 욕망이 더욱 강하게 지배하면서 시장이 과거보다 거칠어지고 변덕도 심해졌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한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짚어내려면 선입견부터 버려야 한다. 과거에는 시장을 무조건 적으로 보고 투기와의 전쟁을 벌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시장의 질서를 무조건 ‘추앙’하라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시장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는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 p.184-185
2030세대는 어떤 투자 대상이든 다 게임처럼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하면서 자란 ‘게임 세대’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투자는 수익률 게임이다. 아파트를 살지, 주식 혹은 암호 화폐에 투자할지 고민하는 것은 마치 배틀그라운드, 리지니, 로블록스 중 어느 게임을 할까 고민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특정 자산에 머물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매력적인 곳에 투자한다. MZ세대를 가히 ‘투자 유목민’이라고 부를 만하다.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것은 게임에서 점수를 따는 것과 같은 행위다. 그래서 ‘돈을 얼마나 더 빨리 벌 수 있느냐’가 중요한 가치판단 기준이다. 자본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빚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다. 명예나 이념을 중시하던 윗세대와는 큰 차이가 난다. 투자는 일종의 생존 방식이다. 재테크는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는 것으로 생각한다. MZ세대에게 재테크는 불로소득이 아니다. 힘들여 결실을 얻는 또 다른 노동소득일 뿐이다.
--- p.240-241
요즘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의미의 가성비(價性比)라는 말을 본뜬 가안비(價安比)라는 말이 유행이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안전하면 돈을 좀 더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MZ세대의 아파트 선호는 바로 가안비와 궤를 같이한다. 아파트는 매매 가격뿐만 아니라 전월세 가격도 다른 주택보다 비싸다. 편리할 뿐만 아니라 안전한 공간이어서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입주할 수 있다. 안전을 보호받기 위한 추가 비용인 셈이다. 아파트 단지는 기본적으로 울타리가 설치되어 외부공간과 분리된다. 아파트 단지는 외부의 침입을 받지 않는 거대한 콘크리트 성(城)이다. 아파트 건물에 들어오기만 하면 신변에 어떠한 위해를 받을 일이 없다. 그만큼 방범이나 보안이 다세대 다가구주택보다 우월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일종의 안전지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 MZ세대의 아파트 선호는 바로 안전 강박증이 한몫하고 있는 것 같다.
--- p.258
‘나는 왜 우유부단하고 무능력한 걸까. 남들은 부동산을 잘도 사고팔던데….’이런 증상은 한마디로 ‘의사결정 장애’다. 하지만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니까. 과거에는 집을 사거나 옮길 때 이런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다. 모자나 장갑을 사듯이 그냥 고민 없이 필요에 따라 구매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의사결정 장애는 집값이 너무 비싸진 데다 집을 재테크로 생각하면서 생겨난 일이다. 나는 어떤 결정을 해야 후회가 없을까.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하면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쪽 신호만 받는 게 아니다. 반대쪽 신호도 함께 받는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하락한다는 여러 가지 신호와 상승한다는 수많은 신호가 동시에 전달되니 결정이 어려운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확대경으로 보면 물속에 벌레가 우글우글하대요. 자, 갈증을 참을 거요, 아니면 확대경을 확 부숴버리고 물을 마시겠소?” 집을 사거나 팔 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도 의사결정을 빨리하는 방법이다. ‘내가 왜 집을 사고팔아야 하는가.’ 복잡한 생각을 떨쳐내고 이 간단한 질문에 스스로 대답해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각 단순화의 힘이다.
--- p.323-325
돈에 대한 욕망은 어느 시대든 마찬가지다. 돈은 불합리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갑옷일 수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노동소득을 통해 차곡차곡 돈을 쌓기보다 투자에 열을 올리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투자 문제로 좌절하고 기쁨을 맛보는 투자 사회에 살고 있다. 요즘은 경로당에서도 어르신들이 고스톱보다 주식 투자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진다고 하니 오죽하랴. 이처럼 투자는 어느새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펀드매니저처럼 타이밍을 재면서 사고팔고, 자산을 굴리면서 살아야 하는 개인 성과사회가 된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성세대는 노동소득의 중요성만 강조한다. 땀 흘리는 것만 가치가 있다는 노동가치설을 맹신한다. 물론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은 고귀하고 그만큼 값어치가 있다. 하지만 노동소득을 절대시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자본소득에 대한 경시는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의 유산인지 모른다. 일자리가 사라져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만 해서 부를 쌓기는 더욱 어렵다. 투자를 한다고 해도 아무나 돈을 챙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름대로 지식을 축적해야 하고, 부지런해야 하고, 사리에도 밝아야 자본소득을 챙길 수 있다. 그 방법에서 위법적 요소가 없다면 자본소득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노동소득은 신성한 것이고 자본소득은 현명한 것이다.’
--- p.351-352
요즘은 재무지식이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되었다. 조선 시대의 서당에서 『명심보감』은 필수 교양서로 읽혔다. 『명심보감』은 살아가면서 마음에 깊이 새겨둘 만한 삶의 지혜를 모은 책이다. 현대인 역시 인격 수양에 필요한 철학과 윤리 교양 지식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동산, 주식, 세금, 금융상품 등의 기능적 지식이 현대생활에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재무지식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활용능력까지 갖추면 더욱 좋다. 인성도 좋고 인문학도 좋지만 당장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재무지능이다. 요즘은 재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가 되기 쉽다. 청약제도, 양도세, ELS, ISA, IRP 등을 모르는 것은 조선시대에 한자를 모르는 것과 같다. 이른바 현대판 금융 문맹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문맹이다. 베이비부머 이상의 장노년층이 금융 문맹과 디지털 문맹 등 이중 문맹인 경우가 많다. 생존 차원에서라도 부동산이나 주식, 세금, 금융상품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알 것은 알아야 한다. ‘재무지식 쌓기’는 재물 불리기 차원을 넘어 자신과 가족의 평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다.
--- p.353-354
세상에는 가장 무서운 2마리의 개(犬, 견)가 있다고 한다. 바로 ‘편견’과 ‘선입견’이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편견과 선입견은 경직된 사고로 인식의 큰 장애물이 된다. 자신만의 경험이나 고정관념이 고착화되면서 생긴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이 혹시 편견과 선입견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세상의 흐름은 빨리 따라가야 한다. 내 나이 50세가 넘었다면 세상 유행을 만들어가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유행을 좇아가는 트렌드 팔로워(trend follower), 혹은 흐름을 빨리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이가 들어 몸은 늙어도 생각은 최신의 것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세상의 새로운 주역이 된 MZ세대의 생각을 좇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부동산에서는 결국 MZ세대의 공간과 소비 욕망을 욕망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MZ세대가 주거지로 선호하는 곳, 소비하는 곳을 좇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월세를 놓는다면 공급자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입지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세를 낼 사람 입장에서 판단해야 착오가 생기지 않는다. 역지사지의 마인드가 성공을 부른다. 물고기를 잘 잡으려면 낚시꾼이 아니라 물고기의 취향을 고려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윗세대보다 아랫세대의 공간과 소비의 니즈를 읽고 공감하라.
--- p.376-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