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은 세계의 일곱 대륙 가운데 여섯 대륙과 세계의 모든 대양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진 인류 역사상 최대의 단일사건이다. 이 전쟁으로 5,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수억 명이 몸이나 마음에 상처를 입은 채로 남았으며, 문명의 심장부 대부분이 물질적으로 황폐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과 경과와 결과를 단 한 권 분량으로 논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완전히는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이 전쟁을 사건들의 연속으로 죽 이어 서술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전쟁 이야기를 네 가지 주제로 - 즉, 사건 설명, 전략 분석, 본보기 전투, '전쟁의 논제' - 로 나누고 이 네 가지 주제를 이용해서 여섯 개의 주요 절로 이루어진 역사서를 서술하기로 마음먹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1940∼1943년의 유럽 서부전선의 전쟁, 1941∼1943년의 유럽 동부전선의 전쟁, 1941∼1943년의 태평양 전쟁, 1943∼1945년의 유럽 서부전선의 전쟁, 1943∼1945년의 유럽 동부전선의 전쟁, 1943∼1945년의 태평양 전쟁, 이렇게 여섯 절로 나뉜다. 각 절의 도입부는 해당 시기에 가장 큰 주도권을 행사했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을 중심에 놓고 - 히틀러, 도조, 처칠, 스탈린, 루스벨트 순으로 - 이루어지는 전략 분석이며, 각 절에는 적절한 사건 설명부 외에도 연관된 ‘전쟁의 논제’와 본보기 전투가 하나씩 들어 있다. 싸움의 특성을 나타내는 특정 전투 형태의 성격을 예증하기 위해 선정된 각각의 본보기 전투는 항공전(브리튼 전투), 공수전(크레타 전투), 항공모함전(미드웨이), 기갑전(팔레즈), 시가전(베를린 포위), 상륙전(오키나와)이다. '전쟁의 논제'에는 군수 보급, 군수 생산, 점령과 억압, 전략폭격, 무장저항과 첩보활동, 비밀병기가 들어간다.
이와 같은 구상이 내가 말하는 사건들의 모든 혼돈과 비극으로부터 질서를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도록 길을 내주는 것이 이 책을 쓴 나의 바람이다.
--- 책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