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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기 가네코, 조선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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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기 가네코, 조선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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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2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47쪽 | 628g | 152*225*30mm
ISBN13 9788950917227
ISBN10 89509172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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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다고 기치로多胡吉郞
1956년 도쿄 출생. 1980년 NHK에 입사하여 디렉터, 프로듀서로 많은 프로그램의 제작에 관여했다. 1995년 광복 50년을 기념하여 KBS와 NHK가 공동 제작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일본 통치 하의 청춘과 죽음’의 제작에 관여했다. 런던 근무를 거쳐서 2002년에 독립, 영국에 머물며 문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는 런던이다』, 『릴리, 모차르트를 연주해 주세요』 등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2008년 6월 『또 하나의 가족』을 출간하였다.
역자 : 박현석
일본 요미우리 이공전문학교에서 유학하고, J리그 제프이치하라에서 전속 통역가로 일하다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바른번역 회원이며 역서로는 『엄마는 저격수』, 『일본 대표작가 대표작품선』, 『도련님』, 『어리석은 자의 철학』, 『점점 멀어지는 당신』,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또 하나의 가족』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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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살인이 행해지고 있어. 전쟁은 오만과 이기주의가 국가 단위로까지 팽배해서 더 이상 억누를 수 없게 되어 폭발해버린 거야. 하지만 이걸 좀 봐, 이 조그만 자기가 가득 담고 있는 정온靜穩의 세계, 평화와 평안의 세계……. 이 백자는 전쟁이나 살인과는 가장 먼 곳에서 살고 있어. 이것은 생명의 노래詩야. 사랑 그 자체야.”
생명, 사랑……. 무네요시의 말이 일단은 백자로 스며들었다가, 그 살갗에서 다시 뿜어져 나와 가네코에게로 반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건 실용의 미야. 실제로 손에 쥐고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도구로써 조형된 미야. 실용의 미는 반드시 사람과 함께 숨을 쉬지.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반영하는 법이야. 기쁠 때는 미소를 교환하지. 눈물로 지새울 때는 애조를 띠고. 흰색은 특별한 색이야. 그 어떤 색보다도 더욱 순수하게 빛이 나. 동시에 어떤 색으로도 물이 들어. 그러니까 무구하다는 뜻이지. 무구無垢는 경험에 물들고…….”
가네코는 눈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블레이크론을 교정하면서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것을 남편이 조선백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원하게 말로 표현해주었기 때문이다. --- p.31

I have another world in which I live:
“Holy Garden” that is what I call my another world.

「My world」라는 시의 한 구절이었다.
“내게는 내가 살아갈 또 하나의 세계가 있다. ‘성스러운 정원’ 또 하나의 세계를 나는 그렇게 부른다.”
영어가 서툰 가네코를 위해 무네요시는 즉석에서 일본어로 번역해주었다. ‘성스러운 정원Holy Garden’이라 이름 붙여진 ‘또 하나의 세계another world’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충동을 낳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식민지의 가혹한 현실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허망한 삶일 것이다. 하지만 성스러운 ‘또 하나의 세계’를 환시幻視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절망과 분노에만 휩싸인 좁은 마음에는 결코 깃들지 않는 것이다.
젊은 시인의 영혼 속에는 이 세상에 가득한 생명과 호흡을 함께 하며 그 빛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향일성이 흐르고 있었다. 현실의 비참함과는 상관없이 이 세상을 통괄하는 미의 조화를 노래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예술가의 감성이 콸콸 넘쳐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 p.63

자신들이 알고 있는 말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만세’라는 표현으로 부르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었다. 작년의 사건 이후 공적인 장소에서 그것을 외치는 것은 금기시되어 왔지만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자유만세’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다.
커다란 박수와 환성이 가네코를 감쌌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사람들의 가슴에 메아리치는 감상은 가네코에게로 밀려들었다. 너무나도 뜨겁고 절실한 감상이 가네코의 가슴을 강하게 때렸다. 그 순간 처음으로 가네코의 눈이 젖어들었다. 가네코의 노래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가네코 역시 사람들의 감상에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한 경험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예전의 공연과는 전혀 다른 공연이다. 평범한 음악회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그러나 역시 음악이 아니고서는 얻을 수 없는 감동이 커다란 우주를 형성하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무대치고는 틀림없이 특수한 무대였다. 이와 같은 흥분과 감동은 역시 조선이라는 혹독한 정치의 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틀림없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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