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다의 눈은 언제나 맑았고 눈물이 없었다. 마그다는 호랑이처럼 지켜보았다. 숄을 지키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숄을 건드릴 수 없었다. 오직 로사만이 숄을 건드릴 수 있었다. 스텔라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숄은 마그다의 아기였고, 반려동물이었고, 여동생이었다. 마그다는 숄을 덮고 숄과 뒤엉켰고, 아주 가만히 있고 싶을 때는 숄의 모서리를 빨아댔다. 그러던 중 스텔라가 숄을 가져가서 마그다를 죽게 했다. 나중에 스텔라가 말했다. “추웠어요.”
---「숄」중에서
침대는 시커멨다. 스텔라의 속내만큼 시커멨다. 얼마 후 로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쇼핑 카트에 빨래를 뭉쳐 넣고 빨래방으로 향했다. 아직 오전 10시밖에 안 되었는데도 태양은 살인적이었다. 플로리다, 왜 플로리다였을까? 왜냐하면 여기 사람들은 이미 태양에 튀겨져, 그녀처럼 껍데기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로사는 그들과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었다. 오래된 유령들, 늙은 사회주의자들. 이상주의자들. 그들의 관심은 오직 ‘인류’뿐이었다…… 로사 루블린에게는 플로리다반도 전체가 회한으로 짓눌려 있는 것 같았다. 그들 모두 진짜 삶을 두고 떠나온 이들이었다. 이곳에 온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 모두 허수아비였고, 가슴팍 안이 빈 채로 살인적인 태양 아래 이리저리 불려 다녔다.
---「로사」중에서
생존자. 무언가 참신하다. 그들이 인간을 말할 필요가 없다면 말이다. 과거엔 난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존재는 없다. 더 이상 난민은 없고 생존자만 있다. 번호와 다름없는 이름―평범한 무리와는 따로 셈해지는 존재. 팔에 찍힌 파란 숫자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들은 어쨌거나 당신을 가리켜 여자라고 하지 않는다. 생존자라 한다. 심지어 당신의 뼈가 흙먼지 속으로 녹아들 때도 여전히, 그들은 인간을 잊고 있을 것이다. 생존자와 생존자 그리고 생존자. 언제나, 언제까지나 생존자. 누가 그런 단어를 지어냈을까, 고통의 목구멍에 붙은 기생충 같은 단어를!
---「로사」중에서
펜을 잡는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작고 뾰족한 막대기에 지나지 않은 그것이 상형문자의 웅덩이를 흘린다. 기적처럼 폴란드어를 말하는 펜. 혀에 채워졌던 자물쇠가 제거되었다. 그럴 때가 아니면 혀는 이와 입천장에 사슬로 묶여 있다. 살아 있는 언어에 푹 빠진다는 것. 갑자기 이 청결함이, 이 능력이 샘솟는다, 하나의 역사를 만들고, 말하고, 설명하는 이 힘이 솟아오른다. 되찾고 유예하는 힘!
---「로사」중에서
“미국에서는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래요. 하지만 우리, 우리 같은 사람들이 목숨은 고양이 목숨보다 적어서 세 개가 있대요. 그 이전의 삶, 진행 중인 삶, 그 이후의 삶요.” 퍼스키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그 이후의 삶이 지금이에요. 하지만 그 이전의 삶, 우리가 태어난 고향에서의 삶이 우리의 진짜 삶이죠.”
“그럼 진행 중인 건”
“그건 히틀러였죠.”
“불쌍한 루블린.” 퍼스키가 말했다.
“당신은 거기 없었잖아요. 영화를 보고 아는 거예요…… 다 지난 일이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 스텔라가 신경 쓰는 건 그것뿐이에요. 하지만 나한테는 오직 하나의 시간뿐이에요. 그 이후 같은 건 없어요.”
---「로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