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자와 안정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더라도, 안정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은 형제, 자매, 남매로 확장될 수 있다. 애착 대상은 친구나 멘토, 스승, 직장 상사, 연인, 배우자 등 다인 관계로 의미가 확장된다. 『주머니 밖으로 폴짝!』의 아기 캥거루는 다른 아기 캥거루를 만나면서 엄마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둘이서 폴짝폴짝 사방을 탐색한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엄마가 “배 주머니는?” 하고 묻자 “필요 없어요!”라고 두 아기 캥거루는 말한다. 엄마와의 안정 애착이 형성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다인 관계로 애착이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 「1단계:신뢰감 대 불신감」 중에서
도널도 위니컷은 6만 쌍에 달하는 아이와 엄마의 상호작용 사례를 관찰하면서 ‘적절하기만 해도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이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완벽함은 기계에 속한 것이지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유아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단지 그가 보통 얻는 것, 즉 누군가의 돌봄과 관심이다.”
--- 「1단계:신뢰감 대 불신감」 중에서
부모가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 아이의 자율성을 짓밟는다. 그러고는 “다 너를 위해서야”라고 말한다. 사실 어떤 부모나 아이의 행복을 바란다. 나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세상 속에서 인정받으며 당당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에게 가야 할 길을 강요하는 것이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산 아이는 어른이 돼서도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기에 계속 남 탓하기에 바쁘다.
--- 「2단계 자율성 대 수치감과 회의감」 중에서
어떤 아이든지 주도성의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기적이거나 소극적이라 고민하는 아이도 환경에 따라 주도적인 아이가 될 수 있다. 이 시기부터 또래 관계에서 사회성 발달이 시작되기에 아이의 주도성이 갑자기 100점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건강한 주도를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3단계 주도성 대 죄의식」 중에서
아이가 친구들에게 자기표현을 하지 못한다며 상담을 온 엄마가 있었다. 상담 이후, 엄마는 아이의 주도에 따라 아이의 생각에 응해주는 연습을 했다. 아이가 “엄마, 00하자”라고 하면 “응, 00하자” 이렇게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다. “이거 뭐야?”, 뭐 할 거야?”라고 먼저 질문하지 않고, “00하는 거 어때?”라고 제안하지도 말고, 아이의 생각에 거울처럼 반응해주는 것이다. 엄마는 이 연습을 꾸준히 했다. 몇 달 후, 엄마는 아이가 집에서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친구에게도 먼저 다가간다며 놀라워했다. 이처럼 가정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면 아이의 주도성이 향상된다.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배운 주도성을 아이는 사회에 적용한다. 또래 관계를 살펴보기 이전에 아이가 부모에게 자기 의견을 편안하게 이야기하는지부터 봐야 하는 이유다.
--- 「3단계 주도성 대 죄의식」 중에서
그림책의 주인공 카스파는 끝까지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주의력 결핍을 가진 아이가 연상된다. 카스파가 무엇인가를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카스파를 보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 더 큰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카스파의 엄마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장점을 찾아서 칭찬해준다. 긍정적인 면을 찾고자 노력하면 무엇이든 찾아낼 수 있다. 바나나를 다 먹었다고 칭찬하는 카스파의 엄마처럼,
엄마의 이런 태도는 카스파가 열등감보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양육자가 ‘내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그렇게 성장하게 될 것이다’라는 믿음과도 같다. 부모가 온정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로 아이의 성취에 격려와 칭찬을 해줄 때, 아이는 좀 더 안정된 정서로 자신이 잘하는 것을 탐색하고 계속 배우려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
--- 「4단계 근면성 대 열등감」 중에서
“사랑은 상대에게 빠지는 게 아니라 능력"이라는 에리히 프롬의 말은 사랑이 ‘빠져드는 것’이 아닌 ‘참여하는 것’이며, 내가 사랑하는 ‘대상’에게 나를 내어줌으로써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는 사랑의 기술이 부족하거나 서툴러서가 아니라, 사랑을 지속하려는 노력 또는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알죠?” 그림책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알까요?』는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한 코끼리의 질문에 돌멩이, 나무, 바다, 북극곰, 할머니, 여자아이가 각자의 경험과 이야기로 사랑의 다채로운 면면을 풀어낸다. ‘사랑’이라는 말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손에 안 잡히는 이 말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6단계 친밀감 대 고립감」 중에서
오히려 아빠의 솔직한 감정 표현을 통해 아이는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유대감이 생기고, 현실적인 한계를 인식하며 그에 따른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겠지만 발달과업의 성공적인 해결이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에릭슨이 말하는 최상의 해결책은 그림책 속 모습처럼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 「7단계 생산성 대 침체성」 중에서
8단계는 죽음에 도달하는 과정이며, 자아 통합의 시기이다. 이 시기의 발달과업은 ‘나는 내 평생에 한 일과 역할에 만족하는가’이다. 평생을 돌아봤을 때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다면 ‘그래도 잘 살았구나.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말을 할 것이다. 우리도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내 집 아궁이의 보물을 찾기 위해, 오늘도 삶의 여정 가운데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삭이 보물을 발견하고 기둥에 새겨넣었던 “가까이 있는 것을 찾아 멀리 떠날 때도 있다”라는 말을 새기면서 나는 보물을 찾아 어디쯤 서 있는지 생각해 본다. 노년기에 후회보다는 만족감과 평온함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 「8단계 자아통합감 대 절망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