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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흐려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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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흐려질 때

: 위대한 심리학자 20인의 마음처방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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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34g | 140*200*23mm
ISBN13 9791193063194
ISBN10 1193063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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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에릭슨도 청소년기에 시작된 정체성 혼란으로 꽤 오랜 세월 방황해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예술을 배운다는 핑계로 이곳저곳을 떠돌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매던 그는 우연히 발길이 닿은 곳에서 정신분석학을 만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열정과 평생의 목표를 발견했다. 그렇게 오랜 방황에 종지부를 찍고 어엿한 심리학자로 거듭난 후, 내면에의 탐구에 매진한 끝에 마침내 자아정체감 혼란을 극복하고 자신의 깨달음을 세상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예순여덟이던 해의 일이다.
에릭슨은 무엇 때문에 오래 방황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먼저 그의 이름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에릭 홈부르거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 그중에도 에릭슨이라는 성(姓)을 곰곰이 뜯어보자. 눈에 익은 영단어 하나가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 아들을 뜻하는 ‘son’이다. 즉 에릭슨은 ‘에릭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그의 진짜 성이 아니다. 실제 성은 홈부르거, 새아버지의 성이다.
에릭슨은 사생아였다. 덴마크인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는데, 어머니는 에릭슨이 세 살일 때 치과의사이자 같은 유대인인 시어도어 홈부르거와 재혼했다. 에릭슨은 성인이 될 때까지 홈부르거를 친아버지로 알았다. 생부를 철저하게 잊고 싶었던 어머니가 재혼 사실을 숨겼기 때문이다. 문제는 에릭슨이 노르만계인 생부를 닮아 금발에 푸른 눈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유대인의 외모가 아니었지만 유대인 가정에서 자라며 유대인 학교에 다녔던 그는 결과적으로 학교에서는 노르만인이라며 괴롭힘을 당했고, 학교 밖에서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려졌다. 이러니 에릭슨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사로잡히게 된 것도 당연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에릭슨은 대학에 진학하라는 새아버지의 제안을 따르지 않고 미술을 배운다는 핑계로 유럽 등지를 떠돌았다. 때때로 스케치를 하고 조각상을 만들었지만 대부분은 깊은 고뇌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그러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발원지인 오스트리아 빈에 다다른 그는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를 만나 정신분석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정신분석 수련을 마친 후 에릭슨은 점점 심해지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마침내 하버드대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발달심리학자가 되었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기 직전, 그는 자신의 이름을 ‘에릭 홈부르거’에서 ‘에릭 홈부르거 에릭슨’으로 바꾸었다. 에릭은 생부가 지어준 이름으로, 어찌 보면 친아버지가 그에게 남긴 유일한 흔적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자신에게 ‘에릭의 아들’이라는 의미의 성을 지은 것은 생부를 기억하는 한편, 평생을 이어온 자아의 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한 것이 아닐까. 그가 일평생 자아정체성 연구에 매진한 이유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 「1장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에릭 에릭슨]」 중에서

얼마 전에 한 학생이 이렇게 물었다.
“교수님, 여자친구와 헤어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온종일 그 애가 생각나서 너무 괴롭고 슬픈데 어쩌죠?”
실연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안타깝지만 흔한 상황이다. 자, 이때 어떻게 조언해줘야 할까? 포기하지 말고 다시 한 번 사랑을 향해 돌진하라고 독려해야 하나? 아니면 냉엄한 현실을 주지시키면서 판을 깨라고 해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새 사랑이 오면 옛사랑은 자연히 잊히는 법’이라고 위로해야 하려나?
앞서 나온 두뇌의 진화 과정을 기억하는가? 이성의 뇌와 감정의 뇌는 한쪽이 활성화되면 다른 한쪽은 억제되는 관계다. 즉 코끼리가 주도하거나 기수가 주도하거나 둘 중 하나다. 실연당한 직후에는 아무래도 감정의 뇌가 주도권을 잡고 이성의 뇌는 억제된다. 그 결과 고통을 느끼고 힘들어하며 헤매는 것이다. 이때 이성의 뇌를 깨우면 감정의 뇌는 억제되고, 고통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즉 실연의 아픔을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코끼리를 가능한 자극하지 않으면서 기수 즉 이성의 뇌를 깨우는 것이다. 단어를 외우거나 수학 문제를 풀어보자. 뭐든 좋으니 머리를 풀가동하거나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덜 힘들다. 실제로 감정이 부정적이거나 우울할 때 정밀성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작업을 하면 심리 상태가 훨씬 나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니 아까 그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조언은 ‘연애가 깨진 김에 토익 점수를 높여보는 건 어떤가’일지도 모르겠다.
--- 「8장 날뛰는 감정을 조율하려면 [조너선 하이트]」 중에서

인지부조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자아를 지키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오류 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지르는 잘못이다. 파랗게 질린 주식을 쉽게 놓지 못하는 것처럼 ‘쓰레기 같은 상대’와 좀처럼 헤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희한할 정도로 비슷한 유형의 나쁜 남자만 연달아 만나는 여성도 제법 있다. 가족과 친구들이 무조건 헤어지라고 하고, 본인도 그게 맞다고 느끼면서도 번번이 같은 굴레에 또 얽혀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 때문일까, 아직 사랑이 남아서일까? 미안하지만 둘 다 아니다. 이별을 선택하려면 먼저 한 가지 뼈아픈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데 차마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저런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청춘을 낭비할 만큼 어리석다’는 사실 말이다. 결국 허영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조차 믿지 않는 거짓말로 주변과 스스로를 속인다.
--- 「9장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자존감을 지키려면 [엘리엇 애런슨]」 중에서

전기충격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개들이 모두 무기력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소수지만 ‘운명에 굴복하지 않은’ 개도 있었다. 이들은 반복되는 좌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했다. 이 개들은 예외적인 경우로 분류돼 분석 과정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엄청난 깨달음이 셀리그만을 강타했다. 바로 이 ‘운명에 굴복하지 않은’ 개야말로 개들의 희망이자 중점적으로 연구해야 할 존재였던 것이다. 드물지만 우리 주위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 어떤 운명의 장난에도 포기하지 않고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계속하며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말이다. 심리학이 마땅히 연구해야 할 대상은 우울과 의기소침이 아니라 비록 소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인간 본성의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이었다. 이후 셀리그만은 인간 본연의 우수함과 미덕, 행복에 관해 연구하며 행복의 비결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 「11장 삶의 의욕을 되살리려면 [마틴 셀리그만]」 중에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상황, 현재의 관계와 꿈꾸는 미래 등을 설명할 때 한 부류는 사랑을 ‘여행’에, 또 다른 부류는 ‘정원 가꾸기’에 비유했다. 즉 ‘그 사람과 만나면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 기분’이었다고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커플은 ‘우리는 서로를 매우 세심하게 배려하고 돌본다’며 ‘사랑이란 식물처럼 계속 관심을 갖고 가꾸지 않으면 말라버린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구체적 묘사는 조금씩 다를지라도 크게 이 두 가지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사랑을 여행으로 묘사한 사람들은 미래를 중시하며 연인을 힘을 합쳐야 할 협력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로의 생각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둘 중 한 사람이라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 아닌 독립적인 발전을 꿈꾸기 시작하면 관계는 위기에 봉착한다.
사랑을 정원 가꾸기에 비유한 이들은 연인을 돌보고 배려하며 관심을 쏟을 대상으로 본다. 단, 자발적인 관심과 애정이 부족할 경우 시간이 흐르고 열정이 식으면 외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 「14장 진실한 사랑을 찾고 이어가려면 [로버트 스턴버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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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누군가 나에게 심리학을 가장 빠르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에는 저명한 심리학자 20인의 정수가 담겨 있다. 그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실용적으로 잘 정리돼 있다.
한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 심리학자의 목소리가 담겨 있어 한층 객관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내 마음에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만약 당신이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있다면, 저명한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대답해줄 것이다. 성장에 대한 욕구가 목마르다면 스키너가 당신에게 답을 제시해줄 것이다. 또한 감정을 조절하면서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은 조너선 하이트와 엘리엇 애런슨이 알려줄 것이다. 각 분야의 심리학 대가들이 당신의 삶이 더욱 현명해지는 방향을 보여줄 것이다. 심리학 전반을 알고 그 지혜를 인생에 적용하고 싶다면, 이 책을 곁에 두고 두고두고 읽을 것을 권한다.
- 최설민 (유튜브 채널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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