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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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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하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유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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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22g | 125*200*20mm
ISBN13 9788932028422
ISBN10 8932028427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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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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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날 며칠을 고민한다,
암살을 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죽일 것인지,
어떡하든 많이 죽이기 위해, 몇 명이나 죽일 것인지.
하지만 그 밖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을 맛있게 먹어치우고,
기도를 하고, 발을 씻고, 새에게 먹이를 주고,
겨드랑이를 벅벅 긁으며 전화 통화를 한다,
---「암살자들」중에서

고백하건대-어떤 단어들은
나를 곤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감정”이라 명명된 다양한 상태들은
아직도 그 의미를 명확히 설명할 수가 없다.

“영혼”이라는, 괴상한 단어도 마찬가지.
현재까지 나는 이 어휘를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리고 있다.
일종의 안개와 같은 것,
유한한 생명력을 지닌 인간의 신체기관보다는 지속력이 좀더 강하다고 추정됨.

하지만 가장 골치 아픈 단어는 “나는 ~이다”라는 동사.
일상적인 기능에 사용되는 것 같지만, 결코 집합적이지 않음,
선사시대의 현재시제이면서,
그 형태는 진행형,
비록 오래전에 완료되었음을 다들 알고 있지만.
---「어느 판독기의 고백」중에서

무더운 여름날, 개집, 그리고 사슬에 묶인 개 한 마리.
불과 몇 발자국 건너, 물이 가득 담긴 바가지가 놓여 있다.
하지만 사슬이 너무 짧아 도저히 닿질 못한다.
이 그림에 한 가지 항목을 덧붙여보자:
훨씬 더 길지만,
육안으로는 보기 힘든 우리의 사슬,
덕분에 우리는 자유롭게 서로를 지나칠 수 있다.
---「사슬」 전문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다른 생명을 먹는다.
사망한 양배추를 곁들인 돼지고기 사체(死體).
모든 메뉴는 일종의 부고(訃告).

가장 고결한 사람들조차
죽임을 당한 뭔가를 섭취하고, 소화해야 한다,
그들의 인정 많은 심장이
박동하는 걸 멈추지 않도록.
---「강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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