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렇게 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왜 12시였을까. 왜 그렇게 황급히 떠났을까. 내 아내가 되고 싶어 온 게 아닌가? 아름다운 여인은 많았지만 너무 뻔했어요. 다들 좀 비슷비슷하달까. 아무도 나를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했죠. 그런데 그녀가 왔다간 다음, 나는 예전의 내 자리로 돌아갈 수가 없게 됐어요. 아, 그녀는 내가 뭐에 미치는지 너무 잘 알았던 게 아닐까요? 묘하게 엇박이 나던 춤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거지? 왜 틀리고도 슬쩍 웃는 거지? 왜 내 눈치를 안 보는 거지? 그러니까, 왜 내 신부가 되고 싶어서 찾아와 놓고, 나랑 밤새 춤까지 춰놓고 사라진 거지?
---「〈신데렐라〉 왕자, 그 후의 인터뷰」중에서

왕자는 바다에 빠졌고 인어공주는 사랑에 빠졌다. 어딘가에 빠졌다는 것은 그 어딘가로부터 빠져나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런데 그 깊이가 만만치 않다. 충분히 일어서서 걸어 나올 수 있는 깊이였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될 뿐이다.
---「〈인어공주〉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중에서

“그녀는 좀 애매했어. 잠깐의 유희 상대로도, 평생의 반려자로도. 곁에 두고는 싶었지. 그 정도 마음이라는 것도 있는 거잖아?” 바닷가에서 처음 본 그녀는 처음부터 좀 비현실적인 느낌이었어요. 초롱초롱한 눈빛이 늘 나만 따라다니길래, ‘나를 사랑하는구나’ 짐작했죠. 하지만 결혼 상대로는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잠깐의 유희 상대로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서 죄책감이 들었죠. 아마 내가 결혼하던 날이었을 거예요, 그녀가 갑자기 사라진 건. 일반적인 여자에게는 없는 독특하고 신비한 매력 때문에 계속 곁에 두고 싶었는데 정말 아쉬워요. 그 애는 착해서 다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인어공주〉 왕자 그 후의 인터뷰」중에서

누군가 곤경에 빠졌을 때 혹은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당장 화가 나는 일이 없을 때 우리는 자신이 너그럽고 꽤 괜찮은 사람이라 느끼지만 당장 몇 끼니만 굶어도 예민해진 신경에 머릿속은 온통 먹을 것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찬다.
---「〈헨젤과 그레텔〉 검은 숲을 기억하렴」중에서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날이 있다. 나를 지켜주던 자존심이 무너졌을 때이다. 남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그것은 실패라기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모멸이다. ‘척’ 하고 있었는데 ‘억’ 하고 무너졌을 때, 적나라하게 자신의 속내가 드러났을 때 들켜버린 모습이 바로 그렇게도 잘난 척하고 싶은 ‘나’라는 사람의 진실이다.
---「〈벌거벗은 임금님〉 나는 바보가 아니다」중에서

기적은 무심하게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기적이다. 하지만 어떤 침묵 같은 하루 속에서 무언가는 조용히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그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이 우리 몫의 기적이다.

<b>“욕망하는 인간은 <br/>타인의 욕망을 보며 위로받는다”<br/><br/>사람으로 인해 행복하지만 사람 때문에 괴로운, <br/>모두의 혼란스러운 밤을 위한 동화의 위로<br/><br/>일러스트와 함께 만나는, 동화 속 캐릭터의 향연</b><br/><br/>따뜻한 엄마, 현명한 임금, 말 잘 듣는 자식…. 우리가 기대하는 ‘역할’ 이면에는 욕망 가득한 인간의 모습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대로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알고 보면 복잡한 욕망을 지닌 인간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일상 속에는 머리 아픈 문제가 수두룩하다. 그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 ‘욕망’이라는 한 단어를 가리키고 있다. 욕망을 ‘무언가를 바라고, 가지고, 누리려는 의지’라고 한다면, 인간에게는 누구나 욕망이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늘 결핍을 느끼고, 그것을 갖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아프고 혼란스럽다. <br/><br/><b>‘그들의 두려움은 모두 욕망으로 바뀔 것이다!’<br/>한 겹 한 겹, 욕망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재미</b><br/><br/>동화 속 악당의 마음이 어느 날 갑자기 이해되는 순간, 착하고 순수하게만 보였던 주인공에게서 의외의 숨겨진 욕망이 읽힐 때, 혹시 흠칫 놀란 적이 있는가?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는 바로 그 혼란스럽던 밤에 대한 위로이자,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안내자이다. 어릴 때 읽은 단순한 스토리 너머로, 여러 인물들 사이에 복잡하게 꼬인 욕망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주는 글과 그림은 잔잔한 위로와 공감을 주며 진저리나는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조금은 더 커진 마음으로 내 삶을 바라볼 여유를 선사한다.<br/><br/><b>욕망이란 단어 앞에서 우리 모두는 나약한 존재이고, <br/>동시에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b><br/><br/>이해되지 않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을 담은 에세이 『너를 이해한다는 쉽지 않은 일』를 쓴 안지은 작가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화 원작을 탐독하며 새롭게 포착된 장면들과 각 캐릭터들의 욕망을 그림과 글로 펼쳐냈다.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는 어린 시절의 추억 속 동화를 꺼내 보는 재미와 더불어, 우리의 두려움은 어떻게 욕망이 되는지, 그리고 관계 속에서 왜 인간이 악해지는지 등의 문제를 스스로에게 던지는 소중한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