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이별을 결심한 뒤로는 원망스러운 감정이 끊이지 않더군요. 그에 대한 원망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서 보니 그 원망의 중심엔 스스로를 향한 실망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아, 그땐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타인이 내게 상처를 주도록 그대로 내버려둔 과거, 나 자신에 대한 후회와 미련, 내 삶이 그렇게 흘러가도록 오랜 시간 바로잡지 못한 데에 대한 분함이 깃들어 있더군요.
--- p.27~28, 「때로는 나를 위한 이별이 필요해요」 중에서
감정에는 선악의 구분이 없잖아요. 그런데 종종 상대적으로 어두운 감정은 풀어내기보다 감추고 억누르려고 해요. … (중략) 고스란히 받아들이면 순리대로 흘러갈 감정들에 애써 내 의지를 개입하지 않으려 해요. 억지로 보내려고도, 붙들지도 마세요. 아픔과도 부대끼며 사는 것이 삶이더군요. 감정이 느껴지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우리에게 찾아오는 기쁨, 뿌듯함, 설렘의 감정뿐만 아니라 슬픔, 분노, 괴로움, 후회 그리고 고독과 같은 감정들도 그대로 존중해주세요. 내 마음에 충분히 머물다간 감정이야말로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어요.
--- p.32~33, 「떠올리기 싫은 사람이 분명한데」 중에서
주고 싶어도 주는 법을 몰라서 마음속으로 끙끙 앓는 사람들이 허다한데, 주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큰 자랑이에요. 이번 사랑의 끝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건, 최선을 다해 예쁘게 사랑했다는 사실, 자신이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뿌듯함과 자부심이에요. 내 마음에 솔직한 사람이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죠.
--- p.44, 「최선을 다했는데 왜 미련이 남는 걸까요」 중에서
애초에 나와 맞고 맞지 않는 사람을 애써 힘들게 구분하려 했던 게 스스로를 더 지치게 만들었어요. 정작 나와 맞지 않은 사람이란 나와 맞춰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죠.
--- p.141 「관계를 끊어내면 괜찮을 줄 알았어요」 중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나는 과연 ‘누구에게’ 좋은 사람이고자 하는가. 여태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던 것이 그저 타인만을 위한 건 아니었는지 말이에요. 스스로 을의 입장을 자처하여 ‘나’를 잃은 배려만을 베풀고 있지는 않나요? 내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주세요.
--- p.144,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걸까요」중에서
서로에게 맞는 거리를 유연하게 조절해보세요. 상대방을 나와 한 몸인 듯 너무 가깝게 여기면 내 목소리를 내기보단 상대방이 내 마음을 먼저 알아주기만을 바라고, 서로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해 관심이 줄어들기 마련이에요. 그러다 타인의 아픔에 무감각해지고 말아요. 꼭 전해야 하는 말도 ‘우리 사이에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내기 일쑤고, 지켜야 하는 예의와 존중도 자꾸만 어그러지고요.
--- p.167, 「내 사람과 내 사람이 아닌 관계를 구분 짓고 있나요」 중에서
책을 읽을 때, 인상 깊은 구절이 있으면 밑줄을 긋거나 그 페이지를 접어놓잖아요. 내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을 땐 일단 날카로워진 마음의 모서리를 책 접듯 잠시 접어두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순간뿐이었을 거라며 힘들여 잊으려 해요.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 좋았던 한 문장이 문득문득 기억나는 것처럼, 그때의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어떤 자극이 온 거예요.
--- p.192, 「감정을 다루는 데 늘 서툴러요」 중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한정되지 않아요.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나로 인해 네 마음이 다쳤다는 걸 알았어, 더는 네가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되죠.
--- p.210, 「미안하다는 말은 누가 먼저 해야 할까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