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남을 괴롭히는 사람의 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저녁에 외식하러 나갔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남자가 자기 아내에게 이런저런 음식을 주문하라고 강요하고, 아내의 태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흠을 잡고, 살 좀 빼라느니 하는 한편, 종업원에게는 지나친 요구를 하며 무례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혹은 극장에서 표를 사려고 줄을 서있는데 뒤에 있는 여자가 자기 남자 친구에게 왜 그런 옷을 입고 나왔느냐, 네 친구들은 왜 그 모양이냐, 왜 그렇게 변변찮은 회사에 다니느냐는 잔소리를 사람들이 다 듣도록 해댄다면 어떻겠는가? 귀를 막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는 건 그걸 그냥 지켜보는 것보다 열 배 백 배 더 힘들다. 괴롭힘의 피해자에게 예의 그 불쾌하고 가라앉는 듯한 기분은 날마다 겪는 일상이다. 누군가가 나를 정서적으로, 언어적으로, 심지어 신체적으로 학대할 때 느끼는 기분이 바로 그것이다. 독 기운이 몸 안에 서서히 퍼지는 것처럼 두려움이 스멀스멀 스며든다. 조용한 절망감이 나를 주저앉혀 무력하고 기진맥진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다음번엔 또 어떤 일을 당할지 몰라 불안감과 경계심이 생겨난다. 어찌할 수 없는 분노가 솟구치지만, 번번이 항변도 못하고 말대꾸도 못하고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치지도 못하는 자기 모습에 그저 속만 끓일 뿐이다. 그렇게 용기 있는 자기 모습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상상하지만 말이다.
--- p.23, ‘당신은 그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다’ 中에서
어린아이가 부모에게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혹은 부모가 서로를 괴롭히는 걸 지켜보게 되면, 온갖 종류의 죄책감과 수치심· 두려움· 분노· 혼란스러움 등을 겪는다. 처한 상황은 다 다르지만 많은 어린이들이 이런 무시무시한 감정, 이런 건전치 못한 역할 모델 때문에 힘들어한다. 많은 어린이들이 자기는 이런 학대를 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다른 현실에 비추어 자기 경험을 비교해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학대받는 걸 정상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인 분노· 상처· 증오가 자기 자신을 향하게 만든다. 이 사람들은 어릴 때 자기를 괴롭히던 부모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내면화시킨다. 즉, 나는 괴롭힘 당하고 학대받아 마땅하다고 말이다. 역시 무의식적으로 그들은 자기를 괴롭히는 주변 사람의 행동을 그냥 참고 견딘다. 심지어 그런 사람을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한다. 자기를 그렇게 대접하는 사람을 일부러 찾아다니기까지 하는 것은, 비록 참담하긴 해도 그게 친숙하고 좀 뒤틀어진 의미에서 그게 편안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를 잇는 분노의 한 표현 형태이다.
--- p.57, 그들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 걸까?’ 中에서
배우자가 당신을 밀쳐 내고 당신의 감정을 무시하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괴롭힘꾼이라면, 당신 부부의 성생활도 아마 그런 식일 것이다. 집안에 괴롭힘꾼이 있으면 당신은 아마 침실에서도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성생활이 원만하지 않으면, 즉 만족할 만한 섹스를 하지 못한다거나 섹스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 부부 사이에 뭔가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징후일 것이다. 침실에서 괴롭힘 당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침실 밖에서도 역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 p.147, ‘적과의 동침’ 中에서
나쁜 소식이라 함은, 내 안에 있는 괴롭힘꾼은 심각하고 위험한 괴롭힘꾼이어서 아주 뻔뻔하고 강하고 고집이 세다는 것이다. 사실 자기 내면의 괴롭힘꾼은 세상에서 가장 악질적인 괴롭힘꾼이라고 할 수 있다. 내면의 괴롭힘꾼은 단순히 결혼 생활이나 연인 관계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친다. 사랑· 일· 돈· 건강· 오락· 그 밖에 생활 속의 모든 일과 관련해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모든 게 다 내 안에 있는 괴롭힘꾼의 명령에 따라 이뤄질 것이다. 내가 그걸 허용하는 한 말이다.
좋은 소식은, 내 안의 괴롭힘꾼에게 그걸 허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나에게 강요된 거짓말, 그렇게 오랫동안 나에게 피해를 주고 나를 위축시켰던 그 거짓말에 속아 사는 삶을 이제는 멈출 수 있다. 내적 투사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내 안의 괴롭힘꾼에게 당당히 맞설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내 주변의 다른 모든 괴롭힘꾼들에게 맞서기 위한 첫걸음이다.
--- p.177, ‘가장 고약한 적, 내 안의 괴롭힘꾼’ 中에서
유난히 힘든 하루를 보냈을 때, 그 날 데이트가 별로 유쾌하지 않았을 때, 부부싸움을 심하게 했을 때 내 안의 괴롭힘꾼이 이렇게 말한다. “넌 사랑받을 만한 구석이 없어.” 머릿속에서 그 메시지는 이렇게 들릴지도 모른다.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아. 아무도 널 사랑한 적이 없고, 앞으로 그 누구도 널 사랑하지 않을 거야. 너를 선택하고 너를 아껴 줄 사람도 없을 거야. 너는 사랑받을 자격도 없고 연애할 자격도 없고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접받을 자격도 없고 헌신의 대상이 될 자격도 없어. 넌 앞으로 평생 외로이 살아가게 될 거고, 누구의 사랑도 없이 혼자 죽어가게 될 거야.”
괴롭힘꾼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은 자주 이런 유형의 메시지를 들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가치 있고 사랑받을 만한 존재로 여기는 자기 인식은 부모에게서 비롯된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사랑으로 대해 주었다면, 나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달받게 된다.
--- p.183, ‘가장 고약한 적, 내 안의 괴롭힘꾼’’ 中에서
자신의 선택을 재평가하기 위한 과제
* 내 배우자(연인)가 나를 괴롭히며 모멸감을 줄 때마다 나는 ~한 기분이 든다. 나는 정말 그렇게 느껴야 마땅한 사람인가?
* 내 배우자(연인)의 괴롭힘 행위는 적절한가?
* 나는 내 배우자(연인)를 용서할 준비, 그리고 자유로워질 각오가 되어 있는가?
* 배우자(연인)의 괴롭힘 행위에 대한 내 반응은 적절한가?
* 배우자(연인)와의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나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 그리고 기꺼이 그렇게 달라질 용의가 있는가?
* 나는 이 상황에 그럭저럭 대처해 나가는 태도를 버리고 변화를 일으킬 각오가 되어 있는가?
* 나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일곱 가지 과제 모두 대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당신은 할 수 있다. 아무리 힘들지라도 당신은 다 해낼 것이라고 나는 100% 장담한다. 이 연습을 하면, 자존감을 좀먹고 자기 가치를 낮추며 정서적으로 학대받는 관계와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에 당신을 옭아매 두었던 그 왜곡된 생각과 시각이 바로잡힐 것이다. 한 번 해볼 만한 일 아닌가? 분명 그럴 것이다!
--- p.234, ‘당당한 나를 만드는 2단계_ 내 선택이 올바른지 확인하라’’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