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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계절 밥상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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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계절 밥상 여행

: 제철 별미를 지역별로 안내하는 맛있는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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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675g | 152*215*30mm
ISBN13 9791155425350
ISBN10 115542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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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으로 쓱쓱 뒤집어 고추장과 섞고, 회를 건져 먹다가 밥을 두어 수저 말아 후루룩후루룩 퍼먹었다. 담백한 회와 밥, 고추장의 맵고 텁텁한 맛이 기교 없이 어우러지는 순수 물회다. 날씨가 더울 땐 물 대신 서걱서걱하게 간 얼음을 내준다. 얼음이 녹아가며 자박자박 적당하게 물회의 농도가 맞아 들어간다. 물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는 물회 초보자들은 주인 도움이 필요할 듯하다. ‘치우치지 않고 적당하다’는 것이 늘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요즘 식당에서 선보이는 자극적인 물회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 물회가 맛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식초를 타먹도록 배려는 하지만, 이 집에서 권하는 전통 뱃사람들의 물회는 이렇게 단순하고 수더분한 ‘고추장 물회’다.
_ 1월, 경상북도 포항시(물회)

마을 중심에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가 있다. 농협 역시 지역 주민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매장 앞쪽에 개별 박스를 만들어, 농부들이 직접 농사지은 친환경 곡식이며 야채, 말린 나물 등을 팔 수 있도록 자리를 제공했다. 농부들의 휴대전화는 마트의 CCTV와 연결되어 언제든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농부들은 들판에서 일을 하다가도 자신의 매대에 물건이 떨어졌는지를 가끔 확인한다. 부족한 것은 수시로 채워 놓는다. 물건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자체 조율을 했다. 농산물 중 질 좋은 물건은 서울로 보내고, 남은 무녀리 야채는 저렴한 가격에 내놨다. 신선도가 떨어진 것은 다시 거둬들였다. 물건 가격은 생산자 맘대로다. 그러니 같은 물건이라도 철수네와 순이네 야채의 가격이 다르다.
_ 2월 충청남도 홍성군(친환경 야채밥상)

사진 좀 찍자고 그를 담벼락에 세웠더니 주먹만 안 올렸지 눈빛이 영락없는 ‘쌈닭’이다.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미는데 드세기가 그야말로 낫자루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요리하는 시인’이다. 점심에는 어머니가 맞이하는 밥 손님을 거들고, 오후 4시쯤 되면 안줏거리를 준비하여 선술집 불을 켜는 남자. 그렇다. 〈미역국에 꼭 낙지만 넣진 않는다〉고 척척 ‘앵기게’ 글을 써대는 김옥종 씨는 이종격투기 K1 선수 출신이다. ‘문학 소년’이었다고는 하지만 의리 좀 있어 보이는 인상을 보니 젊은 시절 부모님 속깨나 썩였겠다 싶다. 그런데 지금의 그는 다르다. 한때 막걸리 30병을 먹었던 기운을 칼과 도마에 쏟으며 난도질하듯 글로 음식을 ‘조수고(다지고)’ 있다. “시가 언제 나오더냐”는 우문을 던지자 그는 계면쩍게 웃으며 “외롭지 않고 어찌 시가 나오겠냐”고 말끝을 흐렸다. 첫사랑에 실패하고 나면 다 시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시는 한 호흡에 써야 하고, 한 잔 마시고 신이 내려야 글이 나온다고 했다.
(중략)
전에는 자랑 같아서 손 많이 간 얘기를 잘 안 했는데 요즘은 들으라고 버럭버럭 외친단다. “먹고 술 빨리 깨면 다 내 덕인 줄 아쇼잉. 내가 그것이 숙취에 좋다 혀서 40분간 불 앞에서 그 짓거리하고 자빠졌응게. 그걸 아능가 몰라.” 어머니가 차려내는 느낌의 식당. 5,000원짜리 백반에는 곰삭은 굴젓과 제철 나물, 생선 조림과 김 씨의 재기가 곁들여져 묘한 맛의 공식을 만들어낸다. 오후 4시까지 예약이 들어오지 않으면 아예 술 마시러 나갈 참이라는 김 씨에게 생의 치열함보다는 자유로운 감성과 낭만이 느껴진다. 좌탁에서 막 일어서는데 유쾌한 감성으로 써 벽에 붙여둔 ‘상황 인식판’이 눈길을 끈다.
_ 4월 광주광역시(제철밥상)

“음식은 온도에요. 밥은 따끈해야 하고 간장게장은 차가워야 합니다. 그래서 전 시간이 걸리고 불편하지만 금방 지어 윤기가 흐르는 돌솥밥을 매번 지어 내놓습니다. 김이 폴폴 나는 밥을 게딱지에 얹어 비비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눈을 질끈 감게 하지요. 게장의 맛을 돋우기 위해 김치도 내지 않아요. 멸치육수와 게장용 간장으로 맛을 낸 싱거운 계란찜과 나물, 바로 지져낸 배추전 등만 올립니다. 조미료를 쓰지 않아 첫 맛은 밋밋할 수 있으나 씹을수록 재료의 고소함이 살아나는 것이 우리 집 밥상의 특징이에요. 저희 집 간장게장 만드는 비결요? 특별한 것은 없어요. 음식은 식재료가 좋으면 되는 거예요. 간장게장을 만드는 방식은 아주 단순합니다. 내 식구가 먹는 음식처럼 기본을 지키는 것이지요. 신선하지 못하고 뭔가를 숨겨야 할 때 양념이 강해지는 것 아닐까요.”
--- 4월 고집불통 맛의 비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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