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내게 국회 입성을 허락하신 건 엄청난 축복이다. 그렇게 축복하신 만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뜻을 행해야 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정치인의 바쁜 일상에 쫓겨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약 15년의 의정활동 기간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을 꼽으라면, 성매매방지법(정식명칭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의 제정이다.
--- p.23
상대가 마음에 불편과 괴로움을 느꼈다고 해서 바로 차별로 보고 법적인 제재에 돌입한다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상태에 따라 괴롭힘이 성립되기 때문에 법적안정성을 해친다. 가해자에게는 불이익한 제재가 따르므로 일반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객관성 공정성이 요구된다. 특히 차별금지법 논의에서 쟁점이 되는 동성애의 경우, 동성애가 죄라는 성경의 교리에 입각한 비판은 물론이고 동성애에 대한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비판도 괴롭힘 내지는 혐오표현으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이는 반대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서, ‘반대발언금지법’이 된다.
--- p.40~41
1980년부터 새벽기도를 시작한 저는 기도의 힘을 깨달았고, 1991년 서울남부지법에 온 이후부터는 10년 동안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를 나갔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연수를 했던 1989년부터 이혼을 경험한 1991년도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일본에 있을 때도 새벽기도를 꼭 나갔어요. 당시 제가 살던 곳이 기치조지(吉祥寺)역 부근인데,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가서, 첫 전철을 타고 신주쿠(新宿)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순복음 동경교회를 갔다가, 다시 동일한 방법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습니다.
--- p.54~55
성서에는 이처럼 법(학)이 금과옥조로 삼는 합리성, 공평이라는 가치 또는 개념이 무참히 깨지는 것처럼 보이는 예화나 사건이 나온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나님의 나라는 법이 추구하는 합리성, 공평과 무관하거나 심지어 배치되는 나라인가? 이 부조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p.74
포도원 비유에서 일찍부터 일한 노동자에게 “네 것이나 가지고 가라”(마 20:14)라고 하신 것이나,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베드로가 세 번 질문을 받고 답을 한 후 사도 요한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을 때, “네게 무슨 상관이냐”(요 21:22)라고 반문하신 예수님에게서 하나님의 성품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비교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절대적 빈곤보다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이 상대적 빈곤이고 극복하기 힘든 것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이다. 비교에서 오는 열패감은 분노를 낳는데 그것이 자칫 하나님을 향할 수 있다는 것을 위 여러 비유에서 만날 수 있다.
--- p.95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지 못해 믿는다고 할 수 없지만, 나는 예수님을 좋아하고 그분을 닮고 싶다. 예수님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가 이 땅에서 어떤 삶을 사셨는가? 오늘날 그분을 따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도무지 가 닿을 수 없는 그분의 인격과 희생을 흉내조차 내지 못하고, 그분이 보여주신 하나님 나라를 살지 못하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 p.103
생각해 보면 기적 같은 일이다. 독일어의 귀가 열리고 혀가 풀리는데 나는 꼬박 3년을 소요했다. 결국 시간과의 심리전이 늘 나를 채찍질했다. 연구가 계획대로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연구실로 나오면 나는 오늘의 과제를 주님의 손에 맡기는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깊은 밤 크고 작은 결과물을 들고 연구실을 떠날 때,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이 삶의 일부가 되었다.
--- p.126~127
형사정책은 원칙적으로 사회정책의 최후수단이어야 하고, 형법은 또한 형사정책의 최후수단이어야 한다. 중형과 엄벌만으로 이 범죄위험을 잡기가 힘들며, 적대형법도 답이 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랑과 희망의 형법’을 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136
그때 누이는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낙방한 게 잘된 일”이라며, “합격했다면 네 힘으로 한 줄 알고 네 고집대로 살았을 텐데, 이제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내려놓고 하나님 뜻에 모든 걸 맡기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공부해 보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중3이던 때부터 이미 온 가족이 나에게 선택과 집중을 했던 터라 나는 미안한 마음 때문에라도 그 권면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 p.150
헌법재판소에서는 일반법원과 달리 주로 당사자가 제출한 서면 등만으로 심리를 하고 변론을 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은 워낙 중요하고 사회의 이목도 크게 집중된 상황이라 변론이 열렸다. 변론에서 양측은 불꽃 튀는 공방을 벌이며 자신의 주장이 정당함을 피력하였고, 양측의 변론을 듣는 나까지도 긴장이 되었다.
--- p.177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주심으로 결정되었을 때 그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두려움을 안고 하나님의 도우심과 긍휼히 여기심을 간절히 구하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기도 부탁을 했다. 한번은 아는 목사님과 지인이 같은 말씀을 보내주셨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에스더 4장 16절 말씀이다. 그때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말씀’이라 여기고, 말씀의 힘으로 두려움을 이겨내리라 마음먹었다.
--- p.184
우리가 다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을 가져서, 억눌리고 갇힌 자들의 손을 잡아주며,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웃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따뜻한 법률가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우리를 통해 세상에 사랑이, 복음이 널리 전해지게 하여 주시옵소서.
--- p.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