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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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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

: 북한의 페미니즘 소설부터 반체제 지하문학까지, 최신 소설 36편으로 본 2020 북한 인민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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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04g | 148*210*20mm
ISBN13 9791190893268
ISBN10 1190893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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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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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회에서 문학은 특별한 위치에 있다. 사회주의 체제는 언어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중시하기에 ‘문학과 미디어’를 국가기구에서 통제한다. 또한 문자언어의 공식성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 사회에서 출판된 문학 작품은 공식 문학, 당의 문학이다. (…) 북한에서는 작가가 자유롭게 창작해 발표하는 개성적인 문학이 아니라, 활자화되기 전까지 검토와 토의를 거친 집체적 성격을 지닌 작품이 출간된다. 견고한 검열 체계가 작동하는 셈이다.

북한 사회에는 두 부류의 작가가 있는데, ‘현업 작가’와 ‘현직 작가’다. 현업 작가는 북한의 대표 전문 창작 기관인 ‘4·15문학창작단’에 소속돼 활동하며, 특별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현업 작가에 대한 검열은 좀 더 엄격하다. 현직 작가는 별도의 직업을 지니면서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를 일컫는다. 현업 작가는 모두 조선작가동맹 소속이다. 현직 작가는 교원·노동자·군인·농장원 등으로 직업을 밝히는 경우도 있다.
--- p.25

2014년 독특한 개성을 장착한 작가가 등장해 북한 문학의 상상적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남한 연구자에게는 북한 문학의 신성新星처럼 보인다. 북한에서도 그의 문학에 대한 반응은 예사롭지 않다. 그의 이름은 서청송이다. 서청송은 「영원할 나의 수업」과 「무지개」를 연거푸 발표했다. 특히 「무지개」는 북한 사회에서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하다. (…) 무엇보다 서청송의 소설은 젊은 감각이 넘쳐난다. ‘손전화 통보문’(문자 메시지)이나 ‘휴대용 콤퓨터’(노트북) 그리고 ‘다매체화’(멀티미디어화)라는 용어도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아 있다. 그의 소설은 북한 젊은이들의 일상과 언어를 발랄하게 재현한다.
--- p.67~68

어느덧 분원 구내도 벗어나고 미용원이란 간판의 대형 유리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몸을 떨었다. 왜 여기로 왔던가? 그래, 난 여기서 그의 말을 부정해버리려고 하지.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 우리 파마 약이 새로 나왔다지요? 그걸루 머리를 할 수 없을가요?”
나는 마음을 다잡고 의자에 앉으며 미용사에게 말을 건넸다.
몸이 좋은 미용사는 거울에 비낀 나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은근히 말했다.
“나야 손님들의 요구대로 해주면 그만이지요. 하지만 딸같이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다른 걸로 하라요.”
“그건 왜요?”
“아, 머리 모양이 아름다움의 80프로를 좌우지한다니까. 우리 파마 약은 냄새두 좀 센데다 머리 파장이 곱지 않아요. 괜히 머리만 망친다니까. 아니, 왜 그래요?”
나는 그만 더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눈물이, 아픔의 눈물이 왈칵 솟구쳐 나왔다.
--- p.94~95

그날 밤 나는 한잠도 자지 못하였다. 가족들을 위해 내여준 숙소가 있었지만 교대 운전수가 없어 낮에 밤을 이어 그냥 일하고 있는 남편의 운전칸에 함께 앉아 있었다. 골재를 다 실은 자동차가 떠나가고 다음 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잠간잠간씩 눈을 붙이는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느라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남편이 바로 거기에 나가 있어요!” 하고 자랑하고 싶어 하던 나 자신이 너무도 저주스러워 가슴이 찢기는 듯하였다. (중략) 교대 운전수가 없는 남편은 여전히 밤낮으로 일했다. 잠, 잠이 모자랐다. 남편에게는 밥보다도 물보다도 잠이 귀했다. 안해(아내)가 곁에 있으면서도 속수무책으로 있자니 죄를 짓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잠이야 대신해줄 수 없지 않는가.
--- p.181~182

『고발』이 남한에 소개되어 출간되기까지의 사연도 극적이다. 북한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지식인 작가가 1990년대 초중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그는 북한의 사회 현실을 외부 세계에 알림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 작가의 선택은 너무나 위험해서 목숨을 담보로 한 도전과도 같았다. 그는 친척이 중국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털어놓자 ‘자신의 원고 뭉치’를 건넸다. (…) 2014년 ‘조갑제닷컴’에서 첫 출간된 『고발』은 일부 독자의 제한된 호기심만 불러일으켰다. 반디의 단편소설 일곱 편에 대한 관심은 반딧불이의 불빛처럼 미약했다. 그러던 것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라 스미스로 인해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확 타오르기 시작했다. 데버라 스미스는 『고발』을 영어로 번역해 ‘영국 펜’English PEN의 2016년 하반기 번역상 수상자가 됐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로 들떠 있던 남한 독자들의 눈길이 반디의 불타는 책에 머물기 시작했다. (…) 『고발』에는 정치적 탄압을 각오하면서까지 자신의 작품을 바깥 세계로 내보내야 했던 작가 반디의 절실함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남한 독자들도 진지한 태도로 작품에 반응했다.
--- p.2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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