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가 끝난 후 속옷 차림의 장군은 행진하듯 다위안을 한 바퀴 돌았다. 홍위병이 장군 목에 밧줄을 메고 개를 다루듯 이끌었다. 우리는 그 옆을 따라다니며 조금이라도 속도가 늦어진다 싶으면 장군의 옆구리를 막대기로 찔러댔다. 팔다리에 난 상처를 꼬챙이로 쑤시면서도 나는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것은 훌륭한 혁명가의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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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작년 수확 비축분을 정부에 헌납하기 위해 실어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귀뚜라미 아저씨는 다시금 ‘마오쩌둥 주석, 만세! 위대한 프롤레타리아의 문화혁명, 만세! 인민 자치구, 만세!’를 외치게 했다. 오늘날까지도 나는 어떻게 사람들이 그토록 어리석을 수 있었는지, 광적인 열정에 휩쓸려 어떻게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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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이 흐릿해진 상태로 나는 물컵을 바라보며 내 씁쓸하고도 달콤한 승리에 대해 생각했다.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탈출을 꿈꾸어왔다. 산촌에서 4년, 공장에서 6년, 대학에서 4년, 탕구와 톈진에서 2년……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나는 위대한 지도자와 싸워 이겼다. 더 이상은 혁명가 흉내를 내지 않아도 좋았다. 관료들의 비위를 맞출 일도, 위대한 지도자와 당의 가공할 권력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다. 얼굴 위로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내가 잃어버린 것과 잃어버린 시간뿐 아니라 새로 얻은 것들, 사랑과 자유, 새로운 삶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승리의 눈물이었던 것이다. 눈물방울이 차례로 굴러 손에 든 물컵 속으로 떨어져내렸다. 나는 그 짭짤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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