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은 내가 내 삶을 보고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순간 순간마다 감사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심지어 숨을 한 번 더 쉴 수 있는 것조차 더할 나위 없는 선물로 여겨졌다. 한나가 생각하고, 한나가 어디에서 무엇을 보든 기쁨의 알곡을 거두어들이는 일들이 생각났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연습은 긍정적인 사고를 훈련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나에게 그것은 한나와 함께 나누었던 깊은 평온으로 돌아가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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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의식을 유지하기 위해 찾아낸 방법들 가운데 하나는 내가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다른 사람들에게 발설하지 않는 것이었다. 몹시 고통스러고 힘들면서도 사람들에게 '괜찮다', '잘 지낸다'고 말하면 가책이 느껴지면서도 은근히 기뻤다. 나는 그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지만,진실을 얘기하는 것보다 그렇게 말하는게 훨씬 쉬웠고, 내가그렇게 말하면 사람들도 안심하는 것 같았다. 요즘도 나는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물론 요즘은 진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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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내 꼬리뼈를 의자에 짖누르는 내 몸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숨이 내 폐로 들어가고 나오는 것과 가슴 속에서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의식은 내 몸과 생각 너머로 확장되어 있었다. 나는 캐멀레이커 박사의 눈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지만, 방 안 전체와, 복도 저 끝 방에 누워있는 한나와, 병원 건물 전체를 볼 수 있는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 보이고, 마침내는 우주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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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랜 세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사람인가를 기준으로 나의 가치를 재왔다. 이제 와 생각하니, 내가 무슨 일에든 예, 라고 해온 것은 단지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만이 아니라 존경받고 칭송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였던 것 같다. 나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라는 환상을 유지하는 데 전심전력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드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어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잊고 살았다.
어슴푸레한 방 안에 누워 있는 지금에야, 내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이 놀랍도록 명료하게 보인다. 바로 여기가 내가 있고 싶은 곳이며 있어야 할 곳이었다. 이런 생각이 너무도 확실해, 참으로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따위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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