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을 타고 싶다
뒤뚱뒤뚱 내 일생 같겠지
노 저을 줄도 모르면서,
종이배처럼 물결 타며 가고 싶은데
아득히 철썩이는 소리뿐,
아찔하게 다시 기어오르는 뱃머리
그래도 푸른 기쁨은 수평선 바다에
철썩였지
배 끝을 잡고 어디로,
온몸 뒤틀리고 숨 막혀도
그때, 처음, 나무배 타고,
천 리를 가고 싶던 마음만 실어
이젠 노도 없이 출렁인다
물길을 따라 실려 가고 있는
이것, 사는 것이다
절절히 막혀 있어도
물길은 퍼렇고 훤해
목선은 가고 있다
삐꺽거려도
생生이 만선이다
---「목선을 타고」중에서
감기에 잡혔다
열에 들뜬 손이 약봉지를 열다가
아래 받침 ㄱ자가 주르르 빠져 달아난
이름 석 자가 비상하고 있었다
바보조鳥
병원 북새통 속, 펄럭거리던 손
약사의 동의 없는 개명
바보새라고?
족집게 도사보다 더 영험하다
몸보다 조금 더 큰 날개를 달았지
바쁘기만 하고 정처 없었던,
먼 곳만 바라보며
날아가던 날개 아픈 새,
바보에게도 날개는 있어 꿈꾸며 펼쳤지
어디든 가고 싶었지
초등학교 땐 임춘앵 국극단을 따라 멀리 갈 뻔했고
결혼하고는 보따리 몇 번 쌌지
들꽃과는 아주 살림 차렸어
시마詩魔에 걸려 지금까지 열에 들뜬 채
옭히어, 지새우는데
어쩌지 나, 바보새
어딘지 한곳이 텅 빈 구름을
어눌하고 모자란 여자 하나
다소곳이 다가온다
마음 숙이고 정좌해 알약을 넘긴다
살아오면서 쌓인 열불도 내려갈는지
낮추고 비워, 가볍게 높이 날자
바보새 한 마리 창공을 날아가고 있다
약봉투 위를 훨훨
---「바보새 2」중에서
누가 나를 여기 보내 놓고
들릴 듯 말 듯
모국어로 밀려오는 수심水深,
늘 가장 밑바닥에서 들리는 말씀 있어
비늘 벗겨진 물고기의 말을
받아 적습니다
해가 지려고 합니다
저쪽 하늘이 타올라
걷잡을 수 없네요
온통 불꽃입니다
섣달, 차고 설레이는
가지 끝에 엎드린 채,
꺼내는 날개 속
심장이 뛰는 소리,
어둠 속 떨리는 말 한마디가 있습니다
로고스의 눈이 검게 익어가고 있는 늪
잠 속에서도 출렁이던 탱탱한 과녁,
진흙 속 황금빛 흉상胸像에
날아가 가슴을 포갭니다
늪 속 빛나는 한 말씀이 깊이
잠겨있습니다
---「늪 1」중에서
앉게, 서 있기는
두 부처 나란히 누워있다
선 듯 누운 듯 하늘만 바라본다
무등산 줄기 다탑봉 발밑에 두고
천불 천탑 아래에 거느리고
서로 생生을 쓰다듬는데
은은히 들리는 염불 소리 가슴을 열어
실눈 뜨고 한세상 가고 있다
세월 다 헤인 듯
나란히 열반에 들고 있다
그저 곁에 있어 주어
말없이 어깨에 팔 얹은 채 쳐다보는 눈빛
그것이 사랑이라고
몸소 서서, 누워서 가르친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
가서 그렇게 살아라 한다
누운 듯 서서 바라보아라 한다
---「부부 와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