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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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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립습니다

: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이철수 | 삼인 | 2010년 12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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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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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406g | 153*218*20mm
ISBN13 9788964360231
ISBN10 896436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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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모든 것을 다 버리게 한다는 걸 안다. 산다는 건 고통을 피하려는 안간힘이기도 하다. 슬픔도 뒤늦게 도착하고, 후회도 결코 일찍 오는 법이 없다. 추억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 이 겨울 중 어느 하루 밤새 거칠게 부는 바람에 무너질지도 모르지만, 아직 바람 타고 서 있는 마른 풀이 바람에 지지 않고 흔들리며 견디는 것을 보았다. 아름다운 것들은 끝끝내 아름답다. 살이 다하면 뼈로 견딘다. 겨우내 그렇게!--- p.28「마른 풀처럼」중에서

이틀 겨울비가 내렸습니다. 장맛비처럼 쉬지 않고 내리는 비 구경을 하며 종일 바빴습니다. 우중에도 우체부가 다녀가고 마을의 이웃이 다녀갑니다. 세상살이는 사람들 속에서 사는 거지요? 종일 걸고 받는 전화도 사람이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일입니다. 전화는 무거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풍광을 가득 채운 빗방울도 무겁게 느낄 수 있었겠지만, 안 그러기로 했습니다. 하늘이 건네는 다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로 한 거지요. 그랬더니, 따뜻했습니다. 겨울비가! 이렇게!--- p.40「겨울비」중에서

여주 강을 보았습니다. 보 막는 공사로 여강이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살린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영생을 말하면서 독살을 자행하던 사교 집단을 생각했습니다. 가서 보시면 압니다. 공사 현장에서도 날갯짓하고 물에 들어 헤엄을 치는 오리 떼를 보았습니다. 그 태연한, 생명의 낙관만 아름다웠습니다.--- p.64「공사 현장」중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의 봄은 상심하지 않는다. 있는 대로 생생하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지난해 한 몸이던 가지에는 시든 잎들이 묵묵하게 달려 있지만 그저 그럴 따름. 새잎은 온 힘을 다해 이 봄을 산다. 아마, 저 상실의 빈자리를 다 채우겠다고, 그러니 슬픔과 아픔은 겨울에게 주어버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얼어 죽은 가지들 베어내고 잘라서 퇴비장에 던져 넣었습니다. 봄의 심부름이었던 걸까요?--- p.67「온 힘을 다해」중에서

온통 짙은 초록이다. 갈수록 초록은 더 무성해져서 검푸른 절정에 이르고, 아내는 검푸른 숲이 무섭다고 할 테지! 숲이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 그늘에서, 우리는 쉬고 싶어 할 테고!
땀 흘리지 않고도 쉬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럴 리가! 도둑질도 고된 일이고, 욕심은 더 힘겹다. 그들도 쉬고 싶을 것 당연하다. 쉬는 건 또 쉬운가? 남보다 더 세련되고 더 고급스럽고 더 값비싼 휴식을 누리겠다는 욕망을 내려놓고 가지 않는 한 쉼은 없다. 그러니, 초록의 그늘에 들기 전에 지갑처럼 마음도 챙기실 것! 초록의 전언!--- p.101「초록의 전언」중에서

가을 깊어가는 날, 은행나무 두 그루 마주 선 자리가 가깝지 않아도, 서로 무관하지도 서로 무연하지도 않아서 서로 보듬는다. 서로 보듬는 마음에서, 꽃이 피고 은행 알이 생겨 이 가을 결실이 금빛 찬란하다. 가을 오후, 조금씩 인색해져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석양볕 아래서, 은행나무의 노래를 듣는다. 이 세상이, 사람 사는 사회가 하냥 부끄럽다. 사람의 마음 안에 가을 석양의 보자기만큼 한 밝음조차 깃들어 있지 않으니…….
--- p.158「가을 깊어가는 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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